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24평짜리 집 장만하고 싶어요"…꿈을 굽는 파티셰[당신 옆 장애인]

등록 2025.06.21 07:00:00수정 2025.06.21 09:18: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노틀담베이커리 제과제빵사 김민지씨

지적장애에 장기간 훈련…"반복 또 반복"

동료들 경조사 챙기며 '사회생활'도 배워

진로 고민 많은 보통 청년…저축도 열심히

"국가가 장애인 일자리 많이 지원해주길"

[서울=뉴시스] 김민지씨. (사진=본인 제공) 2025. 6. 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민지씨. (사진=본인 제공) 2025. 6. 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인천 계양구엔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빵을 구워 판매하는 '노틀담베이커리'가 있다.

이곳의 장애인근로자들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동료들과 교류하는 과정 속에서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최근 뉴시스와 만나 인터뷰한 지적장애인 김민지(31)씨는 5년 전께 노틀담베이커리에 들어와 훈련생 생활 1년을 거친 뒤 정식 제과제빵사로 거듭난 사례다.

제과제빵 공정은 재료 정리부터 포장까지 분업화 돼 있는데, 민지씨는 그 중에서 주로 나사카키 카스테라·머핀·쿠키 등의 모양을 잡거나 무게를 계량하는 일을 한다.

능숙하게 자기 업무를 척척 해내는 경력자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엔 남들의 몇 배가 되는 끈기가 필요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보통 비장애인보다 절차와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민지씨는 제과제빵을 배우기 전엔 한식·양식 조리를 배웠다.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아 고등학교 시절 조리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에 들어가 일반 학급에서 자격증을 준비했는데 실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민지씨는 "(비장애인들은) 일을 가르쳐주면 한번에 딱 하는데 저는 한번에 안 될 때가 있어서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신메뉴는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직업 훈련사가 일대일로 붙어 지도한다.

노틀담베이커리는 민지씨가 '사회생활'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동료들끼리 한 달에 1만5000원씩을 자치회비로 모아 경조사비,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다. 1년에 한 번씩 1박2일로 야유회를 가기도 한다.

민지씨는 "사회에 나가지 않으면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는데 사회생활을 하니까 인간관계가 넓어졌다"고 했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끙끙대다 교사들에게 상담을 요청한 적도 많다. 때로는 가족보다 의지가 되는 관계다.

민지씨는 "제가 위에 언니나 오빠가 없다. 동생이 있지만 잘 통하지 않는다"며 일터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민지씨가 작업 중인 모습. (사진=노틀담베이커리 제공) 2025. 6. 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민지씨가 작업 중인 모습. (사진=노틀담베이커리 제공) 2025. 6. 21.  *재판매 및 DB 금지


민지씨의 고민은 또래 청년들이 으레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요즘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화두는 앞으로의 진로다. 민지씨는 케이크 디자인을 좀 더 배워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조리 공부에 대한 미련도 남아있는 상태다.

민지씨는 "일단 케이크 아이싱(겉면에 크림 등을 바르는 것)을 하고 있어서 그 자격증을 하나 따고 싶다"고 말했다.

5년여를 일하는 동안 저축도 착실히 해왔다.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게 민지씨의 장기적 목표다.

그는 "제가 집에 관심이 되게 많다. 집이 비싸긴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20평에서 24평짜리 집을 하나 사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노력에 더해 지역사회 도움으로 자립을 몸소 실현하고 있는 민지씨는 장애인 고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지씨는 "뉴스에서 장애인들 일자리 현실을 취재한 걸 보면서 아직 좀 부족한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며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지원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