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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콘서트 '비행 궤적', 결국 '젊음의 고유성 좌표' 찾네

등록 2025.04.28 05:32:46수정 2025.04.28 16: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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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잠실 실내체육관 '모든소년소녀들 2025' 현장

[서울=뉴시스] 잔나비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025' 현장.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5.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잔나비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025' 현장.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5.04.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은 선형적(線形的) 삶에서 시간·공간의 뫼비우스 띠를 만들어낸다.

잔나비, 즉 92년생 원숭이 띠 동갑내기인 보컬 최정훈(33)·기타 김도형(33)으로 구성된 그룹 사운드 '잔나비'는 여러 종류의 플롯을 엮어 이를 가능케 하는 전매특허를 낸 팀 중 하나다.

특히 2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이들의 단독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025'에서 이를 몸소 서술했다.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같이 향수를 부르는 기존 히트곡과 타이틀곡 '사랑의이름으로!'를 비롯 '플래시' '옥상에서 혼자 노을을 봤음' '주노(Juno)! 무지개 좌표를 알려줘!'처럼 현실을 파고드는 신곡이 나란히 배치되며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위상기하학적 성질을 갖게 됐다.

그건 잔나비가 28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정규 4집 '사운드 오브 뮤직' 파트 1에서 강조하는 '과거·현재·미래의 교차'의 속살을 보여주며, 음악의 자유로움에 방점을 찍었다.

2014년 싱글 '로켓트'로 데뷔해 올해 11주년을 맞은 이 밴드는 기존 대중음악 신(scene)의 형식주의를 벗어났으나, 오히려 스스로 주류가 됐다. 오래되면서 새로운 취향을 갖고 있는 팀이다. 예스럽다기보다 문학적인 화법으로 일찌감치 복고 사운드 열풍을 가져왔다.
[서울=뉴시스] 잔나비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025' 현장.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5.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잔나비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025' 현장.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5.04.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비틀스'를 시작으로 브릿팝의 양대산맥인 '오아시스' '블러' 그리고 산울림·송골매 같은 국내 대표 그룹 사운드의 자장이 느껴지는 밴드다. 이번 콘서트 타이틀 '모든소년소녀들'은 블러의 대표작 '걸스 & 보이스(Girls & Boys)'의 제목을 연상케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궤적은 여러 곳을 비행하다 자신들 만의 좌표를 찾아냈고, 그건 결국 고유성으로 수렴됐다. 그 과정의 시그널을 계속 보내는 듯 관객들이 찬 LDE 손목 밴드가 내내 반짝인 이번 콘서트는 이를 증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잔나비 두 멤버를 비롯 기타, 베이스, 드럼, 퍼쿠션, 신시사이저 등 총 여덟 명이 빚어내는 촘촘한 사운드는 때로는 지극히 낭만적이었고, 종종 사이키델릭했다.

청춘의 광적이면서도 비틀거리는 에너지를 무대에서 몸소 재현하는 듯한 최정훈의 몸을 아끼지 않은 투혼은 관객 열정의 통로였다. 의자 위에 올라가 마치 지휘하듯 노래한 '작전명 청-춘!'에선 영국 밴드 '퀸'의 오페라적 연출이 보였고,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에선 그의 가창 장기 중 하나인 자유로운 고음의 팔세토 미감이 극적이었다.   

영화 '첨밀밀' OST로 유명한 '월량대표아적심'을 감성적으로 부르기도 한 김도형의 기타는 곳곳에서 여전히 으르렁거렸다. 
[서울=뉴시스] 잔나비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025' 현장.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5.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잔나비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025' 현장.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5.04.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엇보다 잔나비 콘서트의 특기할 만한 점은 삶에 대한 찬가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콘서트 타이틀이 증명하는 것처럼 '비행'을 콘셉트로 잡은 공연 궤적이 최종 도착한 좌표는 젊음이다. 이번 무대에선 김도형이 피처링으로 대신 나서 기타 두 대 반주로 들려주고 있지만, 원곡에선 신비로움이라는 결에 맞춰 그룹 '에스파' 카리나가 피처링한 '사랑의이름으로!'는 "굴하지 않는 미소는 우리의 자랑이니까"라는 잔나비 표 젊음의 긍정을 재확인시켰다.

공연 막바지를 장식한 '모든 소년 소녀들1 : 버드맨' '모든 소년 소녀들2: 무지개'의 영화적인 서사는 또 어떤가. 소년, 소녀로서 보내는 우리의 젊음이 긴 삶에서 물리적 지분은 적을 지라도, 그 속성을 계속 간직하는 한 삶의 청춘 자락은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걸 포착해냈다. 이날 공연 맨 앞줄에서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겨 최정훈과 물을 나눠 마신 어느 중년 남성처럼.
 
이처럼 잔나비 덕에 우리네 궤적의 포물선은 더 역동적으로 됐고 삶의 좌표 설정은 더 드라마틱해지고 있다.

잔나비는 26일에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공연했다. 5월 3~4일에도 같은 곳 무대에 오른다. 이후 6월 14~15일 광주 유니버시아드체육관, 6월 28~29일 대구 엑스코를 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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