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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제주 트레일러닝대회 150㎞…기자가 참가해보니

등록 2025.10.20 08: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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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시간4분13초 기록으로 완주 성공

한계 도전 레이스, 위험 순간도 많아

새로운 스포츠관광으로 성장 가능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50㎞ 참가자들이 17일 오후 출발선인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2025.10.20.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50㎞ 참가자들이 17일 오후 출발선인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2025.10.20.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악전고투 끝에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제주의 한라산, 오름(작은 화산체), 숲 등으로 이어진 150㎞를  뛰고 걷는 트레일러닝을 완주한 순간 몸은 온갖 통증으로 쑤셨지만 마음만은 '마침내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19일 오전 8시쯤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50㎞종목 결승선을 통과했다. 17일 오후 9시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출발해 레이스를 펼친 지 35시간4분13초만에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이 대회는 트랜스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 조직위원회가 주최·주관하고 서귀포시가 후원하는 UTMB(Ultra Trail du Mont Blanc) 월드시리즈 대회 중 하나이다. 완주자에게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매년 8월 말에 개최되는 UTMB 대회 참가추첨권인 '스톤'을 준다.

트레일러닝은 도로나 트랙이 아닌 주로 비포장 길에서 펼쳐진다. 산길, 숲길, 들판 등 다양한 길을 달리고 걷는다. 이 대회에 44개국에서 4900여명이 참가신청을 했으며 종목은 올해 처음으로 신설한 150㎞를 비롯해 100㎞, 70㎞, 20㎞ 등 4개 종목이다. 기자는 가장 긴 150㎞에 도전했다.

한계에 도전하는 모험 레이스

17일 해가 떨어진 오후 제주월드컵경기장 주변에 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불안을 높였다. 비가 내리는 야간에는 레이스가 훨씬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가 그치고, 출발신호와 함께 150㎞에 도전한 선수 390명이 힘차게 내달렸다.

도로를 벗어난 후부터는 본격적인 숲길이다. 선수들은 각자 헤드랜턴에 불을 밝히고 울퉁불퉁한 길을 올라갔다. 해발 1700m 한라산국립공원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오르막이다. 한라산에서는 짙은 안개로 길 찾기가 힘들었고, 찬 바람도 강해 저체온증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50㎞ 참가자들이 18일 오후 억새로 유명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지역 따라비오름을 오르고 있다. 2025.10.20.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50㎞ 참가자들이 18일 오후 억새로 유명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지역 따라비오름을 오르고 있다. 2025.10.20. [email protected]

한라산을 내려온 후 잠시 도로를 지나고 나서는 다시 한라산이다. 이번에는 정상 백록담을 향했다. 여기저기서 호흡소리가 거칠어졌다. 산속에서 일출을 맞았다. 정상인 백록담 동릉에서는 휴식공간 공사가 마무리단계였다.

두 번 한라산을 오르는 레이스로 인해 체력을 상당히 소진했다. 목장 풍경을 지나고나서는 오름(작은화산체) 구간이다. 소록산(작은사슴이오름)에 이어 가을억새가 일품인 따라비오름을 시간차로 올랐다. 바람따라 춤을 추는 은빛 억새가 한창이지만 80㎞ 지점에 접어들면서 체력저하를 걱정하느라 감상의 여력이 없었다.

두 번째 밤을 맞았다. 헤드랜턴을 다시 꺼내 배터리를 교체한 후 다시 착용했다. 한라산둘레길 수악길 구간 11㎞는 그야말로 '지옥길'이었다. 지속적인 오르막은 물론이거니와 이끼, 습기를 머금은 바닥 돌에서 미끄러지기가 일쑤였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 연속이었다. 150㎞종목 제한시간인 37시간 이내에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완주의 뿌듯함

수악길 구간에서 상당히 시간을 지체하면서 휴식시간이 줄어들었고, 체크포인트(CP)에서 쪽잠을 자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CP는 선수들에게 간단한 음식·음료를 제공하고 구간별 통과시간을 기록한다. 또한 통과시간을 지키지 못한 선수에 대해 레이스 진행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졸음이 쏟아지자 여기저기 몸을 꼬집기를 반복하면서 레이스를 이어갔다. 결승선이 있는 제주월드컵경기장으로 가는 도중 마지막 고비인 고근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해가 떴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한걸음 뗄 때마다 통증이 엄습해왔지만 '완주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제주=뉴시스]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50㎞종목 코스와 고저도. (사진=라이브트레일 화면 캡처)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50㎞종목 코스와 고저도. (사진=라이브트레일 화면 캡처) [email protected]

결승선을 밟자마자 만감이 교차하면서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그동안 제주지역 트레일러닝대회로는 100㎞가 최장이었는데, 그보다 장거리인 150㎞ 첫 대회에서 완주의 영예를 안았다. 대회 맞춤형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하체근육을 단련하는 기초 체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 기회였다.

트레일러닝은 달리기와 걷기의 혼합

[제주=뉴시스]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50㎞ 종목에 참가한 임재영 기자가 19일 오전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트랜스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2025.10.20.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50㎞ 종목에 참가한 임재영 기자가 19일 오전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트랜스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2025.10.20. [email protected]


기자의 기록은 완주자 307명 가운데 209위로 중후반에 속한다. 150㎞대회 1위는 제주출신 고민철 선수로 16시간55분51초로 레이스를 마쳤다. 고 선수 기록은 시간당 8.9㎞를 달린 것이다.

50㎞이상 울트라 트레일러닝에서 선두그룹은 대부분 "달렸다"는 표현이 맞지만, 이후 그룹은 "달리고, 걷는다"는 표현이 보다 합당할 것이다. 중간에서 후미그룹으로 갈수록 걷는 시간이 오히려 더 많다. 기자역시 달린 거리보다 걸은 거리가 훨씬 더 많다.

고저차이가 큰 지형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트레일러닝에서는 걷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르막에서 무리하게 달린다면, 급격한 체력저하로 인해 레이스를 중도에 접는 일이 발생한다.

트레일러닝, 새로운 스포츠관광 모델 가능성 높아

이번 트레일러닝 대회는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외국인 참가자가 1800여명에 이를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출발 시간에 참가자 가족과 지인 등이 응원 열기를 펼치면서 해외 유명 대회 못지않은 풍경을 보여줬다.

서귀포시는 가족, 친구 등 동반 관광객 6000명 이상이 방문하면서 숙박·식음료·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 170억 원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는 한라산과 더불어 높낮이가 다양한 화산체인 오름 368개가 곳곳에 있으며, 그 사이사이에 숲길 및 휴양림이 포진했다. 해안모래사장, 하천 등도 있어서 트레일러닝 대회 개최지로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트레일러닝이 새로운 스포츠관광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병식 디렉터, "세계적인 대회로 도약"

대회 기획과 운영을 맡은 안병식 레이스 디렉터는 "여러 기관과 단체,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며 "UTMB 시리즈 대회 가운데서도 메이저 대회로 성장하기 위해 코스나 운영을 보다 섬세하게 준비해, 내년에 더욱 알찬 행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디렉터는 21일 오후 7시부터 제주시 제주소통협력센터에서 제주도가 진행하는 '청년 체인지메이커 아카데미'에 출연해 청년들에게 세계적인 트레일러너로 성장한 과정과 대회 기획을 한 배경 등을 소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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