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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터 빈트 "축구는 제게 종교 그 이상이죠"

등록 2026.07.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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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맞아 만난 영국 출신 방송인

"잉글랜드 우승 기대…한국 축구 분위기 안타까워"

유튜브 '비정상축구' 운영…"축구 사랑해서 계속한다"

피터 빈트 *재판매 및 DB 금지

피터 빈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전날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방송인 피터 빈트(43)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유니폼 차림이었다.

EBS와 아리랑 라디오 등 다수의 영어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피터 빈트지만,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누구보다 축구에 진심인 '찐팬'으로 통한다.

현재 피터 빈트의 시선은 고국 잉글랜드 대표팀을 향해 있다. 잉글랜드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크로아티아와 파나마를 꺾고 조 1위로 32강에 올랐다. 다음 상대인 콩고민주공화국전을 앞둔 그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했다.

"영국에서는 축구를 종교 그 이상으로 여깁니다. 리버풀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가 남긴 말처럼 '축구는 인생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죠. 어릴 때 제 인생 순위에서도 축구는 부모님 바로 다음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이 잉글랜드가 1966년 우승 이후 60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를 절호의 기회라고 기대했다.

"과거 데이비드 베컴이나 웨인 루니 시절에도 스타 선수는 많았지만, 지금의 해리 케인과 주드 벨링엄은 조금 다른 급인 것 같습니다. 축구는 언제나 모르는 스포츠라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 중 하나인 것은 맞다고 봅니다. 60년 만의 우승을 믿고 있습니다."
피터 빈트 *재판매 및 DB 금지

피터 빈트 *재판매 및 DB 금지


잉글랜드의 순항과 달리, 한국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3위에 그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피터 빈트는 월드컵 시작 전부터 한국의 고전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번 월드컵은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습니다. 기대감도 거의 없었고요. 원래 월드컵이 다가오면 방송국도 준비하고 예능에서도 월드컵 콘텐츠를 찍으면서 다 같이 신나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분위기 없이 월드컵이 시작됐습니다. 축구 팬으로서 너무 허무하고 슬펐죠.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월드컵 때는 다 같이 응원하는 분위기가 생기는데, 올해는 오히려 부정적이고 '보지 말자'는 분위기까지 있었습니다. 협회 문제, 감독 문제, 선수 문제까지 여러 문제가 겹친 것 같습니다."

특히 그는 현재 한국 축구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워했다.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피터 빈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을 방문해 포르투갈전을 현장에서 관람했다.

"2002년 당시 박지성, 안정환 선수도 대단했지만 제 눈에는 중앙 수비수였던 홍명보 선수가 가장 멋있어 보였습니다. 제 마음속 '최애' 한국 선수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동시에 그는 일부 한국 팬들의 극단적인 비난 문화에 대해서 놀라워했다. 한국 팬들이 홍명보 전 감독의 편의점 출입 금지를 언급하거나, 범죄자에게 쓰는 방식처럼 모자이크 처리를 요구하는 모습을 낯설게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영국도 70~80년대, 90년대 중반까지는 훌리건 문화가 정말 심했습니다. 주먹다짐을 하고 상대 팀 팬을 적처럼 여기고, 진짜로 미워하는 분위기도 있었죠. 90년대 중반 이후 그런 물리적 충돌 문화는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내 팀이 최고고 다른 팀은 싫다'는 마인드는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홍명보 감독을 향한 일부 비난 반응은 영국 기사나 축구 팟캐스트에서도 선을 넘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편의점 출입 금지나 모자이크 처리 같은 반응은 영국 팬들이 보기에도 좀 세게 느껴졌던 거죠. 영국도 진짜 축구 찐팬들의 나라인데, '한국 팬들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할 정도였습니다."
피터 빈트 *재판매 및 DB 금지

피터 빈트 *재판매 및 DB 금지


축구 팬 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평생 한 팀을 응원해온 자신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피터 빈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열혈 팬으로도 유명하다. 90년대 초반 북런던에 살며 아스널의 전성기를 보고 자란 그는 "영국 남자가 응원하는 팀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영국에서는 팀을 바꿀 수 없습니다. 영국 남자들에게 물어보면 100% 동의할 겁니다. 이혼할 가능성이 자기 팀을 버릴 가능성보다 훨씬 더 높아요. 100배, 1000배는 더 높을 겁니다. 이혼은 2명 중 1명꼴로 한다지만, 팀을 바꾸는 사람은 천 명, 만 명에 한 명 있을까 말까예요. 어릴 때 응원한 팀은 죽을 때까지 그냥 가는 겁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은 그를 유튜브 채널 '비정상축구' 운영으로 이끌었다. 알베르토 몬디, 파비앙과 함께 유럽 팬들의 시선으로 축구를 이야기하는 채널이다. 최근 해외 축구 콘텐츠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어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놓았다.

"한때는 누구나 축구 이야기를 하면 성공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관심이 많이 식어 협찬을 받기도 힘든 암흑기입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이 채널을 유지하는 건 진짜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슛포러브'를 통해 제 인생의 영웅인 티에리 앙리와 아르센 벵거 감독을 직접 만나는 꿈같은 일도 이뤘습니다. 축구 방송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축복이죠."

2008년 한국에 정착한 피터 빈트는 약 1년간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서 일한 뒤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스포츠 리포터로 시작했고, 이후 아리랑 라디오와 EBS 등 영어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어느덧 17년차 방송인이 된 그는 매일 아침 라디오 생방송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프리랜서로서의 삶에 깊은 만족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제가 사랑하는 주제로 이야기하고, 이것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합니다. 이 자리가 언젠가 끝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소중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카페 한쪽 TV에서는 네덜란드와 모로코의 월드컵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시 축구로 돌아갔다.

"오늘 아침에 보니 독일은 떨어졌더라고요. 너무 고소했어요. 하하. 저희 잉글랜드가 1996년 유로 대회 4강에서 독일에 승부차기로 떨어졌던 안 좋은 기억이 오래 남아 있거든요. 직접적으로 우리가 복수한 건 아니지만, 독일 축구가 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니 약간은 복수한 기분도 드네요.(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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