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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증 정조준 'RNA 가위'…韓연구진, 세계 첫 치료기술 개발

등록 2025.07.28 17:39:09수정 2025.07.28 18: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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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구원, RNA 가위로 원인 유전자만 정밀 제거 성공

비정상 단백질 '프로제린' 정밀하게 제거

노화 관련 질병,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도 확장 가능

[대전=뉴시스] RNA 타겟 유전자치료제의 작용기전 및 기대효과. RfxCas13d-프로게린 gRNA를 이용해 비정상적 프로게린 mRNA만을 선택적으로 제거, 프로게린 단백질 감소와 핵막·미토콘드리아 이상이 개선돼 조기 노화질환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사진=생명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RNA 타겟 유전자치료제의 작용기전 및 기대효과. RfxCas13d-프로게린 gRNA를 이용해 비정상적 프로게린 mRNA만을 선택적으로 제거, 프로게린 단백질 감소와 핵막·미토콘드리아 이상이 개선돼 조기 노화질환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사진=생명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희귀 난치성 질환인 조로증(허친슨-길포드 조로증 증후군·HGPS)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확보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미래형동물자원센터 김선욱 박사팀이 차세대 유전자 조절기술을 활용해 조로증의 원인을 정밀하게 억제하는 새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조로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RNA)를 정확히 잘라내고 정상기능은 그대로 유지해 안전성까지 높인 치료기술이다.

조로증은 LMNA 유전자에 생긴 하나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이 돌연변이는 세포 안에서 '프로제린(progerin)'이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단백질이 세포의 핵 구조를 망가뜨리고 세포를 빠르게 노화시켜 유아가 노인처럼 뼈가 약해지고 혈관이 굳어져 결국 주요 장기의 기능이 멈추게 된다.

현재 미국 FDA가 승인한 유일한 치료제인 '로나파닙(조킨비)'은 1회 투여 비용만 약 14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물이다. 하지만 수명을 약 2.5년 연장시키는 데 그칠 뿐이고 다른 치료제와 병용이 필요하며 부작용 위험도 있어 근본적인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크다.

이번에 연구팀은 비정상적인 단백인인 프로제린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와 구별해 정확히 골라내는 'RNA 가위(RfxCas13d·프로제린 gRNA)'를 만들었다. 이 RNA 가위는 정상적인 단백질은 건드리지 않고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은 DNA를 건드리지 않고 RNA만을 조절하므로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에 비해 훨씬 안전한다.
 
또 실수로 다른 유전자까지 자를 위험이 거의 없고 자르더라도 나중에 되돌릴 수도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RNA 치료법을 조로증 유전자가 있는 마우스 모델에 적용한 결과, 털 빠짐이나 피부 위축, 척추 기형, 운동 능력 저하 등 조로증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게 확인됐다.

또한 체중이 증가하고 생식기관 기능도 회복됐으며 심장과 근육의 기능까지 회복돼 건강한 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질병 치료기술을 넘어 노화의 근본원인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연구팀은 나이가 든 사람의 피부세포에서 프로제린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 RNA 가위기술을 적용했을 때 자연적인 노화현상도 일부 억제된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Molecular Therapy' 온라인판에 지난달 14일자 게재됐다.(논문명:Precise progein targeting using RfxCas13d: A therapeutic avenue for 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교신저자:김진만 교수·박영호 박사·김선욱 박사/공동 1저자:채운빈·양해준·김한섭 박사·이승환 교수)

연구책임자인 김선욱 박사는 "이번 기술은 조로증뿐 아니라 RNA 편집오류로 발생하는 다른 유전질환의 15% 이상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노화 관련 질병이나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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