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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아버지 이야기에서 가족 이야기로…고선웅의 '리어왕외전'

등록 2026.03.11 23:10:38수정 2026.03.11 23: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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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공작소 마방진 창단 20주년 맞아 선봬

'리어왕'에 이영석, '글로스터'에 정웅인

고선웅 "사이좋게 지내야겠다 느꼈으면"

[서울=뉴시스] 배우 이영석이 연극 '리어왕외전'에서 '리어왕'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옐로밤 제공) 2026.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이영석이 연극 '리어왕외전'에서 '리어왕'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옐로밤 제공) 2026.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해. 슬픈 옛이야기."

배우 이영석이 조용필 8집 타이틀곡 '허공'을 절절하게 부르며 무대를 장악했다. 이영석이 맡은 '리어왕'이 믿었던 딸들에게 배신당하고 안개섬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연출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각색한 '리어왕외전' 연습무대가 11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미아운정그린캠퍼스에서 열렸다.

원작처럼 '리어왕'은 현명하지 못했다. 정웅인이 연기하는 '글로스터'와 달리 눈이 있음에도 보지 못했던 '리어왕'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과정에 노래가 흘러나왔다.

[서울=뉴시스] 연출 고선웅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5.08.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출 고선웅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5.08.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동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적 없었어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데 그 부분이 아주 힘들어요."

고 연출이 관록 있는 배우보다 60대인 이영석을 캐스팅한 이유다. 원작과 다르게 '리어왕 외전'은 보다 역동적으로 주제를 향해 나아간다.

고 연출은 원작과 차이점으로 '편안함'을 꼽았다. "연극은 놀이(play)잖아요. 놀이에는 규칙성과 약속이 있고, 연극은 놀이가 지속될 수 있게 그걸 찾아가면서 즐겁게 노는 거죠." 무게감을 내려 둔 이유는 관객이 거리를 두고 보기보다 '우리 집안 이야기'로 느끼길 바라서다.

공감대를 높이기위해 인물에 대한 해석도 달리했다. 장녀 '거너릴'과 차녀 '리이건'을 연기한 강지원, 조한나는 나이 든 아버지에게 냄새가 난다거나 밥을 먹을 때 소리가 난다며 구박한다. 현실에 충분히 있을 법한 설정이다.

스토리도 바뀌었다. 딸과 아들에게 각 배신을 당해 비극을 맞이했던 '리어왕'과 '글로스터'는 여전히 죽음을 맞지만, 권선징악에 나선다. 이후 같은 처지에서 '코딜리어'와 '에드거'가 맺어진다. 노년 남성에 관한 이야기가 가족 이야기로 바뀌는 지점이다.

 원작 속 광대는 거북이로 변해 짧은 대사로 '리어왕'의 생각을 대변한다. 2020년까지 '리어외전'이었던 작품 이름을 '리어왕외전'으로 바꾼 이유도 원작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서울=뉴시스] 배우 정웅인이 연극 '리어왕외전'에서 '글로스터'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옐로밤 제공) 2026.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정웅인이 연극 '리어왕외전'에서 '글로스터'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옐로밤 제공) 2026.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잘못된 선택에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는 '리어왕'과 '글로스터'를 고 연출은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그저 '리어왕'의 잘못을 부각하기보다 서로가 '자화상'처럼 마주 보며 깨닫기를 바랐다.

그 운명의 전제조건은 나이 듦이었다. 이영석은 "리어왕이 리어카를 끄는 건 나의 시대는 갔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필연으로서 죽음이 쓸쓸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고 연출은 "리어카라고 하는 구시대 유물로 잔재들을 정리해서 빠지고, 다음 세대에 맡기는 것처럼 세상이 정리정돈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고 말했다.

고 연출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효도해야겠다'라는 생각 전에 '사이좋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지원, 조한나, 이지현은 각 '현명하게 나이 든다는 것' '사랑이란 게 무엇인지' '사랑과 다정함'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극공작소 마방진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고선웅 연출작 '리어왕외전'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옐로밤 제공) 2026.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극공작소 마방진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고선웅 연출작 '리어왕외전'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옐로밤 제공) 2026.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리어왕외전은 마방진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칼로막베스'에 이어 선보이는 작품이다.
고 연출은 "2012년 초연했다가 개인적으로 참패했다고 생각하는 공연"이라고 전했다. 그가  이 작품을 다시 꺼내 든 건 원형 무대로보다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어서다.

'글로스터'를 연기한 정정웅은 고 연출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 지난해 '조씨고아, 복수의씨앗' 뒤풀이에도 쫓아갔다고 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도 무대에 설 수 있는 토대를 밟아가고 싶었던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마치 '새로운 연기수업'을 받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영석은 '빠른 언어'와 '세심한 디렉팅'에서 오는 '드라이함'을 고 연출의 매력으로 꼽았다. 정웅인 역시 연기와 감정 사이를 잡는 디렉팅이 매력적이라 덧붙였다.

준비 과정도 경쾌했다는 후문이다. '에드거'를 연기한 조용규는 "할 때마다 새로워 재밌고 연습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조한나도 "6년 전보다 더 농익었다. 코러스도 그렇고 더 합이 잘 맞아서 좋다"고 말했다.

연극 '리어왕외전'은 오는 20일부터 4월 12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관객을  만난ㅣㅣㅣㅣㅣ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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