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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보다가 '쾅'…여객선 등 해양사고 72%가 '운항과실'

등록 2025.11.23 0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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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해양사고 1만5086건…다시 증가 추세

해양사고 원인 주목…'운항 과실'이 71.8% 차지

운항과실 중 '경계소홀' 등 부주의가 가장 많아

신안 여객선 좌초도 항해사, 휴대폰 보다 발생

운항 과실로 '충돌' 최다 …'좌초·접촉'도 뒤이어

[신안=뉴시스] 지난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사진=목포해양경찰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신안=뉴시스] 지난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사진=목포해양경찰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최근 5년간 발생한 여객선 등 해양 사고의 72%가 '운항 과실'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신안 여객선 좌초 사고'와 같은 '경계 소홀'이 원인이었다.

23일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해양 사고는 총 1만5086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3156건에서 2021년 2720건으로 감소했다가 2022년 2863건, 2023년 3092건, 지난해 3255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선박 종류별로 보면 어선 사고가 전체의 65.1%(9826건)를 차지했다. 이어 요트 등 수상레저기구 2922건(19.4%), 여객선 및 화물선 같은 비어선 2338건(15.5%)이었다.

사고 종류별로는 기관 손상 4502건(29.8%), 부유물 감김 1960건(12.9%), 좌초 861건(5.7%) 등 단순 사고가 가장 많았다. 다만 충돌 1274건(8.4%), 화재폭발 704건(4.6%), 전복 468건(3.1%) 등 인명 피해 우려가 큰 주요 사고도 적지 않았다.

해양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5년간 인명 피해는 총 2534명(사망·실종 603명, 부상 1931명)으로 2020년 553명, 2021년 512명, 2022년 412명으로 줄었다가 2023년 518건, 지난해 539건으로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해양사고 원인이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요 해양사고 원인은 '운항 과실'이 614건으로, 전체(854건)의 71.8%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취급 불량 및 결함 89건, 기타 151건이었다.

특히 운항 과실 중에서도 선박 운항자나 근무자가 주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아 사고 위험을 높이는 '경계 소홀'이 275건(44.7%)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배가 떠 있는 위치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선위 확인 소홀' 39건(6.3%), '항행 법규 위반' 46건(7.4%), 당직근무 태만 7건(1.1%)까지 합하면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절반이 넘는다.

지난 19일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승객 등 267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무인도와 충돌해 좌초된 사고도 항해사가 휴대전화를 보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일등항해사 A씨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다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사고 해역은 섬과 암초가 많아 수로가 비좁은 '위험 구역'으로, 대형 여객선의 경우 수동 운항으로 전환해야 하는 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목포=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에서 발생한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로 긴급체포된 일등항해사 A(40)씨가 지난 22일 오후 전남 목포시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진행되는 구속 전 피의자신문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025.11.22. leeyj2578@newsis.com

[목포=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에서 발생한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로 긴급체포된 일등항해사 A(40)씨가 지난 22일 오후 전남 목포시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진행되는 구속 전 피의자신문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025.11.22. [email protected]

목포해양경찰서는 A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40대 조타수 B씨를 지난 22일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했다.

다만 B씨는 "전방을 살피는 것은 일등항해사 업무다. 조타기 앞에 있었지만 지시를 받았을 때에는 이미 섬이 눈앞에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사고가 나기 13초 전 전방에 섬을 발견해 B씨에게 타각 변경을 지시했다.

해경은 사고 당시 조타실을 벗어났던 60대 선장 C씨에 대해서도 선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 방침이다.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는 선장이 직접 선박의 조종을 지휘해야 하지만, C씨는 "사고 당시 선장실에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가 자칫 '제2의 세월호 참사'로 이어질 뻔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운항 과실로 인한 사고 종류의 경우 전체 932건(복수집계) 중 '충돌'이 602건(64.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추락 등 안전사고 129건(13.8%), 이번 사고와 같은 좌초 81건(8.6%), 시설물에 부딪히는 접촉 54건(5.8%) 등의 순이었다.

정부는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해경은 수사전담반을 설치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과실 여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도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제주를 출항해 목포로 향하던 퀸제누비아2호가 지난 19일 오후 8시16분께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에 뱃머리가 15도 이상 기울어진 채 좌초됐다.

이 사고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 중 임산부를 비롯해 3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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