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도 '학평' 치를 수 있나…제도 개선 주목
서울행정법원, 응시 거부 취소 청구 '일부 인용'
지난해 학교 밖 청소년들 응시 신청했으나 거부
서울교육청 "판결 존중…교육기회 보장 살필 것"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026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일인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감독관이 수험생들에게 OMR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 2026.03.24. kch05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24/NISI20260324_0021219675_web.jpg?rnd=20260324090500)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026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일인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감독관이 수험생들에게 OMR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 2026.03.24. [email protected]
27일 판결문을 살펴보면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등이 서울시교육감·경기도교육감·부산광역시교육청 학력개발원장·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현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학력평가 응시신청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원고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에 대한 소도 제기하고 2025학년도 학평 시행기본계획 중 시행 대상을 고등학교 1·2·3학년으로 정한 것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 밖 청소년 학평 '응시 신청권' 인정…"교육 지원 요구 권리 有"
학평은 초·중등교육법 제9조 및 동법 시행령에 근거해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평가다. 이는 재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진단하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 및 진로지도를 지원하기 위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3월·5월·6월·7월·9월·10월 연 6회 실시된다. 경북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9월 고등학교 1·2학년 대상 학평에 한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한 차례 확대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원고를 포함한 학교 밖 청소년 7명은 서울·경기·부산교육청에 학평 응시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들 교육청은 같은 해 4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고등학교 재학생 중 희망 학교 및 희망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고등학교 재학생이 아닌 자들의 응시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통보했다.
피고 측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학평 응시를 요구할 법적 신청권이 없어 거부 통보는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신청권을 인정하고 이를 처분으로 보아 취소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시행 근거로 초·중등 교육법 제9조 제1항을 들고 있을 뿐인데 위 조항에서는 '교육부 장관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피고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의 근거로 들고 있는 위 조항에 의하더라도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아닌 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한 신청권을 배제하는 의미라고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법·교육기본법·청소년기본법, 학교밖청소년지원법이 교육·청소년 차별을 금지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차별 시정과 교육 지원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도 짚었다.
'행·재정적 부담' 논리에…"기회 박탈 정당화할 만큼 안 커"
학평에 응시할 수 없는 상황은 경제적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학평 없이 실전 감각을 유지하려면 결국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수영 활동가는 "현장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현장감을 위해 집단으로 시험을 보고 싶다면 사교육 업체, 학원을 통해서밖에 할 수 없다"며 "경제적 부담이 증대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재판부는 사교육비 절감 등을 포함한 학평의 목적이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필요하다며 응시 신청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2025학년도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행 기본계획에서 밝히고 있는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시행 목적은 '수능 적응력 제고 및 교사·학생·학부모에게 진로진학 자료 제공, 학력 진단 및 성취도 분석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력 신장, 고등학교 교수·학습 과정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평가를 통해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것인바 비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단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그 신청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앞서 본 학교밖청소년법 등 관계 법령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 금지 등 의무에 반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시험 종료 후 정답지, 해설지를 제공받아 문제를 풀고 채점하더라도 재학생과 비교했을 때 불리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험 종료 후 문제지를 제공받아 풀어보는 경험은 실제 수능시험과 같이 감독관의 감독 하에 다른 학생들과 동시에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풀고 답안을 작성하여 제출하는 경험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전혀 응시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실제와 같은 시험에 응시하여 수능 적응력을 제고하고 상세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통해 학업 및 진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재학생들과 비교할 때에 현저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피고 교육감들이 주장한 행·재정적 부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서울특별시의 경우 연간 51억원 상당, 부산광역시의 경우 연간 35억원 상당, 경기도의 경우 연간 64억원 상당의 예상 증가가 예상된다고 주장한다"며 " 위와 같은 예산의 증가는 학교 밖 청소년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N수생을 포함하여 산정한 기준이므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응시기회를 개방하는 경우의 재정적 부담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 교육감들이 들고 있는 행정적, 재정적 어려움이 다시 제도권 교육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그 준비 단계에서부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4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6.03.24. jt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24/NISI20260324_0021219749_web.jpg?rnd=20260324095043)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4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6.03.24. [email protected]
제도적 개선 전환점 될까…"대한민국교육감협과 햐우 지원 방안 논의"
소송을 대리한 홍혜인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응시할 자격이 있으니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다른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력평가를 응시 신청하게 될 때 같은 사유로는 거부할 수 없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학력평가를 응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행정적 의무가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 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기회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연합학력평가 운영 방식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 및 예산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와 16개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판결의 취지와 법리를 검토하고 향후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여 제도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살펴보고, 학교 밖 청소년 응시 기회 보장을 위해 16개 시도교육청과 적극 논의하고 협력하겠으며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 기회 보장을 위해 교육청의 정책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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