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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간지러운 등 '벅벅'…'도구 사용' 세계 최초 확인 (영상)

등록 2026.01.22 0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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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베로니카가 데크 브러시를 활용해 신체 부위를 긁는 모습. (사진출처: 커런트 바이올로지) 2026.01.21.

[서울=뉴시스] 베로니카가 데크 브러시를 활용해 신체 부위를 긁는 모습. (사진출처: 커런트 바이올로지) 2026.01.21.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오스트리아의 산간 마을에서 암소가 막대기, 갈퀴, 막대 끝에 솔이 달린 데크 브러시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몸을 긁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번 발견은 소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내셔널 지오그래픽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 앨리스 아우어스페르크 박사팀은 19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베로니카'(Veronika)라는 암소가 데크 브러시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들은 베로니카의 행동이 '도구 사용(tool use)'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인간이 소와 함께 살아온 약 1만년 동안 과학자들이 소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우어스페르크 박사는 지난해 동물의 도구 사용에 관한 책을 출판한 이후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암소가 엉덩이를 긁는 영상이 있었다.

아우어스페르크 박사는 "정말 흥미로워 보였다"며 더 자세히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해 이후 동료 연구진과 베로니카가 있는 집으로 직접 찾아갔다.

산간 마을에서 생활하던 베로니카는 스위스 브라운(Swiss Brown) 종 암소로 제빵사인 주인에 의해 반려동물로 키워졌다. 베로니카는 자유로운 삶을 누리며, 숲과 눈 덮인 산으로 둘러싸인 그림 같은 목초지를 돌아다니는 삶을 살았다. 13살이 된 현재까지도 울타리 안에 놓인 다양한 막대기와 정원 도구를 가지고 오랫동안 장난을 치며 노는 모습이 관찰됐다.

다만 유일한 단점은 여름마다 말파리(horse flies)가 베로니카를 괴롭힌다는 점이었다. 연구진은 이 말파리에 물린 부위를 긁고 싶은 욕구가 베로니카가 스스로 몸을 긁는 기술을 개발하게 된 동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베로니카가 정말 '도구 사용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행동 실험을 진행했다. 아우어슈페르크 박사는 "도구 사용이라는 정의는 매우 엄격하다"며 "도구 사용자로 인정받으려면, 동물이 의도적으로 물체를 잡고 기능적인 끝부분을 목표에 향하게 하며, 기계적 상호작용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험에서 연구진은 데크 브러시를 베로니카 근처에 무작위로 놓고, 그가 어느 쪽 끝을 잡고 몸의 어느 부위를 긁는지 관찰했다.
[서울=뉴시스] 베로니카가 데크 브러시로 등을 긁고 있다. (영상 출처: 커런트 바이올로지) 2026.01.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베로니카가 데크 브러시로 등을 긁고 있다. (영상 출처: 커런트 바이올로지) 2026.01.21.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진은 수십 차례의 실험을 통해 베로니카가 몸의 부위에 따라 브러시의 다른 끝을 사용하고, 긁는 방식도 달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데크 브러시는 한쪽 끝에는 강모 솔이 달려 있고, 다른쪽 끝은 매끈한 막대인데, 베로니카는 입과 혀로 브러시를 들어 올린 뒤 솔 쪽으로는 등과 같은 넓고 단단한 부위를 긁고, 부드러운 배 부분을 긁을 때는 매끈한 막대 부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어슈페르크 박사는 "베로니카의 혀 끝은 정말 솜씨 좋은 검지손가락 같았다. 혀 끝으로 막대기 중간을 안정적으로 잡고 목을 돌리며 몸을 긁기 시작했다.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베로니카의 행동이 의도적이고 통제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인디애나폴리스 동물원 원장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로버트 슈메이커는 "이것이 도구 사용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 목록에 새롭게 추가된 것을 흥미롭게 생각하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했다. 물소나 염소 같은 다른 가축화된 발굽 동물들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소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빈 수의학대학 박사후연구원은 "우리는 베로니카가 소계의 아인슈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특별한 환경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베로니카의 주인에 따르면 베로니카는 3살 때부터 막대기로 몸을 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지난 9년 동안 기술을 연마해 이제는 정밀하게 긁을 수 있다고 한다.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은 "베로니카에게 주어진 시간과 풍부한 환경이 다른 소들에게도 동일한 행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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