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 예산만 1500억원…K리그 지자체구단의 불편한 진실
등록 2026.08.10 08:00:00수정 2026.08.10 08:30:24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0/05/19/NISI20200519_0000529929_web.jpg?rnd=20200519165615)
[서울=뉴시스]
4일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지난 6월 멕시코 휴양지 캉쿤 등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9개 시·도민구단 대표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구단 예산으로 1인당 1592만4000원에 달하는 비즈니스석을 탄 사실이 드러났다.
김포FC에서는 내부 직원이 수년에 걸쳐 약 8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구단 예산에 버금가는 거액이 유용할 때까지 감시망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K리그는 전 세계 축구계에서 흔치 않은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스스로 버는 구단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지차체구단'이 더 많기 때문이다.
현재 K리그 1·2부 전체 29개 구단 중 시·도민구단은 강원FC, 인천 유나이티드, 부천FC, FC안양, 광주FC 등 19개나 된다. 2000년 10개 구단에서 올해 29개로 늘었는데, 신생 기업구단은 서울이랜드(2014년)와 대전하나시티즌(2020년 지자체구단 인수) 두 팀뿐이다.
지차체구단에는 매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명목으로 예산이 투입되는데, 나라살림연구소가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K리그 시·도민구단에 배정된 지자체 예산은 총 1511억원에 달한다.
한 구단에 평균 약 88억원의 세금이 들어간 셈인데, 이렇게 6~7년이 흐르면 세금만 무려 1조원이 녹는다. 이 정도면 축구에 미친 나라인데, 월드컵 성적은 32강 진출 실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도민구단들은 돈 버는 일에 관심이 없다. 세금을 다 쓰고 또 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시즌 도중에 부족하면 시의회에 손 벌려 추가경정예산을 타내면 된다. 불쌍한 척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돈이 생긴다. 지차체구단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이유다.
시·도민구단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지방 소멸 시대에 구단을 통한 지역 홍보 효과와 원정 팬 유입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 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강원FC는 도의 투자 대비 약 5배인 700억원 규모의 홍보 효과를 창출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한 해에 1500억원의 세금을 태워 얻는 효과치곤 매우 미미하다. 차라리 그 돈으로 지역 유소년·선수·지도자 등 축구 인재를 육성하는 데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K리그에 시·도민구단은 더 이상 생겨선 안 된다.
시민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지자체구단은 정치권이 바뀔 때마다 구단 인사와 운영 방식이 달라져 연속성이 없다. 김포FC와 같은 횡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당장 지자체구단을 줄일 수 없다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감시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 구단의 세금 운영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견제해야 한다.
아울러 각 지자체는 시·도민구단의 세금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K리그 관련 종사자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팀을 운영해야 한다. 거품을 걷어내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려 하지 않는다.
동시에 구단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유니폼 판매와 마케팅, 선수 육성을 통한 이적료 수익 등을 고민해야 한다.
세금으로 한 시즌 성적은 반짝할 수 있으나, 그게 영원할 수는 없다. 한 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나섰던 성남FC는 구단 예산이 줄면서 추락을 거듭했고, 현재 2부리그에서도 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구단 살림이 풍족할 때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이다. 세금만 축내서는 미래를 그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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