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여성 5명 중 1명 "배우자·연인 등 '친밀한 사람'에게 폭력 당해봤다"

등록 2025.12.01 14:00:00수정 2025.12.01 14:08: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여성정책연구원, 2021·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분석

19.2%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3년 전보다 3.1%p 증가

교제폭력도 증가…평생 경험률 6.4%로 3년 새 1.4%p↑

여성 40%는 "일상생활에서 여성폭력 피해 두려움 느낀다"

"교제폭력 입법 보완해야…사각지대 포착할 '통합조사' 필요"

[서울=뉴시스] 데이트 폭력. (그래픽=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데이트 폭력. (그래픽=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우리나라 여성 5명 중 1명이 배우자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상대에게 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교제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도 늘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실태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친밀한 관계는 통상 전·현 배우자(사실혼 포함) 및 전·현 연인 관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최근에는 소개팅 또는 맞선으로 만난 관계도 포함해 보기도 한다.

교제폭력은 흔히 데이트폭력으로도 불리며 교제 중이거나 교제했던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에 한정된다.

최근 들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끝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부평 가정폭력 살인사건, 이별 통보를 이유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울산 북구 살인미수 사건 등 친밀한 관계 내의 여성폭력 및 살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연구자인 김효정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평등가족부가 지난 2021년, 2024년 실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토대로 피해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24년 조사에서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 ▲정서적 폭력 ▲경제적 폭력 ▲통제 피해를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19.2%였다. 2021년(16.1%)보다 3.1%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조사 시점 기준 최근 1년간 친밀한 파트너 폭력 피해 경험률은 3.5%였는데, 연령대별로는 40~6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구체적으로 40대가 4.5%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세~59세(4.4%), 60세~69세(4.0%), 19세~29세(3.1%), 30세~39세(2.9%), 70세 이상(1.5%) 순이었다.

교제폭력의 경우 평생 피해 경험률이 6.4%였다. 2021년(5.0%)에 비해 1.4%p 증가했으며 신체적·성적 폭력 피해 경험률도 3.5%에서 4.6%로 1.1%p 늘었다.

조사 시점 기준 최근 1년간 교제폭력 피해 경험률은 0.8%로 조사됐다. 이 중 신체적·성적 폭력에 대한 경험률은 0.6%였다.

다만 이 역시 연령대별로 차이가 컸다. 19세~29세 피해 경험률이 2.3%로 가장 높았고, 그 외 연령대에서는 모두 1.0% 이하로 낮았다.
[서울=뉴시스] 2021년과 2024년 친밀한 파트너에 의해 평생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경험률 변화. 2025.12.01. (자료=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1년과 2024년 친밀한 파트너에 의해 평생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경험률 변화. 2025.12.01. (자료=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부연구위원은 "전·현 배우자를 포함한 전체 친밀한 관계 내의 여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중장년층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지만, 배우자가 아닌 전·현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피해는 젊은 연령대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며 "초혼 지연, 비혼 연령 증가 등 인구·사회학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1년과 2024년 조사 모두 과반을 기록했으나, '안전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021년 16.3%에서 20.9%로 4.6%p 증가했다.

다만 일상에서의 두려움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두렵지 않다'는 응답이 2021년 34.6%에서 2024년 25.2%로 크게 낮아지고, '두렵다'는 응답이 36.4%에서 40.0%로 증가했다. 여성 10명 중 4명은 일상생활에서 여성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스토킹처벌법과 스토킹방지법 제정 등으로 사회 전반의 안전 의식은 일부 개선됐지만,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오히려 커지는 경향이 관찰됐다"며 "이는 여성들의 활동과 생활반경을 위축시켜 젠더화된 사회질서를 재생산하고, 다시 여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법적 공백에 대한 보완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혼인관계와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교제폭력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도 가정폭력처벌법 목적 조항 변경, 반의사불벌죄 배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 폐지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김 부연구위원은 "가정폭력처벌법을 제정한 지 30주년이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가족 변화와 사회 요구를 반영한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통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찰 신고 등 공식 통계에는 포착되지 않는 피해를 파악하기 위한 통합 실태조사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변화하는 젠더기반폭력의 양상을 반영하고, 통계 자료의 양적·질적 확장을 도모하는 통합 실태조사로 친밀한 관계 내 폭력 방지 정책 수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충실한 기초자료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