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나온 '28년 후' 더 독창적인 좀비 영화죠"
2003년 '28일후' 후속 '28년후' 19일 공개
대니 보일 감독 알렉스 가랜드 작가 복귀
"지난 20년 간 사랑해준 팬 덕분에 다시"
달리는 좀비 첫 등장 시킨 '28일후' 전설
"2.76대1 화면비, 아이폰 촬영 더 독창적"
"3부작으로 만들어…킬리언 머피 복귀"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를 다시 만든 건 팬들의 사랑입니다."
2003년에 나온 영화 '28일 후'는 2000년대 좀비물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기존 좀비 콘텐츠 판을 뒤집어 엎었다. 달리는 좀비라는 설정을 처음 내세운 게 바로 이 영화. 좀비 바이러스로 망해버린 세계를 그리면서 동시에 재난을 전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성을 탐구해 들어가 찬사를 이끌어냈다. 다시 말해 이후에 나온 '새벽의 저주' 시리즈나 '월드워Z' '부산행' 같은 영화, TV 시리즈 '워킹 데드' 혹은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것들이 모두 '28일 후'의 아들이다.
'28일 후' 후속작이 오는 19일 공개된다. '28년 후'다. 물론 2007년 '28주 후'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팬들은 이 영화를 건너 뛰고 '28년 후'를 '28일 후'의 진짜 후속작으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28년 후'는 '28일 후'를 연출한 대니 보일(Danny Boyle·69) 감독, 각본을 쓴 알렉스 가랜드(Alex Garland·55) 감독 겸 작가가 다시 한 번 연출과 스크립트를 맡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보일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도 영향을 줬고, 영국의 브렉시트도 이 작품과 관련이 있을 거다"면서도 "우리한테 가장 중요했던 건 20년이 넘도록 식지 않는 팬들의 애정이었다"고 했다. "지난 20년 간 다양한 상영회에서 '28일 후'가 꾸준히 관객을 만나왔죠. 그때마다 관객이 그 영화를 보고 놀라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뿌듯했어요.(웃음)"
'28년 후'는 제목 그대로 분노 바이러스가 영국 전역으로 퍼진 뒤 28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경은 영국 본토와 떨어져 있는 섬 홀리 아일랜드. 이 섬은 간조가 되면 본토와 연결된다. 아버지와 함께 본토로 감염자 사냥을 떠나며 성인식을 치른 12살 소년 스파이크는 아픈 엄마를 치료해줄 의사가 본토에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엄마를 데리고 본토로 가게 된다.
이번 작품 역시 전작에서 보여준 특유의 극한의 긴장감 그리고 독창적인 좀비 연출로 주목 받는다. 극 전반부 스파이크와 아버지가 좀비에 쫓기며 홀리 아일랜드로 도망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 또 달리는 좀비라는 콘셉트에 더해 사냥을 할 줄 알게 된 좀비, 기어다니는 좀비, 머리가 좋은데다 초인적 힘까지 가진 리더 좀비를 등장시켜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보일 감독은 "'28일 후'에 나온 수많은 좀비 영화·드라마와 차별화되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새롭게 선보일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수도 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전작이 일부 장면을 빈티지 디지컬 캠코더로 촬영해 현장감을 최대한 살렸다면, 이번 작품은 2.76대1이라는 화면 비율에 더해 일부 장면을 아이폰15MAX로 찍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2.76대1은 아주 특수한 화면비죠. 매우 와이드해요.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어요. 관객은 이 긴 화면비 때문에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보게 되고 불안해지는 거죠. 스마트폰으로 찍은 이유는 한 가지만이 아니긴 합니다. 자연 속에서 찍어야 했기 때문에 가벼운 카메라가 필요하기도 했죠. 스마트폰 수십대를 동원해 감염자의 모습을 찍음으로써 그들의 폭력성을 더 독창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보일 감독은 더 다양해진 감염자 유형에 대해선 "바이러스가 영국에 완전히 고립된 채 그들 역시 진화를 해나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8일 후'는 할리우드 독립영화 제작비도 안 되는 돈인 800만 달러로 만들어 약 7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8년 후'는 전작보다 더 많은 7800만 달러를 들여 만들긴 했어도 요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저예산 규모에 불과하다. 가성비만큼은 최고인 '28년 후'는 앞으로 3부작으로 나오며 관객 가심비까지 채워주게 된다. 2편이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로 내년 개봉하게 되고, 3편은 촬영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보일 감독은 "결국 배우 킬리언 머피가 이 시리즈의 구심점이 될 거다"고 했다.

'오펜하이머'로 지난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킬리언 머피는 '28일 후'의 주인공. 새로 나오는 3부작의 제작자로 참여한 그는 2부 마지막 대목에서 본격 등장해 3부 전체를 이끌게 된다. 보일 감독은 "2편 마지막 부분에서 킬리언 머피가 등장하는 장면을 미리 봤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번 1편이 가족의 본질에 관한 영화라면, 2편은 악의 본질을 다룹니다. 두 번째 영화는 1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위험한 영화가 될 거예요. 3편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습니다. 다만 이건 말할 수 있어요. 킬리언 머피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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