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 단체협상 담합 면책 추진에…공급망 차질 우려는?
소기업 단협 통지만으로 5년간 면책
담합 금지 원칙 예외 확대 논란 여지
소비자 피해·공급망 차질 사후통제 관건
중기업 요건·노조 적용 제외 경계 숙제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 정책 대전환 촉구 범 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등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09. yes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09/NISI20260609_0021313919_web.jpg?rnd=20260609145935)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 정책 대전환 촉구 범 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등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0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정부가 소기업·소상공인의 단체협상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정 적용을 원칙적으로 면제하기로 하면서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 강화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개별 사업자만으로는 대기업·중견기업과 대등하게 거래조건을 협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기업·소상공인의 공동 대응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가격·거래조건 공동 결정이라는 담합의 핵심 요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만큼, 제도 남용과 소비자 피해를 막을 세부 기준을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소기업·소상공인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상대로 단체협상에 나서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정 적용을 면제하는 내용의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협상 참가자가 모두 소기업·소상공인인 경우 공정위에 협상 참가자, 상대방, 행위 내용을 통지하면 즉시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된다. 효력은 5년간 유지된다.
중기업이 포함된 단체협상은 거래의존도 등 형식적 요건을 확인한 뒤 신고 수리 방식으로 허용한다. 이 경우 효력은 3년이다.
허용되는 행위에는 가격, 거래조건, 거래량, 거래지역 등에 관한 합의가 포함된다. 공동 납품거부 등 단체행동도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제도가 바뀔 경우 하도급업체가 원청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거나, 배달앱 입점상인이 플랫폼 수수료·정산주기 등을 혼자 협상하기 어려운 경우 단체협상을 통해 거래조건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
그동안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정은 사업자 간 가격·거래조건 합의를 폭넓게 금지해왔다. 이 때문에 경제적 약자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려 해도 담합 제재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공정위가 지켜온 담합 금지 원칙에 예외를 넓히는 성격도 갖는다. 을의 협상력 보완이라는 정책 목적은 명확하지만, 가격과 거래조건 공동 결정을 어디까지 정당한 단체협상으로 볼지에 따라 공정거래법의 기준선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소기업·소상공인 단체협상은 사전 심사 없이 통지만으로 5년간 면책된다. 이는 제도 이용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공정위의 사전 통제력은 약해지는 구조다.
통지 단계에서 실질 심사를 하지 않는 만큼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가 단체협상 형식을 빌려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공정위의 조치는 원칙적으로 향후 금지명령에 그친다. 사후통제 전 행위는 제재하지 않아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지만, 초기 남용에 대한 억지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소기업·소상공인의 시장 영향이 항상 제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쟁점이다.
공정위는 소기업·소상공인의 연합 필요성은 큰 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통지제를 설계했다. 적용 대상은 국내 사업자의 98.2%인 816만개사에 달한다.
하지만 전체 시장에서는 규모가 작더라도 특정 지역, 특정 원재료, 특정 납품망에서는 영향력이 클 수 있다. 몇몇 소기업이 특정 대기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라면 공동 납품거부만으로도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공동 납품거부 등 단체행동 허용은 을의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강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배터리·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서는 특정 부품 공급이 며칠만 중단돼도 전체 생산라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 등 중대한 부작용 우려가 있으면 임시중지 명령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장에서 공급 차질과 소비자 피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후 대응의 속도와 기준이 중요해진다.
사후통제 기준인 '소비자 이익의 현저한 침해'도 구체화가 필요하다.
공정위는 중간재 공급 중단으로 최종재 생산이 불가능해지는 경우, 소비자가격이 크게 오르는 경우 등을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가격 상승이나 공급 차질의 원인을 특정하기 쉽지 않다.
원재료 가격, 환율, 인건비, 물류비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격 상승이 단체협상 때문인지 입증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가격 상승을 '현저한 침해'로 볼지, 공급 차질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금지명령 대상이 되는지도 하위규정에서 명확히 정해야 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9일 서울 시내에서 한 배달 라이더가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2025.06.09. k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6/09/NISI20250609_0020845221_web.jpg?rnd=20250609144131)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9일 서울 시내에서 한 배달 라이더가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2025.06.09. [email protected]
B2B와 B2C의 경계도 현실에서는 복잡할 수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를 상대로 한 담합은 허용하지 않고, 이번 제도가 B2B 거래에서 을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달앱 입점상인, 가맹점주, 플랫폼 입점업체처럼 거래 구조가 다층적인 경우 비용 전가 경로가 소비자로 이어질 수 있다.
입점상인이 플랫폼을 상대로 수수료 인하나 정산주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B2B 협상이다. 하지만 협상 결과가 배달비, 상품 가격, 서비스 품질 등에 영향을 미치면 최종 소비자에게도 파급될 수 있다. 가맹점주가 대기업 가맹본부를 상대로 필수품목 가격이나 수수료를 협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기업이 포함된 단체협상 요건이 형식화될 수 있다는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공정위는 중기업이 포함된 경우 참가사업자들의 연 매출 또는 매입 합산액이 협상 상대방보다 작고, 각 참가사업자의 상대방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두기로 했다.
거래의존도 30%는 상대방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기준이다. 다만 이 수치가 실제 협상력 열위를 충분히 보여주는지는 별도 문제다. 거래의존도가 30% 미만이어도 대체 거래처가 없어 협상력이 약할 수 있고, 반대로 30% 이상이어도 해당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있을 수 있다.
노동조합과 노무제공자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 역시 경계 설정이 중요하다.
공정위는 설립신고된 노동조합과 소속 노동자, 법원 판결이나 노동위원회 결정으로 지위를 인정받은 노동조합과 소속 노동자, 노무제공자 행위를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헌법상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최근 판례 흐름을 반영하는 조치다. 다만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 자영업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어떤 행위가 노동권 행사이고 어떤 행위가 사업자 간 경쟁제한 행위인지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부터 본격적인 입법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입법 이후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국무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관련 법의 개정안을 마련하고 신속히 법 집행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선중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도 "현저한 침해 등의 내용은 하위 규정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5.27.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6/NISI20260526_0021297222_web.jpg?rnd=20260527120000)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5.2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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