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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게이트' 공소시효 쫓기는 경찰.…전재수 이어 줄소환 예고

등록 2025.12.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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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촉박한 경찰, 수사팀 증원하며 총력

뇌물죄 적용해 시효 벽 넘을까…법조계 "직무 관련성 입증 관건"

정원주 13시간 조사 이어 전재수 소환…임종성·김규환도 줄소환 예고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9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며 '통일교 게이트' 수사의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특별전담수사팀 출범 불과 8일 만에 핵심 피의자를 소환한 것은, 공소시효 만료 전 사실관계를 확정 짓기 위한 이례적인 속도전으로 풀이된다.

전날 오전 10시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전 의원은 조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한일 해저터널 관련 청탁이나 금품 수수는 명백한 허위"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부산이라는 험지에서 세 번 낙선하고 네 번 당선된 제가 시계 한 점과 2000만원으로 인내를 맞바꿨겠느냐"며 "차라리 현금 200억과 시계 100점이라고 하라. 그래야 최소한의 개연성이라도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금품 수수 시점으로 지목된 2018년 9월 9일 행적에 대해 "당일 고향 의령에서 벌초 중이었다"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는 등 구체적인 알리바이를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는 전 의원이 2018년 무렵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고가 시계 1점을 수수한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15일 전 의원의 자택과 국회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으나, 의혹의 핵심 물증인 명품 시계의 실물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 수사의 가장 큰 적은 '시간'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2018년 건은 이미 만료됐거나 만료 직전인 상태다. 이에 경찰은 '특가법상 뇌물죄' 적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뇌물 수수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공소시효는 10년, 1억원을 넘어설 경우 최대 15년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 압수한 '명품 시계 영수증'을 통해 시계 가액과 현금을 합쳐 3000만원이라는 문턱을 넘기느냐가 이번 수사의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짓는 '골든 라인'이 될 전망이다. 경찰이 전날 정원주 전 실장을 조사하며 자금의 성격과 액수를 캐물은 것도 이 같은 법리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가평 천정궁 등에서 확보한 회계 장부, 명품 구매 영수증, 통일교 행사 관련 품의서 등 방대한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경찰청은 지난 18일 회계 분석 요원 2명을 추가 투입했으며, 오는 22일부터는 수사 인력 5명을 증원할 예정이다. 이번 인력 보강으로 수사에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통일교 가평 천정궁 등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본부의 모습. 2025.12.15.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통일교 가평 천정궁 등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본부의 모습. 2025.12.15. [email protected]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공소시효 확보를 위해 뇌물죄 카드를 꺼냈지만, 실제 기소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고 분석한다. 뇌물죄 성립의 핵심인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입증이 단순히 금품이 오갔다는 정황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 의원이 일관되게 '한일 해저터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도 수사의 걸림돌이다. 뇌물은 통상 '우호적인 직무 수행'을 전제로 하는데, 돈을 받고도 오히려 사업을 반대했다면 대가 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수사에 대해 "단순히 돈을 주고받은 사실만으로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뇌물죄 적용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뇌물죄를 입증하려면 국회 회의록 전체를 분석해 전 의원이 겉으로는 반대하면서도 뒤로는 통일교 측에 유리한 입법 활동이나 민원 처리를 도왔는지 등 이른바 '디지털 핀셋 수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뇌물죄 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경찰이 전 의원의 강력한 논리적 방어벽을 뚫고 대가성의 인과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최대 난관"이라고 분석했다.

수사의 변수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윤영호 전 본부장의 최근 진술이다. 윤 전 본부장은 최근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존 진술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에 경찰은 로비 의혹의 정점인 한학자 총재와 실세인 정원주 전 실장 등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압수한 방대한 회계 자료와 내부 문건 분석을 통해 로비의 지시·승인 라인을 정조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18일 통일교 총재의 전 비서실장이자 최고 실세인 정원주씨를 13시간 동안 조사한 데 이어, 전 의원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임종성 전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도 소환할 전망이다. 두 전직 의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각각 약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한편 윤 전 본부장의 아내이자 전 재정국장인 이모씨도 수사선상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교 내부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정원주 전 실장과 이씨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지난 10여년간 교단의 실권을 장악하고 자금 집행을 주도해왔다"며 "이들은 이미 한 총재, 윤영호 전 본부장과 함께 ‘피고인 4인방’으로 묶여 재판을 받고 있는 공동 운명체인 만큼, 경찰 수사 역시 이들을 정조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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