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추경' 25조 초읽기…역대 3번째 규모, 예상보다 큰 배경은
당정청, 고유가 대응 등 위한 25조 '전쟁추경' 편성 가닥
예상치(15조~20조) 상회…2006년 이후 3번째로 큰 규모
중동사태 장기화, 물가 급등, 경기 위축 우려에 선제 대응
"취약계층·지방 우선 지원 바람직…적절한 경기부양 필요"
"중동사태 영향 불확실한데 성급해…물가 상승 압력 키워"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2일 서울의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6.03.22. bluesod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22/NISI20260322_0021217743_web.jpg?rnd=20260322121939)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2일 서울의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6.03.22. [email protected]
23일 정치권과 관련 부처에 따르면 당정청은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전쟁 추경을 25조원 규모로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추경은 고유가 대응과 취약 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법인세 등 올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활용할 계획이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실물 및 민생부분 관련해 전쟁 추경을 신속 편성해 물류·유류비 경감, 소상공인·농어민 등 민생 안정, 피해 수출기업 지원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특히 직접·차등지원 통해 취약 계층 및 지방 등 어려운 부분에 더 많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르면 이번 주 추경안을 발표하고 다음 주 국회에 제출해 내달 10일 처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25조원의 추경 규모는 당초 시장과 정부 안팎에서 전망했던 15조~20조원보다 클 뿐 아니라 과거 추경 사례와 비교해도 상당히 큰 규모다.
이번 전쟁 추경의 실제 지출 증액 규모가 25조원일 경우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실시된 18차례의 추경 중 2022년 5월(52조4000억원)과 2021년 7월(31조8000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큰 수준이 된다.
또 정부가 지난해 실시했던 두 차례의 추경(2025년 5월 13조8000억원, 2025년 7월 16조2000억원)보다도 훨씬 지출 규모가 커진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 필요성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이 4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국제유가(브렌트유)는 이전보다 50% 가까이 상승한 배럴당 110 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와 LNG 등 에너지 제품 뿐만 아니라 나프타, 비료 등의 수급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유가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중동 사태가 지속될 경우 경기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씨티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2%로 내렸고, 골드만삭스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를 0.3~0.5%p 낮췄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 개선,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동 사태와 관련해서는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및 경기 하방 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그린북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경제가 중동 상황이 급변하기 전에는 회복세에 있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조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03.23. kkssmm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23/NISI20260323_0021218886_web.jpg?rnd=20260323110623)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03.23. [email protected]
일각에서는 중동 사태로 유가가 급등해 민생의 어려움이 커진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필요한 시점에 재정을 너무 소극적으로 운영해 오히려 경제가 더욱더 추락하는 그런 어떤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적절하게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25조원 정도면 상당히 큰 규모긴 하다.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초과 세수보다는 규모가 큰 것 같다"며 "취약계층과 지방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지원을 하고, 여력이 있는 경우 일반 국민들도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이 돼야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 중동 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성급하게 대규모 추경을 마련했다는 비판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가 해결되고 실질적인 경기 위축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하면 오히려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지방선거용' 추경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도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50조원대의 추경을 실시해 당시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규모 재정 투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2022년 물가상승률은 5.1%까지 치솟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조원 규모면 단순히 취약계층 지원을 넘어서 사실상 경기부양 성격이 강한 추경"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재정을 풀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지금은 중동 사태 등 대외 변수들이 많아서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유가가 얼마나 오를지, 경기가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 다 불확실한데, 이런 상황에서 초기에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건 정책 여력을 스스로 줄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환율도 심상치 않고, 원유 가격이 이렇게 뛰다 보면 물가가 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유가 상승 때문에 생업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에게 조금 집중하는 추경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추경을 하다보면 패키지가 커진다. 더군다나 6월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처음 의도와는 달리 일반적인 경기부양형 추경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경계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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