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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미국의 봉쇄로 어떻게 이란 숨통 조이는 통로가 됐나

등록 2026.04.16 17: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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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어페어즈 분석…이란, 해협 의존도 가장 높고 대체 통로도 없어

중동 최대 곡물 및 유지종자 수입국 이란, 해협에 전적 의존

“해협, 이란의 비밀 무기 아닌 아킬레스건이자 몰락의 원인 될 가능성”

[서울=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출처 :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 2026.04.16.

[서울=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출처 :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 2026.04.16.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를 올리는 등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려 미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하 해협) 선별 통행 허가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했으나 미국이 13일부터 역봉쇄에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 재단’의 선임 연구원이자 2017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부국장을 역임한 미아드 말레키는 15일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미국의 해협 봉쇄가 어떻게 해협을 이란의 목줄을 조이는 통로로 만들었는지 상세히 분석했다.

이란, 해협 의존도 가장 높고 대체 통로도 없어

이란이 석유 뿐 아니라 식량 등 수송에서 해협 의존도가 가장 높고 따라서 이곳이 봉쇄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데다 다른 대체 통로도 없다는 것이 골자다.   

이란은 전쟁 이후 해협 봉쇄를 통한 통제권이 강력한 협상 카드임을 깨달았고 강력한 억지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란은 해협 통제를 통해 세계 최강 공군력을 보유한 미국의 압력에 저항하고 평화 협상 요구를 거부하며, 궁극적으로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말레키 연구원은 해협을 이란의 강력한 무기고로만 여기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란은 그 어느 나라보다 해협 봉쇄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란의 해상 무역량 중 90% 이상이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 봉쇄는 이란의 모든 수출품, 특히 석유 등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과 곡물 수입을 막는다.

봉쇄가 몇 주간 지속되면 식량 부족은 물론 석유 저장 공간도 부족해져 생산량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중동 최대 곡물 및 유지종자 수입국 이란, 해협에 전적 의존

해협을 이란이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요충지로만 보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레키 연구원은 진단했다.

해협 폐쇄로 이란 경제의 생명줄도 단절됐기 때문이다. 이란 중앙은행 자료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추산에 따르면 2024년 이란 전체 수출액의 65~75%는 탄화수소(석유와 천연가스)가 차지했고 거의 전부(약 92~96%)가 해협을 통과했다. 또한 거의 전량은 하르그섬 터미널에서 선적됐다.

상당한 파이프라인 우회 수송 능력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와는 달리 이란은 대체 수출 통로가 없다.

2021년 오만만으로 연결되는 고레-자스크 파이프라인을 공개했지만 2024년 여름 하루 7만 배럴 미만의 원유만을 선적했고, 그나마 그해 10월부터는 가동을 중단했다.

해협을 통한 수입 봉쇄 타격도 심각하다. 이란은 중동 최대의 곡물 및 유지종자 수입국이다.

걸프 시장으로 수입되는 연간 3000만t의 곡물 중 약 1400만t이 이란으로 향하는 모든 곡물은 해협 통과에 의존한다.

해협 밖 오만만의 차바하르항은 해협 내부 반다르 이맘 호메이니 항 처리량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이곳도 미군의 봉쇄에 막혔다.

전쟁 이후 이란이 해협 봉쇄로 경쟁국 원유 수출을 막아 하루 1억 달러 이상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는 블룸버그 등의 보도도 회계상의 속임수라고 말레키 연구원은 주장한다.

이는 하르그섬과 자스크 두 터미널에서 선적된 원유량의 가격을 말하는 것으로 실제 인도 및 결제된 원유량이나 이란이 사용할 수 있는 수익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선적, 인도, 결제는 이란의 제재 회피 공급망에서 서로 다른 항목이기 때문이다. 선적했다고 인도하고 대금을 결제받았다는 것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금액도 이란은 제재 회피 때문에 국제 기준 가격보다 배럴당 약 10달러 낮은 가격에 판매했고 판매 수익금도 중국내 위안화 계좌에 쌓이지만 이를 환전하거나 본국으로 송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유 생산량 감소·중단, 인프라에 영구적 손상 초래할 수도

해협 봉쇄는 이란의 석유 인프라에 영구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총 5000만~5500만 배럴 규모의 육상 석유 저장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봉쇄 이전 이미 약 60%가 차 있었다. 봉쇄가 지속되고 그림자 선단 등을 통한 수송이 중단되면  이 저장 시설은 몇 주 안에 가득 차게 된다.

노후 유정의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가동이 중단되면 관련 시설과 화학 물질에 손상을 입히고 향후 생산성을 영구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

가동이 중단된 유정을 재가동하면 유정 바닥에서 물이 유입되는 ‘수분 유입(water coning)’ 현상이 발생해 그 자체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강제 가동 중단은 하루 최대 50만 배럴의 생산 능력을 영구적으로 파괴할 수 있으며, 이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수익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3위 매장국 이란, 휘발유 등 수입 의존…전략 비축 12일분 불과

이란이 세계 3위 원유 매장국가지만 노후화된 정유 시설로 하루 약 2600만 갤런의 휘발유밖에 생산하지 못해 하루 소비량 3000만 갤런에 미치지 못한다.

이란은 매년 약 20억 달러 상당의 휘발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주로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하는 해상 물물교환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은 전략적 연료 비축량도 부족해 약 4억 갤런의 휘발유와 3억 4000만 갤런의 디젤은 국내 소비량의 약 12일분에 불과하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순수입 기준인 90일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양이다. 전쟁 이후 이란이 주유소 구매 한도를 7.0갤런에서 5.3갤런으로 줄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이란이 해협을 통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하는 주장은 착각이라는 것이 말레키 연구원의 논지다.

이란이 폐쇄하겠다고 위협하는 요충지는 이란의 숨통을 조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와 가스는 이란 GDP의 약 25%, 수출 수익의 80%를 차지하는데 호르무즈 해협 외의 다른 운송 경로로는 그 손실을 거의 만회할 수 없다는 취약점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비밀 무기가 아니라 이란의 아킬레스건이자 몰락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레키 연구원은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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