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레이나 "아이돌 생명 길지 않지만…음악은 계속하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레이나. (사진=레이나) 2025.12.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30/NISI20251130_0002006130_web.jpg?rnd=202511301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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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사람이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죠. 아이돌은 생명이 길다고 보기는 어려운 직업이잖아요. 언젠가 또 보여줄 날을 위해 열심히 하는 거죠."
데뷔 17년 차 가수 레이나(36·오혜린)는 스스로의 현재를 이렇게 설명했다. 걸그룹 애프터스쿨과 오렌지캬라멜의 상큼한 메인보컬, 래퍼 산이와의 듀엣곡 '한여름밤의 꿀'로 기억되지만, 최근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전성기 대신 지금의 자신을 꽤 냉정하게 바라봤다.
단발머리에 파란 카디건과 검정 코트를 걸친 그는 매니저 없이 홀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3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앳된 얼굴이었다.
인터뷰를 제안하게 된 계기는 그의 유튜브 채널 '아임레이나'였다. 일상 브이로그를 올리던 채널이었지만, 인터뷰 시점에는 업로드가 멈춘 상태였다. 레이나는 "(유튜브 제작사와) 계약 기간이 1년이었다. 기간이 만료돼서 끝난 것"이라며 "아쉽다"고 짧게 말했다.
"니즈 안 맞으면 각자 길 가는 것"
![[서울=뉴시스] 레이나. (사진=레이나) 2025.12.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30/NISI20251130_0002006171_web.jpg?rnd=2025113011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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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는 올해 초 언더바고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짧은 동행 끝에 다시 무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소속사와의 결별 이유를 묻자 담백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냥 서로 좀 니즈(Needs)가 안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계약을 종료하고 각자 갈 길 가는 게 좋겠다는, 정말 단순한 이유예요."
그는 현재 'FA 대어'를 꿈꾸기보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있었다. "좋은 곳이 있으면 가겠지만, 제가 인맥이 넓은 편이 아니라 아는 곳이 많지는 않다"며 멋쩍게 웃었다.
혼자 활동하는 고충에 대해서도 감정적인 하소연 대신 현실적인 업무 분석이 먼저 나왔다.
"아무래도 회사가 없으면 일을 공격적이고 능동적으로 잡기는 어렵죠. 들어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혼자 하다가, 회사에 들어갔다가, 다시 혼자 하는 과정을 꽤 오래 반복했어요. 지금 상황이 낯설거나 힘들기보단 '아, 다시 혼자 하는 시기가 왔구나' 싶어요."
전성기보다 '지금'을 보는 법
![[서울=뉴시스] 레이나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애프터스쿨·오렌지캬라멜 재결합에 대해 "현실적 여건이 중요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멤버들과 여전히 단톡방이 있다"며 "이젠 육아나 결혼, 신앙 등 지극히 현실적인 '사는 얘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KBS전주 캡처) 2025.12.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30/NISI20251130_0002006165_web.jpg?rnd=20251130110904)
[서울=뉴시스] 레이나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애프터스쿨·오렌지캬라멜 재결합에 대해 "현실적 여건이 중요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멤버들과 여전히 단톡방이 있다"며 "이젠 육아나 결혼, 신앙 등 지극히 현실적인 '사는 얘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KBS전주 캡처) 2025.12.0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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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애프터스쿨 유닛 오렌지캬라멜로 '마법소녀'와 '까탈레나'를 히트시킨 레이나는 2014년 산이와의 듀엣곡 '한여름밤의 꿀'로 또 한 번 전성기의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에도 '모르겠다' '사랑의 다른 말' 등 솔로곡을 꾸준히 냈지만, '한여름밤의 꿀'만큼의 대중적 파급력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담담했다. "주어진 걸 받아들이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요. 앨범을 내는 것도 '계속 뭔가를 하고 있다'는 데 의의를 두려고 해요."
화려했던 전성기에 비해 줄어든 관심, 소위 말하는 '잊혀짐'에 대해서도 레이나는 담담했다.
"'나는 잊혀지고 싶지 않아요'라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예전엔 더 많이 나왔고 활발하게 활동했었고 지금은 혼자 있고 나이도 먹었으니 잊혀져 가는 건 어느 정도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나는 그때는 잘나갔는데 지금은 왜 이럴까' 이런 식으로 비교를 하면 사람이 당연히 자존감이 떨어지고 힘들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제가 불행해지는 것 같아서 그런 생각들을 지양하려고 해요."
후배 아이돌이 오렌지캬라멜의 히트곡을 커버하는 모습을 볼 때는 어떨까. 돌아온 답변은 '돌직구'였다. "예쁘다, 귀엽다, 고맙다. 그 외에 다른 감정이 들어야 될까요?" 억지스러운 의미 부여를 거부하는 베테랑의 '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생각보다 시크하다'는 기자의 반응에 그는 "원래 아이돌 때 더 시크했다. 그땐 콘셉트가 귀여워서 사람들이 많이 몰랐을 뿐"이라며 웃었다.
"퇴근 후 눕는 게 최고의 행복"
![[서울=뉴시스] 레이나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듀엣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냐는 질문에 "아우 너무 많죠"라며 "제가 좋아하는 백예린 씨, 김동률 선배님, 성시경 선배님"이라고 말했다. (사진=KFN라디오 영상 캡처) 2025.12.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30/NISI20251130_0002006143_web.jpg?rnd=20251130104007)
[서울=뉴시스] 레이나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듀엣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냐는 질문에 "아우 너무 많죠"라며 "제가 좋아하는 백예린 씨, 김동률 선배님, 성시경 선배님"이라고 말했다. (사진=KFN라디오 영상 캡처) 2025.12.0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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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대 조명은 잠시 꺼졌을지 모르지만, 레이나의 시간은 누구보다 규칙적으로 흐른다. 그는 벌써 5년째 국방홍보원 KFN 라디오의 '레이나의 건빵과 별사탕' DJ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시간을 딱 지키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열심히 매일매일 하다 보니까 어느새 그냥 오게 됐더라고요. 이제 5년 됐으니까 사실 적응은 됐죠. 너무 적응이 돼서 루틴처럼 돼 버렸어요."
스케줄이 없는 날엔 밀린 청소를 하고, 러닝을 뛰고, PT를 받는다. 레이나에게 '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묻자 돌아온 대답 역시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일 끝나고 집에 가서 누울 때가 가장 좋지 않나요? '아, 끝났다. 쉴 수 있다' 하는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해요."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레이나는 "가만히 있으면 잊혀지니까, 저를 필요로 하면 웬만하면 응하는 편"이라며 "유튜브도, 예능도 제가 할 수 있겠다 싶은 거는 웬만하면 다 한다. 일 쪽으로는 되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레이나는 헛된 희망 대신, 매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쪽을 택했다. 거창한 롤모델도, 원대한 목표도 없다. 그저 "음악을 계속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냐고요? 제가 듣고 있는 노래들 자체가 조금 차분한 결이 많아요. 정적인 노래, 가사가 수필적인 노래도 해보고 싶고, 좀 가벼운 노래도 해보고 싶어요. 딱히 '무조건 이걸 할 거야' 이런 건 없고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유자차 컵을 카운터에 올려놓고 자리를 떴다. 카페 밖으로 나온 레이나는 사람들 틈에 섞여 횡단보도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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