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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출 빗장 푼 일본…'하드파워 부활' 신호탄 되나

등록 2026.05.06 1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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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핀켈 "평화 체제 아래 제약받던 방위산업 활성화" 분석

중국 군사활동·대만해협 긴장·미국 안보 보장 불확실성 영향

생산능력·사이버보안·공급망 안정성이 최우선 과제

[일본=AP/뉴시스] 매슈 핀켈 미국외교협회(CFR) 국제문제 펠로는 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일본의 방위산업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2024년 10월 일본 가고시마현 도쿠노섬에서 실시된 미·일 합동 군사훈련 모습. 2026.05.06.

[일본=AP/뉴시스] 매슈 핀켈 미국외교협회(CFR) 국제문제 펠로는 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일본의 방위산업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2024년 10월 일본 가고시마현 도쿠노섬에서 실시된 미·일 합동 군사훈련 모습. 2026.05.06.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일본이 방위산업 기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안보를 지탱해온 '평화헌법' 체제가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최근 중국의 군사적 압박, 대만해협 긴장, 미국 안보 보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맞물린 결과다.

매슈 핀켈 미국외교협회(CFR) 국제문제 펠로는 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일본의 방위산업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달 21일 각의(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살상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개정을 단행했다.

이번 조치는 일본 안보 정책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에는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바다의 기뢰 등 위험물 제거) 등 5개 비전투 유형으로만 제한됐던 수출 범위를 확대했다. 이제 일본은 호위함과 전투기 등 실질적인 살상 능력을 갖춘 완제품 무기를 해외로 보낼 수 있게 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중국·북한 등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와 안보 환경 악화를 정책 전환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하드파워(방위산업)의 부활을 뒷받침할 소프트파워(정보 역량)를 강화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안보 자립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일본 방위산업은 연합군 점령기에 제정된 헌법의 제약 아래 평화주의 안보 정책을 유지해왔다. 일본은 헌법상 군대 보유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위대를 통해 상당한 방위력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방위산업은 오랫동안 제약을 받아왔다. 일본 정부는 최근까지 살상 무기 수출을 금지했고, 방위산업에 대한 사회적 경계도 강했다. 방위산업체의 주요 고객은 사실상 자위대에 한정됐고, 제한된 수요와 예산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일본은 안보 보장과 군사 장비 조달을 미국에 크게 의존해왔다. 핀켈은 방위산업 기반 약화가 전시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필요한 장비와 탄약을 자체적으로 충분히 생산·공급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돼왔다는 것이다.
[교토=AP/뉴시스] 매슈 핀켈 미국외교협회(CFR) 국제문제 펠로는 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일본의 방위산업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9일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미군 기지 내 자위대 시설에서 폭발이 발생한 뒤, 미군 관계자들이 현장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 2026.05.06.

[교토=AP/뉴시스] 매슈 핀켈 미국외교협회(CFR) 국제문제 펠로는 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일본의 방위산업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9일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미군 기지 내 자위대 시설에서 폭발이 발생한 뒤, 미군 관계자들이 현장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 2026.05.06.


최근 일본의 안보 인식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배경은 중국의 군사 활동 확대다. 중국의 공세적 움직임은 일본 내 안보 우려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다.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일본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방위정책 논의에 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일본의 안보 논의에 변화를 가져왔다. 유럽에서 발생한 전쟁이 아시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내에서는 기존 방위체계만으로 충분한 지에 대한 논의가 확대됐다.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신뢰가 과거보다 약해진 점도 자체 방위력 강화 논의를 촉진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일본의 방위 관계자들은 현 상태의 일본 전력만으로는 대만해협 유사시와 같은 장기 충돌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사일 비축량과 방위산업 생산 능력이 장기전을 지속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일본은 방위산업을 국가안보를 뒷받침하는 산업 기반으로 다시 정비하고 있다. 해외에서 장비를 도입하는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 생산과 비축 능력을 키우는 방향이다. 장비 이전과 수출 가능성을 넓혀 방위산업의 시장 기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핀켈은 일본이 방위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산능력 부족, 사이버보안 취약성,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꼽았다. 방위산업은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며, 첨단 미사일과 항공기 생산을 위해서는 정교한 부품망과 철저한 보안 시스템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변수다. 일본은 안보 측면에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경계하면서도, 산업 공급망과 교역 측면에서는 중국과 연결돼 있다.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려면 생산망 안정성과 경제안보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핀켈은 일본의 방위산업 강화는 단순한 장비 도입 확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후 평화주의에 기반을 둔 안보 노선이 변화한 국제 안보 환경에 맞춰 조정되는 과정이다. 일본이 생산능력, 사이버보안,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경우 자국 안보뿐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 질서와 국제 방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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