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티보 우승' 김세현 "자신 버리고 음악 섬기면 이상적 연주에 다가가"

3월 '롱 티보 국제콩쿠르' 우승 후 첫 간담회

"수천보다 한두명 변화시킬 연주가 의미 있어"

"임윤찬에 라이벌 의식 없어…존경하는 선배"

"인문학 공부, 연주에 도움…김광석 가끔 들어"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김세현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1000명 혹은 2000명의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주를 하는 것보단, 한두 명을 변화시키는 연주를 하는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18)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하고 "한 분, 한 분에게 연주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자기 자신을 드러내려고 한다면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겠지만, 자기 자신을 버리고 음악을 섬기는 마음으로 연주하면 좀 더 이상적인 연주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고 했다.

김세현은 지난 3월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청중상, 평론가상, 파리특별상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이 지난 2022년 미국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당시 18세였는데, 김세현도 같은 나이대에 우승했다.

김세현은 간담회에서 임윤찬에 대해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라이벌 의식은 전혀 없다. (임윤찬은) 무척 존경하는 선배"라고 답했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김세현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이어 "미국 보스턴에서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것을 들었는데 '이보다 더 잘 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롱 티보 우승 후 첫 간담회인 만큼 소감을 묻자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상을 받고 과분한 관심을 받아서 감사하다"고했다.

김세현은 롱티보 콩쿠르에 나가게 된 계기로 하나로 '파리의 매력'을 꼽았다.

그는 "대회에 나가기 전에 파리를 갔었다. 어둑어둑한 밤 빛이 깔린 센 강변을 걷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고, 파리라는 도시에 끌려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세현은 간담회에 앞서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 가수 샤를 트르네, 피아니스트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 등 프랑스 음악가의 곡을 연주했다.

그는 "샤를 트르네의 곡을 들으면 파리의 거리를 걷는 듯한, 홀린 듯한 로맨틱한 느낌이 있다. 이런 자리에서 즐기면서 들을 수 있게끔 선곡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김세현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김세현은 롱 티보 국제콩쿠르 우승 한 달여 후인 지난 5월 8일, 유럽 연합국의 제2차 세계 대전 승리 및 나치 항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유럽 전승 기념일' 평화음악회에 유일한 피아니스트로 초청 받아 파리 개선문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했다.

김세현은 "개선문 앞에서 연주해달라는 연락을 행사 개최 며칠 전에 받았다"며 "유럽에 평화가 찾아온 지 80주년이 되어서 이런 곳에서 연주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쁜 마음으로 가서 연주했다"고 돌아봤다.

김세현은 콩쿠르 출전은 하지 않고 연주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다음 달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에는 파리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에서 열리는 'Le Concert de Paris(파리 콘서트)' 무대에 올라 솔로 연주를 선보인다. 같은 달 23일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피아노 축제 중 하나인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 에서 모차르트, 포레, 라벨, 바흐, 리스트의 곡들로 구성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세현은 하버드대학교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복수 학위 프로그램 과정을 밟고 있다.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는 당 타이 손과 백혜선을 사사하며 피아노 연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하버드대에서는 영문학 학사 과정에 있다.

그는 "음악은 표현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술가가 어떤 상상력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어떻게 현실세계에서 생명을 갖게끔 할 수 있나' 고민해보면, 음악도 있고 문학도 있다. 이들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문학을 공부하는 게 피아노 연주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래식 음악 외에 듣는 음악은 거의 없다"면서도 "김광석과 이문세 노래를 조금씩 듣는다"고 했다.

김세현은 클래식 레이블인 '워너클래식(Warner Classics)'과 함께 데뷔 음반을 준비 중인데, 내년 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국내 클래식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와 음반 발매 기념 전국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김세현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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