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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법원, “장관 명예 훼손”…블룸버그와 기자에 5억원대 배상 판결

등록 2026.07.15 16:09:15수정 2026.07.15 16:22:23

기사 “장관 등 유명 인사들, 추적하기 어려운 고급 주택 거래”

블룸버그, 정정 기사 게재하면서도 “보도 내용 고수” 주석 달아

“싱가포르, 비판 언론 명예훼손 소송으로 반대의견 억압”

[서울=뉴시스] 미국 뉴욕 맨해튼 렉싱턴가의 블룸버그 타워.(출처: 위키피디아) 2026.07.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미국 뉴욕 맨해튼 렉싱턴가의 블룸버그 타워.(출처: 위키피디아) 2026.07.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싱가포르 법원은 14일 블룸버그 통신과 소속 기자 한 명이 부동산 거래 기사를 게재해 장관 두 명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총 46만 싱가포르 달러(약 5억 29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장관 한 명당 배상금 23만 싱가포르 달러는 일반 배상금 17만 달러와 가중 손해배상금 6만 달러를 합친 것이다.

15일 BBC와 가디언 등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블룸버그가 2024년 12월 내보낸 기사는 K 샨무감 내무부 장관과 탄 시 렝 인력자원부 장관의 부정행위를 ‘암시’한다고 배상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블룸버그 “장관 등 유명 인사들, 추적하기 어려운 고급 주택 거래”

블룸버그 더 웨이 기자의 ‘싱가포르 고급주택 거래, 점점 더 비밀에 싸여’ 제목의 기사는 일부 부유한 구매자들이 수백만 달러짜리 고급 주택인 ‘굿 클래스 방갈로’를 매입할 때 신분을 숨기기 위해 유령 회사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기사에서 여러 유명 인사들이 거래 관련자들이 추적하기 어려운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해당 보도가 두 명 장관의 어떠한 부정행위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추세의 예시로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글을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비밀주의와 자금세탁을 언급하고 있어 장관들의 부정행위를 암시한다고 판단했다.

4월 재판에서 샨무감 장관은 블룸버그 기사가 자신을 겨냥해 작성됐으며 자신의 부동산 매입에 대한 뉴스를 게재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오드리 림 판사는 판결에서 “해당 기사의 자연스럽고 통상적인 의미는 장관들이 재산을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처리했으며 자금 세탁 가능성까지 이어질 수 있는 조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림 판사는 “이는 원고들의 개인적 청렴성, 인격, 그리고 전문적 명성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심각한 주장”이라며 “이것이 손해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림 판사는 “해당 기사의 주된 목적은 원고들, 특히 그들의 고급 주택 거래에 관한 이야기를 보도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림 판사는 “싱가포르 부유층들이 조건없는 거래와 신탁 구조를 이용해 거래를 비밀리에, 혹은 감시망 없이 유지하는 방식에 대한 더 큰 이야기는 바로 이 기사를 싣기 위한 위장 수단이었다”라고 적시했다.

블룸버그, 정정 기사 게재하면서도 “보도 내용 고수” 주석 달아 

블룸버그 존 미클스웨이트 편집장은 “판결에 매우 실망했지만 판결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클스웨이트 편집장은 로이터 통신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재판에서 보도가 정확했고 중요한 공익에 부합했다고 주장했으며 장관들이 탄탄한 기사에 지나치게 왜곡된 의미를 부여했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항소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해당 기사가 고급 부동산 거래 동향을 보도한 것으로 두 장관 모두 그러한 거래의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해명했다. 특히 기사에서 장관들의 부정행위를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법원에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블룸버그측 변호인단은 장관들이 일반 독자가 기사를 해석하는 방식과는 달리 ‘가장 명예훼손적인’ 해석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해당 기사가 광범위한 조사와 검증을 거쳤으며 장관들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판결 이후 법원의 명령에 따라 해당 기사는 블룸버그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

소송과는 별개로 싱가포르 당국은 ‘온라인 허위정보 및 조작 방지법(POFMA)’에 따라 블룸버그에 해당 기사 ‘정정 공지’를 명령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2019년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가짜 뉴스 방지법’은 당국이 허위로 판단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 정정 공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법이 정부 비판을 탄압하는 데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블룸버그는 POFMA에 따른 명령을 준수했지만 자신들의 보도 내용을 고수한다는 주석을 추가했다.

정부는 POFMA에 따라 블룸버그 기사를 재공유하거나 해당 기사에 대한 논평을 게재한 언론사에도 정정 통지서가 발송했다.

샨무감과 탄 장관은 블룸버그 기사에 대한 논평을 게재한 지역 독립언론 매체 ‘온라인 시티즌’의 편집장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싱가포르, 비판 언론 명예훼손 소송으로 반대의견 억압”

싱가포르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과 외국 언론 매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승소해 왔다고 BBC는 14일 보도했다.

그들은 이러한 조치가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정치적 반대 의견을 억압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2009년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리셴룽 총리와 아버지이자 초대 총리 리콴유를 명예훼손했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40만 싱가포르 달러가 넘는 배상금을 지불했다.

장관측 변호사들은 블룸버그 기사 정정 명령을 받았을 때 해당 기사의 유료 구독 장벽을 해제한 것도 비판했다.

블룸버그 편집자는 “독자들이 정정 공지를 볼 수 있도록 유료 구독 장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정 공지’를 실으면서도 블룸버그는 해당 방향에 “정중하게 동의하지 않는다”며 보도 내용을 고수한다는 성명도 함께 실었다.

하지만 판사는 “블룸버그가 해당 기사에 대한 유료 구독 장벽을 제거한 행위는 악의적인 의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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