공사비 오르니 '유찰'…재건축·재개발 곳곳 시공사 찾기 어려워
원자재 가격·공사비 급등에 원가율 90% 이상
건설사 선별 수주 기조 뚜렷…유찰 사례 반복
사업성 낮은 정비사업지 시공사 선정 어려워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kgb@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6/24/NISI20240624_0020390487_web.jpg?rnd=20240624150239)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도심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급등한 공사비에서 원가율이 90% 넘게 치솟으면서 건설사들의 선별 수조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 경치 침체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도시 정비사업에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간 주도 도시정비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주택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주택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수차례 유찰되거나, 단독으로 입찰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정비업계에 사업비 8470억원 규모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도시환경정비구역 입찰 참여사 없어 결국 유찰됐다. 지난 11일 마감한 문래동4가 도시환경정비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조합은 추후 2차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 사업은 문래동4가 23-6 일대 9만4087㎡에 공동주택 1200가구, 지식산업센터,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8470억원(공동주택 약 5050억원·지식산업센터 및 부대복리시설 약 3420억원)이다.
문래동4가는 2호선 문래역과 1·2호선 신도림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더블 역세권이다. 또 목동, 여의도 등과 가깝고 인근 상권이 발달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서울시가 '서남권 대개조 구상'을 통해 지난달부터 준공업지역의 공동주택 건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용적률 상한을 기존 250%에서 400%로 허용해 사업성이 개선됐다. 다만 공동주택만 짓는 게 아니라 지식산업센터 조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이 지역은 다수의 지식산업센터가 자리하고,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많은 상황이다.
또 유찰이 반복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2월29일 열린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4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신반포4차 재건축은 잠원동 70번지 일대 9만2000여㎡ 부지에 지하 3층~지상 48층짜리 7개 동, 1828가구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1조310억원이다. 앞서 지난 2월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삼성물산만 입찰하면서 경쟁이 성사되지 않아 유찰됐다. 재공고에도 삼성물산 참여하며 유찰됐고, 결국 수의계약을 전환됐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라 시공사 입찰에 2곳 미만의 업체가 참여하면 유찰된다. 또 유찰이 되면 같은 조건을 1차례 더 입찰 과정을 진행하고, 두 번 입찰에도 단독 입찰일 경우 조합이 수익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도시정비사업지에서는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 동래구 명장2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세 번째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결국 유찰됐다. 지난 2023년 10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사업이 빠르게 추진됐다.
명장2구역 재개발은 명장동 300-55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4층 아파트 113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3차 입찰이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사비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 기준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의 원가율이 90%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건설사의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원가율이 상승하면 수익이 낮아진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10대 건설사의 평균 공사 원가율은 94.06%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말 평균 원가율이 92.79%였던 것과 비교해 1.27%p 늘어난 수치다. 건설업계는 통상 원가율이 80% 수준을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정비업계에선 이 같은 수의계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가 수익성을 확보한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의 소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이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지 않고,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며 "건설 원자잿값 급등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는 지방 정비사업 단지는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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