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스님, 국립중앙박물관에 1000여 점 탁본 기증

1143점 기증…탁본 기증으로는 '역대 최대'

흥선스님, 2024년 첫 탁본 명장 지정

박물관 "연구·전시 적극 활용 계획"

유홍준 "탁본·금석문 중요성 공유하는 출발점"

[서울=뉴시스] 보물 '장흥 보림사 보존선사탑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5.10.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대한불교조계종 탁본(拓本) 명장 흥선(興善)스님의 탁본을 기증받았다고 19일 밝혔다. 금석문 탁본 등 총 558건, 1143점의 소장품이 기증됐다. 탁본 기증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탁본은 돌, 금속, 나무 등에 새긴 글씨나 그림을 종이와 먹으로 찍어낸 것을 의미한다. 금석문은 돌, 금속 등에 새긴 기록을 뜻해 당시의 사실과 인식을 전하는 만큼 고대사 연구에서 중요한 역사 자료다.

흥선스님은 지난 40여년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금속문, 탁본 등을 채탁하고 감독해 제작해 왔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의 금석문을 조망하고, 불교사적 성격의 탑비·사적비부터 역사 기록물인 승전비·묘도문자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다.

 이러한 공(功)을 인정받아 흥선 스님은 지난해 조계종의 첫 탁본 명장으로 지정됐다.

이번 수증한 탁본 중에는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탑비'를 비롯해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 '여수 통제이공수군대첩비' 등 보물로 지정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금석문의 탁본 등이 있다. 더불어 김정희, 한호, 이삼만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예가의 글자를 새긴 예, 미불과 구양순 등 중국 서예가의 글자를 집자해 새긴 예도 포함됐다.

보물 '장흥 보림사 보존선사탑비'는 통일신라 헌강왕 10년(884)에 세워진 보조선사 지선(804~880)의 탑비로, 웅장한 조각과 균형 잡힌 글씨가 특징이다.

보물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는 고려 문종 14년(1060)에 세워진 헤소국사 정현(972~1054)의 비다. 고려시대 비석 조형의 특징인 정교한 용 조각과 서체가 잘 나타나 있다.

보물 '여수 통제이공수군대첩비'는 조선 광해군 7년(1615) 때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다. 1942년 일제에 의해 유실됐다 광복 이후 재발견됐다.

[서울=뉴시스] 보물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5.10.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기증으로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과 학술 연구의 기반을 이루는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흥선 스님의 탁본은 기존 탁본보다 판독할 수 있는 글자가 훨씬 많으며 글을 새긴 끌 자국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고 입체적"이라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된 자료를 연구, 전시 등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박물관은 "역사학, 서예사, 미술사 등 학술 연구만 아니라 전시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장품 등록 및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절차를 거쳐 탁본의 기본 정보 및 해제, 고해상도 이미지를 대국민 공개할 예정"이라며 "탁본 제작 과정을 기록하여 기증자 아카이브 구축의 기반을 마련하고, 전시와 연구를 통하여 국민이 탁본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홍준 관장은 "이번 기증은 탁본의 예술성과 금석문 연구의 중요성을 국민과 공유하는 출발점"이라며 "금석문과 탁본의 가치를 널리 나누기 위한 기증의 뜻을 반드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보물 '여수 통제이공수군대첩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5.10.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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