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생존 사이"…강원랜드 26년 위기의 순간들
등록 2026.07.08 14:04:48수정 2026.07.08 15:02:24
금강산 카지노부터 고객 전면회원제 논란까지…폐광지역 흔든 '위기의 순간들'

지난 2022년 2월 2일 사북읍 뿌리관 광장에서 열린 지역살리기공추위의 투쟁선포석.(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랜드는 늘 위기였다."
강원 정선군 사북의 한 주민은 최근 금융위원회의 이른바 '카지노 고객 전면 회원제' 논란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강원랜드의 지난 26년은 단순한 카지노 운영의 역사가 아니라 폐광지역 생존권을 둘러싼 끝없는 투쟁의 역사였다는 의미다.
7일 강원랜드 설립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2000년 10월 카지노 개장 이후 단 한 번도 순탄한 길을 걸어오지 못했다.
금강산 카지노 추진 논란부터 제주 오픈카지노 논란, 매출총량제 규제, 영업시간 단축과 게임테이블 감축, 새만금 카지노 논란, 인천·부산 복합리조트 위협, 일본 오사카 IR 충격, 그리고 최근의 고객 전면 회원제 논란까지 위기는 끊이지 않았다.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강원랜드는 단순한 카지노가 아니었다.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급격히 붕괴된 지역경제를 떠받친 마지막 생존 기반이자, 폐광지역 주민들의 절박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태생부터 '예외적 허용'이라는 꼬리표 속에 출범했다. 국가가 특별법으로 허용한 유일한 내국인 카지노였던 만큼 사회적 논란과 과잉 규제 논란 속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대형 위기는 개장 직후 터진 현대그룹의 금강산 카지노 추진 논란이었다. 당시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사업과 연계한 카지노 사업을 추진하자 폐광지역은 "강원랜드 죽이기"라며 극렬 반발했다.
주민들은 삭발과 혈서, 상경투쟁까지 벌이며 저지 투쟁에 나섰고, 지역사회는 "폐광지역 회생 명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극도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어 제주도에서는 내국인 카지노 허용 논란이 반복됐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 과정에서 오픈카지노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폐광지역은 강하게 반발했다.
수도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산골 폐광지역에 설립된 강원랜드와 달리 제주 같은 관광 중심지에 내국인 카지노가 허용되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2007년 출범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강원랜드 규제 강화의 분수령이었다.

강원랜드 협력업체 직원들의 직접 고용 촉구 집회 장면.(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매출총량제를 비롯해 출입일수 제한, 베팅한도 제한, 게임기구 제한 등이 본격화됐고 강원랜드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다중 규제 구조 속으로 들어갔다.
결국 2018년 강원랜드는 사상 초유의 규제 쇼크를 맞게 된다. 일반영업장 게임테이블 20대가 감축됐고 카지노 영업시간도 기존 20시간에서 18시간으로 단축됐다. 당시 강원랜드 실적은 급락했고 지역경제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카지노 현장에서는 좌석 부족과 장시간 대기가 심화됐고 자리 매매와 대리베팅 논란까지 불거졌다. 카지노 내부 ATM과 은행출장소가 외부로 이전되면서 고객 불만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강원랜드를 둘러싼 외부 위협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계속됐다.
새만금 카지노 추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전북권에서 내국인 카지노 가능성이 거론되자 폐광지역은 “강원랜드 죽이기 시즌2”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인천 영종도와 부산 북항 복합리조트에서 이어진 논란 역시 강원랜드에는 치명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수도권 접근성을 갖춘 영종도 카지노에 대해 폐광지역에서는 “서울에서 1시간 거리 카지노가 생기면 강원랜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국내에서만 이어졌던 위기는 이제 해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일본 오사카 IR 착공 소식은 지역사회에 또 다른 충격을 안겼다.
세계적 규모의 복합리조트가 2030년 개장할 경우 강원랜드 핵심 고객 이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강원랜드가 약 3조원을 투입하는 'K-HI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추진 중인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은 또다시 거대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카지노 고객의 칩 구매와 환전 과정에서 신원정보와 거래내역을 의무 기록·관리하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강원랜드 고객과 지역사회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사회는 이번 논란 역시 강원랜드 개장 이후 최대 위기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강원랜드 리조트 단지 입구 사북 안경다리 교차로 신호등에 적색등이 켜져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송재범 전 공추위원장은 "강원랜드 26년은 출발부터 위기와 생존의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투쟁의 역사였다"며 "강원랜드 문제는 단순한 카지노 산업 문제가 아니라 폐광지역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정부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라 합법시장 경쟁력과 지역 생존권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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