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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시트 나올 때까지 안심 못해"…정부, 美 관세협상 문서화 총력

등록 2025.11.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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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 개방·반도체 관세 입장차 관측

투자협의위원회·이익배분 등 구체화돼야

"악마는 디테일에…지금도 문구 체크 중"

[경주=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29. photocdj@newsis.com

[경주=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한미 양국이 사실상 관세협상 타결을 선언했지만, 합의의 세부 내용과 해석을 둘러싼 입장차가 여전히 관측되고 있다.

정부는 협상 결과를 구체적 문서 형태로 남기는 '팩트시트' 확정을 마지막 관문으로 보고 막바지 검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난달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

앞서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난 7월 말 우리나라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에 나서는 대신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미 투자금 조성 방식을 비롯해 수익금 배분 등 세부 사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후속 협상이 이어졌다.

이번 세부내용 합의는 최초 합의 이후 약 3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다.
[경주=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photocdj@newsis.com

[경주=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email protected]


대미 투자펀드 총 3500억 달러 가운데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로,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 방식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다만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현금 투자분의 연간 투자 상한액은 200억 달러로 정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역시 15%로 낮춘다.

의약품·목재품은 최혜국 대우를, 항공기 부품·제너릭 의약품·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 대해선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반도체 관세는 한국의 주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로 조정하기로 했다.

한국이 20년 내 원리금 전액을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될 경우 '5대 5'로 설정한 수익배분 비율도 조정 가능한 것으로 서로 양해했다.

쌀과 쇠고기를 포함해 농·축산물 시장은 추가 개방없이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10.28. jtk@newsis.com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10.28. [email protected]


문제는 세부 내용 합의 이후에도 양국 정부가 다른 설명을 내놓는 분야가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견은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 범위다.

우리 정부는 "추가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미국은 "한국 시장이 100% 개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조항의 해석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은 반도체 관세를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 상무부는 "이번 합의는 반도체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번 합의에 포함된 '투자위원회'와 '협의위원회' 설치 조항도 불확실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미국 상무부 장관이 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우리나라 산업통상부 장관이 협의위원회를 이끌기로 돼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양 위원회가 상호 협의하며 투자 프로젝트 관련 의견을 서로 낸다"며 "투자위원회는 협의위원회에 프로젝트의 상세 내용을 제공하게 돼있고 협의위원회는 전략적·법적 고려사항 등 의견을 제시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두 위원회가 어떤 법적 지위를 가지며, 실질적 의사결정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30. bjko@newsis.com

[경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30. [email protected]


350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대미 투자펀드의 이익 배분 문제도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현 단계에서는 원리금 회수 전까지 수익을 5대 5로 나누고, 20년 내 원금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만 확인된다.

원금 회수 이후의 이익 배분이나 손실 발생 시 책임 범위는 규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리금 회수 이후의 수익은 5대 5보다 더 불리하게 배분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손실 발생 시 한국이 손실을 전액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사업적 합리성 없이 (추진)했다가 손실이 나면 투자 비율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사업 자체가 양호한 사업으로 선정돼야 한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원금 회수 이후에도 5대 5라는 원칙이 유지되도록 '원금회수 시까지'라는 단서조항을 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알래스카 LNG 사업 등 사업성이 불투명한 사업에 투자를 하게 될 경우 손실에 대한 부분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도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합의에 안주하지 않고 합의 내용이 팩트시트로 구체화되기 전까지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지금이 더 긴장해야 할 시간"이라며 "지금도 협상 담당자들은 계속 오고가는 문구를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수일 내 (합의 내용이) 문서화로 정리되면 논란은 잦아들 것"이라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각오로 국익에 부합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이 29일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 세부안이 확정됐다. 양국은 기존에 합의했던 '상호관세 25%에서 15% 인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역시 15%로 낮추기로 했다. 안보와 관세 분야를 포괄하는 팩트시트는 2~3일 내 발표될 전망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이 29일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 세부안이 확정됐다. 양국은 기존에 합의했던 '상호관세 25%에서 15% 인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역시 15%로 낮추기로 했다. 안보와 관세 분야를 포괄하는 팩트시트는 2~3일 내 발표될 전망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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