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한 정치테마주…개미들만 피눈물[기자수첩]
정치테마주 조사 시작…먹튀·시세조종 근절돼야
![폭락한 정치테마주…개미들만 피눈물[기자수첩]](https://img1.newsis.com/2025/06/05/NISI20250605_0001860815_web.jpg?rnd=20250605172040)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대선이 지나간 자리, 정치테마주들은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한국 주식시장의 민낯이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대표적인 정치테마주인 상지건설은 지난주 연일 하락했다. 전 사외이사가 20대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소위 '이재명 테마주'로 엮였던 이 종목은 4월 한때 5만6400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4분의1 토막이 났다.
테마주 상승에는 개연성이 없다. 동신건설, 오리엔트바이오, 오리엔트정공 등 정치테마주로 불린 종목은 모두 고점 대비 63%, 62%, 72%씩 빠졌다. 애초에 오를 이유가 없었던 종목이란 방증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김문수·이준석 후보 테마주라고 다를 리 없다. 회사 회장이 김 후보와 같은 경주 김씨란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된 평화홀딩스는 고점에서 71% 하락했고 이준석 테마주로 엮인 넥스트아이와 삼보산업도 각각 65%, 61% 내렸다. '묻지마 투자'의 결과다.
테마주 역시 시장의 일부분이긴 하다. 문제는 특정 세력이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트려 주가를 띄웠거나 시장을 교란했을 경우다.
실제로 테마주들은 시총이 작고 유통량이 적은, 즉 주가를 움직이기 쉬운 종목이 대부분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부터 정치테마주의 실체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대부분 자산 규모가 영세하고 수익성이 낮은 중소형주로 밝혀졌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한데 주가는 시장 평균보다 3배 가까이 고평가됐다.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한계기업도 있다.
이미 시장에선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정치테마주에 편승해 주가를 올릴 목적으로 후보 관련 인물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는 회사, 시세조종 선수가 있다는 회사 등이 거론된다.
개미들은 주가 급락으로 피눈물을 흘리게 됐지만, 회사 내부자들은 돈을 벌었다.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 테마주로 묶였던 시공테크 임원들은 주가가 급등하자 차익을 실현하고 나갔다. 이재명 테마주 오리엔트정공의 장재진 대표도 2~5월 기간 중 수차례 주식을 팔았다.
단물 빠진 이 시장에 투자자들은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겠지만 금융감독원의 조사는 이제 시작이다. 누가 혼란을 틈타 이익을 취했는지, 시장을 교란했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 `꿈의 오천피' 도달을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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