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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골 넘은 복음의 흔적…기독교 근대유산을 가다

등록 2026.03.11 06:00:03수정 2026.03.11 06: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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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일 한국교회총연합이 '근대문화유산 탐방'

춘천 교회에서 화진포 셔우드홀 문화센터까지

[춘천=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춘천중앙교회에 있는 이덕수 전도사 동판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춘천중앙교회에 있는 이덕수 전도사 동판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 강릉=뉴시스]이수지 기자 = 험한 산세와 깊은 골짜기가 이어진 강원도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외국인 선교사 뿐아니라 한국 전도인도 헌신하던 선교지였다.

초기 외국인 선교사들에게 강원도는 땅끝처럼 먼 곳이었다. 복음을 전하려는 선교사들의 열정은 한국 토착민들을 통해 이곳까지 전해졌고, 그 흔적은 여러 기독교 근대문화유산에 남아 있다.
 
한국교회총연합이 지난 9~10일 '근대문화유산 탐방'을 춘천, 고성(화진포), 강릉, 원주 등 강원 지역에서 진행했다.

'우리에게 근대 문화는 어떻게 왔을까'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 탐방은 춘천에서는 춘천중앙교회, 예수교병원과 춘천읍교회였던 춘천미술관을, 고성에서는 셔우드홀문화센터와 선교사 휴양시설을, 양양에서는 3·1 운동 만세 기념비를, 강릉에서는 강릉중앙교회를, 원주에서는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일산사료관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강원 지역 선교의 특징은 한국 전도인의 헌신이었다. 1898년 미국 남감리회 한국 최초의 선교사 리드(C. F. Reid)는 춘천과 강원 지역에 권서인(勸書人)으로도 불렸던 매서인(賣書人·각처를 돌아다니며 성경을 판매하던 전도인)을 파송하며 강원 선교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 전도인들은 험한 산길을 넘으며 도착한 이 곳에서 작은 모임을 만들었고, 그 모임들은 훗날 교회로 성장했다. 이러한 전도인들의 노력은 강원 기독교사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인 김정석 감리교 감독은 이번 탐방지에 대해 "강원 지역은 감리교회를 중심으로 비교적 늦은 시기에 복음이 전해졌지만, 지역 교회들은 교육, 의료, 농촌 계몽과 지역사회 섬김을 통해 묵묵히 신앙의 토대를 세워 왔다"며 "특히 초기 교회 공동체의 헌신과 선교사들의 사역은 지역사회 발전과 맞닿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춘천=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춘천중앙교회에 있는 이덕수 전도사 묘비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춘천중앙교회에 있는 이덕수 전도사 묘비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 선교의 시작점 춘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시편 23편 1절')

이 성경 구절이 새겨진 묘비가 춘천 도심에 자리한 춘천중앙교회 뒤편 공원에 세워져 있다. 이 묘비의 주인공은 강원 기독교 역사의 중요한 출발점인 이 교회 창립에 큰 역할을 했던 이덕수 전도사(1858~1910)다.

묘비 양옆에는 이 전도사와 1905년 초가 예배당 사진이 담긴 표지석과 그의 이력 안내 표지석이 놓여 있다.

류지성 춘천중앙교회 부목사는 이 전도사에 대해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우던 사람, 도박꾼, 동네에서 온갖 사고를 치던 사람이었지만 예수님을 영접하면서 변화했고 당시 루스 선교사의 눈에 띄어 춘천에 와 복음을 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강원도에 복음이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다"며 "산세가 워낙 험하다 보니 외국인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려면 현지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전도사를 이곳에 보내면서 춘천중앙교회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춘천=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춘천중앙교회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춘천중앙교회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교회 입구에는 '창립 100주년 기념교회' 비석과 함께 성경구절 '수고하고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가 새겨져 있다.

특히 이곳에는 선교병원이 교회로 바뀐 독특한 역사가 있다. 20세기 초 선교사들이 설립한 춘천 예수교병원은 지역 의료 선교의 중심이었지만 1926년 문을 닫았다. 이후 병원이 개조돼 예배당으로 사용됐다.

교회사를 전공한 홍승표 연세대 교수는 "이 전도사가 주도해 넓은 땅을 매입하면서 강원도 최초의 춘천읍교회와 춘천 최초 의료 선교기관인 예수교병원, 춘천 여자 사회관 등 근대 시설을 세울 수 있는 선교 기지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춘천미술관은 1955년 미 감리회 선교부 병원으로 사용되던 춘천중앙교회 본당이었다. 이후 춘천시에 매각됐지만 교회 측 요청으로 훼손되지 않고 시립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미술관은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고성=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선교사 휴양소 2025.03.11.suejeeq@newsis.com

[고성=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선교사 휴양소 [email protected]


선교사들의 휴식과 사역 공간 고성 화진포

동해안 절경이 보이는 고성 화진포에는 과거 선교사들의 휴양 시설이 해안 절벽 위 송림 속에 자리하고 있다. 선교사들은 이곳에서 쉬면서 선교 활동을 논하며 사역을 준비했다.

1948년부터 1950년까지 '김일성 별장'으로 불렸던 휴양소는 일제강점기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과 윌리엄 제임스 홀(1860~1894) 부부가 독일 건축가 베버에게 의뢰해 세운 건물이다.

유럽의 성 같은 모습 때문에 '화진포의 성'으로도 불렸던 이 건물에는 홀 부부 관련 자료와 영상, 한국전쟁 발발 전 김일성 별장을 재현한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화진포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도 있다.
[고성=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선교사 골프 연습 시설 2025.03.11 suejeq@newsis.com

[고성=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선교사 골프 연습 시설 2025.03.11 [email protected]


이곳 송림에서는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미니 골프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든 다양한 형태의 골프 연습 시설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홍 교수는 "의료 시설도 변변치 않고 위생 환경도 열악했던 한국 선교 현장에서 전염성 질환이 창궐하는 여름 한때 번잡한 도시를 떠나 쾌적하고 안전한 지역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선교사로서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편이었을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는 주 5일 근무 역시 기독교 복음과 선교의 열매가 생활 속에 스며든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화진포에는 홀 부부를 기리는 문화시설인 '셔우드홀문화센터'가 있다. 홀 부부는 한국에서 결핵 퇴치 운동을 펼치고 '크리스마스 씰'을 보급하는 등 의료 선교에 헌신했다.
[고성=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셔우드홀문화센터에서 설명하는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김정석 감리교 감독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고성=뉴시스] 9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셔우드홀문화센터에서 설명하는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김정석 감리교 감독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센터에는 로제타 셔우드 홀의 두루마리 기행 편지와 여권, 윌리엄 제임스 홀이 헨리 아펜젤러 목사에게 보낸 편지 등 홀 가족의 선교 활동과 의료 사역을 소개하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김 감독은 "개신교 역사와 한국 근대사에서 이분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이분들은 우리나라 의료 선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은 우리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소외된 사람들, 억눌린 사람들, 여성들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자유와 평등, 여성 인권, 의료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양양=뉴시스] 10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3·1만세운동기념비 2025.03.11po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양양=뉴시스] 10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3·1만세운동기념비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 선교의 중심지 강릉

둘째 날 첫 탐방지인 양양에서 교회사에서 중요한 인물은 독립운동가 남궁억(1863~1939) 장로다. 그는 1907년 양양에 현산학교를 세워 교육을 통한 계몽운동을 펼쳤다.

당시 학교에서는 신문물과 자유·평등 사상, 기독교 신앙을 함께 가르쳤다. 이 교육은 학문 교육을 넘어 민족 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현산학교 출신 인물들은 1919년 3·1운동 당시 지역 만세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이를 기리는 3·1운동 만세 기념비가 양양에 있다.

1919년 3·1운동 소식이 늦게 전해진 강릉과 양양에서는 만세운동이 4월에 일어났다. 4월 2일 강릉중앙교회 담임목사였던 안경록 목사가 강릉 지역 청년 단체와 유지들과 협력해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안 목사와 강릉교회 청년들이 중심이 돼 시작한 만세운동은 양양으로 이어졌다.

홍 교수는 "현산학교는 엘리트 양반 출신 민족 지도자인 남궁억 장로가 설립한 학교로 양양군 현남면에 있었다"며 "이곳에서 청년들이 어릴 때부터 민족 의식을 배우고 성장해 3·1운동이 일어났을 때 만세운동을 펼쳤다.  남궁억 장로의 교육이 만세운동으로 꽃피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양양 만세운동은 강원 지역 만세운동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고 가장 격렬했으며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며 "고성, 강릉, 양양으로 이어지는 만세운동 역시 기독교인들이 주도했다"고 덧붙였다.
[강릉=뉴시스] 10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강릉중앙교회에 있는 안경록 목사 동상 2025.03.11o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강릉=뉴시스] 10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강릉중앙교회에 있는 안경록 목사 동상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강릉중앙교회에는 당시 초기 교회의 초석과 종이 남아 있다. 이 종은 안 목사가 1924년 6월 교회를 새로 지으면서 설치한 것이다.

강릉중앙교회 담임목사 박태환 목사는 "초기 외국인 선교사들이 강릉에 와 선교했을 때는 가정집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가정 예배당 형태였다"며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예배당 건물을 세운 사람이 안경록 목사"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일제강점기 군국주의가 극에 달했을 때 일제가 교회 대문과 종을 모두 뜯어갔다"며 "그럼에도 해방 이전 교회 가운데 종이 남아 있는 경우는 교인들이 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기 때문이며, 그만큼 교인들의 항일 의식과 민족 주체성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주=뉴시스] 10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일산사료관 2025.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원주=뉴시스] 10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일산사료관 2025.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원주 역시 강원 지역에서 교육과 의료 선교의 중심 역할을 했던 도시다. 외국인 선교사들은 병원과 학교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며 선교했고 이러한 활동은 지역 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주에 남아 있는 기독교 유산들은 당시 외국인 선교사들의 헌신과 지역 교회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흔적이다. 그중 원주 선교의 핵심 유산은 현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모체인 '서미감병원(瑞美監病院)'이다.

홍 교수는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안에 있는 이 건물은 원주 복음 선교사로 파송됐던 모리스 선교사가 거주 목적으로 1918년 선교사 지구 안에 지은 양관 건물"이라며 "당시 여러 건물이 있었지만 한국전쟁 때 대부분 파손됐고, 남아 있던 건물들도 병원 확장으로 철거됐다. 현재 이 건물이 원주 일산동에 조성됐던 선교사 지구 내 선교사들의 거주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옛 양관 건물"이라고 말했다.

지하 1층과 지상 1, 2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 가운데 1층에는 초기 교회 모습을 담은 사진과 의료 선교를 펼친 외국인 선교사들의 이름이 담긴 자료, 1925년 원주읍교회로 사용될 당시 걸렸던 '호랑이 자수 액자' 등 초기 교회 관련 역사 자료가 전시돼 있다.
[원주=뉴시스] 10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일산사료관 내부 전경 2025.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원주=뉴시스] 10일 한국교회총연합 '근대문화유산 탐방' 중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일산사료관 내부 전경 2025.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층에는 해방 후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용된 혈압 측정기, 원심분리기, 제세동기, 초음파 물리치료기 등 다양한 의료 기구가 전시돼 있다.

홍 교수는 "강원도 초입부터 산이 첩첩산중이고 접근성이 어렵다 보니 선교사들이 직접 들어오기보다 잘 훈련된 한국인 전도인 매서인을 보냈다"며 "새로운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이고 선교 열정이 뜨거웠던 한국인 전도인의 역할과 활약이 역설적으로 빛났던 땅이 바로 강원도였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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