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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불안한데, 금리 인하해도 될까[대출 더 조인다③]

등록 2025.10.0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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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08.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08.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관세 불안과 건설 경기 위축 등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물가 안정세와 미국의 금리 전환으로 통화 완화 여건까지 마련되면서다.

하지만 핵심 변수인 '집값'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여기에 관세 협상 전제로 미국의 3500억 달러의 투자 요구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도 골칫거리다. 시장은 추석 이후 집값 흐름을 지목하며 부동산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달 2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그동안 금리 인하 발목을 잡던 물가는 2% 내외로 안정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9월 금리를 낮춰 한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는 여전히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민생소비 쿠폰 등으로 민간소비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 경기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건설업계 위축과 일부기업의 파업도 성장에 부정적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최종 타결되지 못하며 여전히 고율의 관세가 매겨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0.9%, 1.6%로 제시했지만, 이는 협상 타결 후 15%의 상호관세를 전제로 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인하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의 2차 소비쿠폰 지급 등 재정 정책과 통화 완화가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9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9·7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나온 뒤 도리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고 한강벨트발 집값 오름세가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127건으로 7월(3945건)을 넘어섰다. 6·27 대출 규제 후 위축됐던 거래량이 다시 4000건대를 회복한 것이다. 여기에 9월 거래량은 3124건으로, 다음 달 말까지인 신고 기한을 고려하면 지난 봄 수준으로 거래량이 5000~6000건대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2025.09.2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9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9·7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나온 뒤 도리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고 한강벨트발 집값 오름세가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127건으로 7월(3945건)을 넘어섰다. 6·27 대출 규제 후 위축됐던 거래량이 다시 4000건대를 회복한 것이다. 여기에 9월 거래량은 3124건으로, 다음 달 말까지인 신고 기한을 고려하면 지난 봄 수준으로 거래량이 5000~6000건대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2025.09.29. [email protected]


다만 한은은 그동안 집값 기대와 상승세 둔화 등 부동산 안정이 금리 인하의 선행 조건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지난달 기자담회에서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지금은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8월 금통위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하 기조가 유력하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최근 서울대 강연에서는 "금리 인하를 한두 달 미뤄도 경기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시그널만으로 서울 집값이 자극받으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서울 주요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세는 여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9% 상승하며 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주 상승률 0.12% 대비 0.07%포인트 상승세를 키웠다.

한은 역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에 따른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 둔화 정도가 과거 집값 급등기 였던 문재인·윤석열 대통령 당시 주택시장 대책 발표 당시보다 제한적이라며 향후 부동산 시장 불안을 경계했다.

또 다른 변수인 환율 역시 고민거리다. 한때 1300원대로 내려갔던 환율은, 미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요구 이후 다시 1400원대로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 달러 선불 투자를 요구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통화스와프 체결을 조건으로 제시해 맞서고 있다.

이번 금통위는 경기 부진과 집값·환율 불안이라는 상충되는 변수에서 금통위원들의 고민도 어느때보다 크다. 황 위원은 금리 결정이 가장 어려웠던 시점으로 지난해 11월과 이번 금통위를 꼽고 "한 차례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번이 될지 다음이 될지 고민"이라고 했다.

시장 역시 10월과 11월 인하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다. 하지만 부동산 불안이 지속되면서 10월 금통위로 다가갈수록 11월 인하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19~24일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47%는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를 보면 당위론적으로는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보지만, 관세 협상과 집값, 환율 등의 변수로 인해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11월에나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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