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애 빙자서 조직형 범죄로…로맨스스캠, 1년 반 만에 1300억 챙겨
지난해 2월 집계 시작…올해 7개월 만에 작년 피해액 추월
캄보디아 등 해외 거점 두고 한국인 납치·동원도
![[부산=뉴시스] 한국계 여성 사진을 SNS 프로필에 이용한 모습(왼쪽)과 연애 감정을 쌓으며 투자를 권유하는 SNS 대화방 내용.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2024.11.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1/26/NISI20241126_0001712691_web.jpg?rnd=20241126092602)
[부산=뉴시스] 한국계 여성 사진을 SNS 프로필에 이용한 모습(왼쪽)과 연애 감정을 쌓으며 투자를 권유하는 SNS 대화방 내용.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2024.11.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무료 방송이라더니 코인을 사라 했어요. 환전이 안 된다고 해서 또 보내고…결국 전 재산을 잃었어요."
서울 거주 직장인 A(28)씨는 지난 8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으로 알게 된 남성에게 속아 12차례 송금했다. 상대는 여성인 척하며 접근했지만 실제로는 남성이었고 인공지능(AI)로 합성한 얼굴과 음성을 이용해 자신을 '음악방송 DJ'로 사칭했다. 그는 "내 방송 보러 오라"는 링크를 보냈고, A씨가 접속한 한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서는 곧바로 코인 결제와 환전 절차가 이어졌다. '플래티넘 등급을 사야 참여가 가능하다'는 안내에 A씨는 2800만원을 송금했다. 이후 "환전이 지연됐다"는 연락이 이어졌고, 계좌는 폐쇄됐다.
연애 감정을 빙자해 금전을 편취하는 '로맨스 스캠(사기)' 범죄 피해액이 1년 반 만에 1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납치·감금돼 범죄조직에 동원되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단순 온라인 사기를 넘어 해외 인신매매형 범죄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로맨스스캠 피해 금액은 지난해 2월 집계가 시작된 이후 약 1년 반 만에 1300억원을 넘어섰다.
경찰이 로맨스 스캠을 금융 범죄로 관리하며 본격적인 피해 규모 산정에 나선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피해 접수 건수는 1265건, 피해액은 675억원이었고, 올해 1월부터 7월까지는 1163여건에 705억원이 추가로 발생했다.
같은 기간(2~7월) 기준으로 비교하면 피해 건수는 791건에서 1066건으로 약 35% 증가했고, 피해액은 502억원에서 654억원으로 약 30% 늘었다.
불과 7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피해액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로맨스 스캠은 주로 소셜 미디어나 데이팅 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신뢰와 애정을 쌓은 후, 각종 이유를 대며 금전을 요구해 갈취하는 신종 범죄 수법을 일컫는다. 피해 규모가 건수 대비 유독 큰 것이 특징이다. 피해자와의 감정적 관계를 기반으로 장기간 신뢰를 쌓은 뒤 송금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1건당 평균 피해액은 약 6000만원에 달한다.
로맨스 스캠은 단순 연애빙자 사기에서 해외 조직 범죄가 결합한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파병 미군이나 기업가를 사칭해 "통관비가 필요하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단순 유형이 많았다. 서울경찰청은 이러한 방식으로 피해자 30명에게서 19억원을 빼돌린 일당을 지난 2023년 검거한 바 있다.
최근에는 투자리딩이나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범죄와 결합해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속이는 해외 거점형 범죄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지에 콜센터를 차리고 관리·채팅·자금세탁 인력을 분업화하는 한편, 국내 청년을 "고수익 알바"로 속여 현지로 불러들인 뒤 강제로 사기 행위에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앞서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AI로 합성한 여성 이미지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유튜브 투자 채널을 통해 100여명으로부터 120억원을 가로챈 범죄조직이 이달 무더기로 붙잡혔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까지 조직원 54명을 검거하고, 이 중 34명을 구속했다. 다만 총책 부부는 캄보디아에서 체포·구금돼 국내 송환 절차가 진행되던 중 현지 경찰과 뒷거래 등을 통해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대구지검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콜센터를 두고 '주식·코인사기팀', '조건만남팀'으로 나뉘어 활동한 조직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조직은 청년들을 '고수익 일자리'로 속여 현지에 불러들인 뒤, 로맨스스캠과 투자사기 범행에 동원하는 등 철저히 분업화된 구조를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에게 '통관비'나 '은행 해지비'를 요구하는 변형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앞서 지난해 11월 유학생이나 파병 미군을 사칭해 이런 명목으로 14명에게서 14억원을 편취한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이 로맨스스캠 피해를 지난해 2월부터 수기로 취합해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피해자 성별·연령·직업군 등 세부 통계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해외 보이스피싱 범죄 거점이 중국에서 캄보디아 등 동남아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범죄 특성이나 피해자 유형에 따른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석준 의원은 "로맨스스캠이 단순한 온라인 사기를 넘어 해외 조직이 개입한 중대 범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피해자 구제와 로맨스스캠 조직 검거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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