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그림과 모차르트의 해학이 춤으로…국립발레단 '킬리안 프로젝트'[객석에서]
6월 26~29일 GS아트센터 '킬리안 프로젝트' 공연
세계적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의 대표작 3편 무대에
'잊혀진 땅' 뭉크 '생명의 춤' 연상시켜
'젝스 탄츠', 모차르트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춤
![[서울=뉴시스]'잊혀진 땅'(Forgotten Land)에서 남녀 무용수의 파드되(2인무). (사진=국립발레단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7/02/NISI20250702_0001882995_web.jpg?rnd=20250702174719)
[서울=뉴시스]'잊혀진 땅'(Forgotten Land)에서 남녀 무용수의 파드되(2인무).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체코 출신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의 대표작 3편을 모은 공연 '킬리안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가장 먼저 선보인 '잊혀진 땅'(Forgotten Land)은 에드바르트 뭉크의 '생명의 춤(The dance of life)' 을 연상시킨다.
이 그림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검은 옷을 입은 남성과 붉은색 옷을 입은 여성, 양옆으로는 검은색과 흰색 옷을 입은 남녀 커플들이 등장한다. 무대 위에 뭉크의 작품이 펼쳐져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킬리안은 뭉크의 '생명의 춤'에 벤자민 브리튼의 '진혼 교향곡'을 더해 인간 존재의 성찰을 담은 '잊혀진 땅'을 만들었다.
땅은 인간 존재의 토대이자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인간의 정치적 투쟁을 비롯해 인간과 자연의 부주의로 파괴되고 잊혀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남녀 무용수들은 파드되를 추다가 몸을 포개기도, 들어올리기도 한다. 살려달라고 몸부림 치는 듯한 애처로운 모습이다.
![[서울=뉴시스]'잊혀진 땅'(Forgotten Land)에서 남녀 무용수의 파드되(2인무). (사진=국립발레단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7/02/NISI20250702_0001883000_web.jpg?rnd=20250702175032)
[서울=뉴시스]'잊혀진 땅'(Forgotten Land)에서 남녀 무용수의 파드되(2인무).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진혼 교향곡'은 1940년 일본이 건국 2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브리튼에게 위촉한 작품이다. 다가오는 전쟁의 공포, 수년 전 겪은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며 브리튼은 진혼 교향곡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죽은 이들을 애도했다.
'눈물의 날' 악장에서 색소폰이 연주하는 주제는 살아남은 자의 통곡 소리다. '진노의 날' 악장은 전장을 묘사한다. '영원한 안식' 악장은 주검들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찾아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을 묘사한다.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갈색옷을 입은 남성이 격렬한 움직임으로 파드되를 추고 나면, 흰색옷을 입은 남녀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서울=뉴시스]'젝스 탄츠'(Sechs Tanze·여섯 개의 독일 무곡)에서 남녀 무용수들이 괴기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7/02/NISI20250702_0001882998_web.jpg?rnd=20250702174904)
[서울=뉴시스]'젝스 탄츠'(Sechs Tanze·여섯 개의 독일 무곡)에서 남녀 무용수들이 괴기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그러다 흰색·붉은색·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생명이 꿈틀거리는 듯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막을 내린다.
이날 킬리안의 세 작품 중 '젝스 탄츠'(Sechs Tanze·여섯 개의 독일 무곡)은 발레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선입관을 깨부순 작품이다. 발레하면 흔히 '아름다운 몸 동작'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얼굴과 머리에 흰색 분칠을 한 무용수들. 등장하자마자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까르르' 웃는 여성 무용수, 여성과 춤을 출 때 치마를 잡아당기는 남성 무용수의 모습이 괴기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서울=뉴시스]'젝스 탄츠'(Sechs Tanze·여섯 개의 독일 무곡)에서 남성 무용수들이 검은 드레스를 장착하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7/02/NISI20250702_0001882996_web.jpg?rnd=20250702174826)
[서울=뉴시스]'젝스 탄츠'(Sechs Tanze·여섯 개의 독일 무곡)에서 남성 무용수들이 검은 드레스를 장착하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검은 드레스를 입지 않고 '장착'한 남성 무용수는 옷이 사라진 줄 모르고 속옷만 입은 채 서있다가 뒤늦게 깨닫는 모습이 관객의 웃음을 유발시켰다.
예쁜 척 하는 여성을 남성이 마구 놀려댔고, 여성은 "왜 이래" "어쩔" "뭐래?"라고 말하는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용수들은 모차르트의 '여섯 개의 독일 무곡'(1787년 작곡)에 맞춰 춤을 췄다. 유쾌한 분위기의 곡이지만, 당시 모차르트가 작곡했던 시기는 전쟁과 혁명, 사회적 격변이 일어나던 때였다.
킬리안은 모차르트가 무곡을 통해 어려웠던 시기를 유머와 해학을 통해 반어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괴기하고 우스꽝스러운 안무를 통해 어두운 세상을 풍자한다.
![[서울=뉴시스]'추락하는 천사들'(Falling Angels)에서 여성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7/02/NISI20250702_0001883010_web.jpg?rnd=20250702180543)
[서울=뉴시스]'추락하는 천사들'(Falling Angels)에서 여성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8명은 한 번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계속 춤을 춘다. 7명이 군무를 추면, 남은 1명이 독무를 선보인다.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갈망은 춤으로 표현된다.
이 작품 역시 음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무용 반주로 한 때 유행한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을 사용했다. 스티브 라이히는 서아프리카 가나의 제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처음에는 북 소리가 천천히 들리다가 나중에는 굉장히 빠른 박자로 울러퍼진다. 단순하면서도 반복되는 북 장단은 안무를 돋보이게 한다.
![[서울=뉴시스]'추락하는 천사들'(Falling Angels)에서 여성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7/02/NISI20250702_0001883008_web.jpg?rnd=20250702180400)
[서울=뉴시스]'추락하는 천사들'(Falling Angels)에서 여성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지난달 29일 무대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킬리안 프로젝트'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킬리안의 안무 세계를 보여준다. 킬리안은 약 25년간 네덜란드 댄스시어터(NDT)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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