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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을 만드는 사람들⑧]창원시 수질연구센터 황성오 환경연구사

등록 2025.06.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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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수질 연구 외길, 창원 수돗물 청아수의 품질을 책임지는 사람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수질연구센터 황성오 환경연구사. 2025.06.18. kgka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수질연구센터 황성오 환경연구사. 2025.06.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뉴시스]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특례시 수돗물 브랜드 청아수는 단순한 생활용수를 넘어선다.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한 식품 수준의 수돗물이다. 이 수돗물이 시민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수질을 지키며 기술을 축적해 온 사람이 있다. 바로 창원시 수질연구센터 황성오(58) 환경연구사(연구관리팀장)다.

ISO 22000은 국제표준화기구에서 개발한 식품안전경영시스템으로 생산과 제조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규정한 국제표준규격이다.

황 연구사는 1994년 수질환경기사 1급 자격을 취득하고, 공직에 입문한 이래 줄곧 상수도 분야에 몸담아왔다. 정수처리 공정의 최적화, 고도정수처리 기술 적용, 응집보조제 효율성 검토, 수질 민원 해결, 수돗물 음용률 향상을 위한 대민서비스까지, 그는 상수도 전 과정에 걸쳐 독보적인 실무 노하우를 쌓아왔다.

집중호우와의 싸움…수치로 이겨낸 2010년 여름

황 연구사가 수질 업무를 맡은 후 '기술적 전환기'로 꼽는 사건은 2010년 여름 남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다. 많은 비로 낙동강에 대량의 토사가 유입되면서 정수장에 고탁도 원수가 밀려들었고, 대부분 정수장이 우왕좌왕하며 응집제를 과도하게 주입하는 등 체계적인 공정관리가 되지 않았던 시기다.

그러나 칠서정수장은 달랐다. 황 연구사와 직원들은 곧바로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현장과 실험실을 오가며 탁도, pH, 알칼리도, 응집제 주입 농도를 시간대별로 분석했고, 소석회(응집보조제)를 투입해 응집 조건을 조정했다. 소석회는 호우로 낮아진 알칼리도를 높여 응집제 효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칠서정수장은 1시간 단위로 수질을 분석하고 약품 투입량을 조정하는 고강도 대응 체제를 일주일 넘게 유지했다. 그 결과 타지역 대비 응집제 사용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 수질을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이산화탄소, 폴리아민 등 응집보조제 사용으로 공정관리가 편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이런 시설이 없어 직원들이 현장에서 공정 과정을 확인하고 수질검사로 직접 판단해야 했습니다. 잘못하면 물맛, 수질, 처리 효율 모두 엉망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사태를 마무리하고 그날 새벽 냉장고에서 꺼내 마신 시원한 수돗물 한 잔은 지금까지 마신 물 중 가장 잊지 못할 물맛입니다."

이 경험은 2010년 먹는물수질검사기관협의회 주최 '워터코리아(Water Korea)'에서 안정적인 정수 수질 생산 우수사례로 발표됐고, 수자원공사에서도 조언을 요청할 정도로 인정받았다.

"수돗물은 식품입니다" 수돗물만 마시는 가족

요즘엔 집집마다 정수기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도 황 연구사는 정수기를 쓰지 않는다. '식품인 수돗물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는 황 연구사는 정수기는 오히려 물속 영양소를 제거한다며 평소 수돗물을 끓여 마실 것을 권했다.

그의 말은 근거 있는 자신감에서 나왔다. 창원시 수돗물 '청아수'는 ISO 22000, 즉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해 식품처럼 깐깐하게 관리된다. 법적 기준 60개를 훨씬 웃도는 157개 항목을 자체 검사하며 중금속, 냄새 물질, 조류독성 물질까지 철저히 분석한다.

"수질관리는 수돗물이라는 완성품이 나오기 전까지의 전 과정을 뜻합니다. 수돗물은 시민들이 바로 먹을 수 있게 나오는 식품이니 그냥 깨끗한 게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어야죠."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수질연구센터 황성오 환경연구사. 2025.06.18. kgka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수질연구센터 황성오 환경연구사. 2025.06.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수돗물 예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황 연구사가 즐겨보는 예능은 의외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SBS '나는 솔로'다. 그런데 그가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선은 조금 다르다. 문제의 장면은 이렇다. 출연자 영수가 어묵탕을 끓이려다 주방에 생수가 없는 걸 보고 "수돗물 끓여서 쓰면 된다"고 말하자, 옥순이 깜짝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환경공학 교수님이 출연했길래 관심 있게 보는데 수돗물이 화두가 될 줄은 몰랐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수돗물이 마치 물을 도저히 구할 수 없을 때나 먹을 수 있는 생존용으로 비쳐서요. 수돗물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그는 과학적으로 안전한 수돗물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 연구사가 강조하는 건 '살아 있는 물'이다. 염소 소독 냄새가 일시적으로 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위생적으로 안전하다는 증거이며, 실온에 두거나 냉장 보관을 하면 금세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맛있게 마시려면 수돗물도 2시간 냉장고에 넣어두면 돼요. 8~14도, 그 온도가 물맛이 가장 좋습니다."

창원 수돗물의 명예를 회복한 '찾아가는 안심확인제'

방송에서도 드러나듯 수돗물에 대한 시민의 불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를 정면 돌파한 제도가 바로 2014년부터 시작된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다. 황 연구사는 민원 접수 즉시 현장을 방문해 수질을 검사하고,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설명하며 음용 방법까지 안내하는 찾아가는 행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2016년에는 창원시가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817건의 안심확인제 수질검사를 시행했고, 이 공로로 2017년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는 주민자치센터, 대단지 아파트, 노래교실 등 시민이 모인 현장을 일일이 찾아가 수돗물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며 신뢰 회복에 힘썼다.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정수장 문제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대부분은 수도용 호스가 아닌 공업용 호스, 오래된 고무 패킹 등 부적합한 자재 사용이 원인입니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설명하면 대부분의 오해는 금세 풀립니다."

수돗물 민원 해결사, 무한 질의응답의 달인

황 연구사는 자타공인 '수돗물 박사'다. 민원 현장에서 즉석 진단과 해결이 동시에 가능하니 시민 만족도가 높다.

그런 그가 기억하는 가장 아찔한 집단 민원은 진해구 한 아파트의 샤워기 변색(35가구) 민원이다. 황 연구사는 원인 조사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유역환경청 등과 민·관 합동점검을 벌였고, 정수장에서 아파트 수도꼭지까지 10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수돗물에는 문제가 없음을 밝혀냈다. 필터 변색 원인은 미량의 망간이 온수와 반응해 산화된 결과였다.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왼쪽부터) 경남 창원시 수질연구센터 김혜영 보건연구사와 황성오 환경연구사, 이정아 환경연구사. 2025.06.18. kgka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왼쪽부터) 경남 창원시 수질연구센터 김혜영 보건연구사와 황성오 환경연구사, 이정아 환경연구사. 2025.06.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황 연구사는 가장 황당했던 사건도 소개했다. 마산회원구 대단지 아파트에서 한 집에서만 간헐적으로 파란 물이 나온다는 제보였는데, 검사를 해보니 세제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추적 결과 변기 세제를 넣은 물이 조리용 수도와 연결된 배관을 통해 흘러들어와 그 물로 설거지와 조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30년 넘게 수돗물을 다루고 수질 민원 현장에서 각종 사례를 접하다 보니 수돗물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답변이 가능합니다. 마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TV 프로그램처럼요. 하하하."

"수돗물은 살아있는 물, 공기만큼 중요합니다"

황 연구사에게 좋은 물이란 단순히 깨끗한 물이 아니다. '유해 물질이 없고, 미네랄 성분이 균형 있게 녹아 있으며,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없는 물이 진짜 좋은 물'이라고 그는 말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일상에서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수돗물은 생명의 근간이자, 모두에게 평등하게 공급되어야 할 공공재입니다. 저는 우리 가족이, 우리 시민들이 매일 마시는 물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해왔습니다. 깨끗한 물이 공급된다는 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는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수십 년 동안 창원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해 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매일 세수할 때도, 물 한 모금 마실 때도 그는 무의식적으로 맛과 냄새를 확인한다. 직업병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책임지는 물에 대한 끝없는 경계심일 것이다.

"수돗물은 사람 손으로 만드는 물입니다. 그만큼 실수 하나가 치명적일 수 있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게 저희 일입니다. 조용히, 묵묵히, 매일 똑같은 품질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진짜 기술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끝으로 후배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이 일은 전문화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환경 변화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갑작스러운 탁도 상승, 조류 번성, 유충 민원 등 실무경험과 지속적인 관심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수돗물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공기만큼 중요합니다. 사명감과 책임감이 투철한 후배들이 많이 지원해서 앞으로도 최고 품질의 수돗물을 생산하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수기를 거부하는 수질 전문가이자 물맛 하나에도 과학을 담는 사람. 황성오 환경 연구사는 오늘도 시민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그 믿음을 수치와 기술로 증명해 나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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