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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기록을 달라"…그들은 왜 진화위를 찾았나[진화위, 해외입양을 다시 묻다①]

등록 2026.07.18 07:00:00

3기 진화위 출범 첫날 진실규명 신청한 미셸

평생 '버려진 아이'로 믿었는데…기록도 의문뿐

"기록이 멈춘 자리, 당사자의 목소리로 채워야"

"불법 입양 인정 넘어 기록 접근권 보장으로"

[서울=뉴시스] 한국계 해외입양인 미셸 레코가 지난해 경기 파주시 해외입양인의 기억과 치유의 공간 엄마품 동산의 '입양인 목소리(Adoptee Voices)' 전시를 방문해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 앞에 서 있다. (사진=미셸 레코 제공) 2026.07.18. create@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계 해외입양인 미셸 레코가 지난해 경기 파주시 해외입양인의 기억과 치유의 공간 엄마품 동산의 '입양인 목소리(Adoptee Voices)' 전시를 방문해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 앞에 서 있다. (사진=미셸 레코 제공) 2026.07.18. [email protected]



[진화위, 해외입양을 다시 묻다]

전쟁과 빈곤의 시대를 거치며 한국은 약 20만명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오랫동안 해외입양은 '인도적 사업'으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허위 고아 기록 작성, 친권자 동의 절차 미비 등 국가와 입양기관의 책임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다. 성인이 된 해외입양인들은 이제 자신의 출생과 입양 기록, 정체성을 알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입양 진실규명의 핵심은 '기록'이다. 일부는 사라졌고, 일부는 처음부터 왜곡됐다. 오는 21일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멈춰 있던 해외입양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 뉴시스는 해외입양인들이 왜 3기 진실화해위의 문을 두드리는지, 진실화해위가 어떤 원칙과 방식으로 해외입양의 진실을 규명하려 하는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출범 첫날인 지난 2월 26일. 미국에 사는 한국계 해외입양인 미셸 레코(53)는 다른 해외입양인 수백명과 함께 입양 과정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미셸이 알고 싶은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정보다. 정말 버려진 아이였는지. 아니면 가족을 잃어버린 아이였는지. 한국 이름은 무엇이었고 생일은 언제이며, 친생가족은 누구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알고 살아가는 것들을 그는 쉰 살이 넘도록 알지 못한다.

지난 10일 오전 뉴시스와 화상 인터뷰로 만난 미셸은 "입양인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친생부모도 입양인도 나이가 들고 있다"며 "이번 진실화해위 조사가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모든 입양인이 자신의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바뀌길 바란다"고 했다.

"버려졌다"고 믿었던 삶…기록은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

[서울=뉴시스]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한국에서 촬영된 미셸 레코의 어린 시절 모습. 미셸이 간직한 출국 전 유일한 사진이다. (사진=미셸 레코 제공) 2026.07.18. create@newsis.com

[서울=뉴시스]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한국에서 촬영된 미셸 레코의 어린 시절 모습. 미셸이 간직한 출국 전 유일한 사진이다. (사진=미셸 레코 제공) 2026.07.18. [email protected]


두 살이었던 1975년 무렵,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가정에 입양된 미셸은 사랑이 많은 양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계 입양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백인 비율이 70%가 넘는 지역사회에서 그는 유치원에서 첫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학교에선 교사들에게까지 차별을 받으며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양부모의 품을 벗어난 곳에서 그는 늘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

10대가 돼 양부에게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사실 버려진 아이였다는 것이었다. "내가 원하지 않았던 존재라는 뜻처럼 들렸다. 한국도 나를 원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입양 사실 자체를 잊으려고 했다." 담담히 말을 이어가던 미셸의 목소리가 떨렸다.

3년 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부터였다. 문화도 언어도 낯설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연결감을 느꼈다고 한다. 비슷한 처지의 해외입양인들을 만나고 기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정보공개 청구 끝에 확인한 남광보육원 서류엔 뜻밖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부산역 대합실에서 발견'

순간 미셸은 생각했다. 가족이 날 버린 것이 아니라 잠시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미셸은 "부산역은 아주 사람 많고 붐비는 곳"이라며 "잃어버린 것이라면 지금도 나를 찾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기록을 들춰볼수록 의문은 오히려 커졌다. 양부모에게 전달된 영문 기록엔 이름 '신원영'과 생년월일 1973년 10월 28일이 남광보육원 원장이 정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한국어 원본 기록엔 이를 뒷받침할 내용이 없었다. 미셸은 "내 이름과 생년월일조차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남광보육원과 한국사회봉사회(KSS)가 작성한 기록도 서로 맞지 않는 대목이 많았다. 키와 몸무게, 건강 상태 등이 자료마다 달랐다. 발견 당시 경찰 기록이나 입양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엔 여전히 닿지 못했다.

미셸은 "내 삶에 관한 기록인데도 정작 나는 거의 접근할 수 없었다"며 "내 기록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한국계입양인권리단체(USKRG)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좋은 입양가정을 만났더라도 여전히 첫 번째 가족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록이 멈춘 자리, 당사자의 목소리로 채워야"

[서울=뉴시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해외입양인 미셸 레코가 지난 10일 뉴시스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화면 갈무리) 2026.07.18. create@newsis.com

[서울=뉴시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해외입양인 미셸 레코가 지난 10일 뉴시스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화면 갈무리) 2026.07.18. [email protected]


기록이 멈춘 자리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메워야 한다는 것이 미셸의 생각이다. 해외입양인들의 삶과 기억 역시 진실규명의 중요한 자료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셸은 "입양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당사자만 온전히 말할 수 있다"며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해 이야기해 왔다. 3기 진실화해위는 해외입양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힘주어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기 진실화해위에선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해외입양 사건 367건 중 311건이 '조사 중지' 결정을 받았다. 신청인들은 끝내 결론을 듣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덴마크 입양인인 한분영 덴마크해외입양진상규명그룹(DKRG) 대표는 "인권의 관점에서는 기록이 없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일 수 있다"며 "3기는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국제인권 기준에 따라 조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국의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 공식 당사국 지위 획득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한때 '아동 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썼다"며 해외입양인과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해외입양인들이 바라는 것은 사과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설명해 줄 기록을 되찾고 누구나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경제적 이유로 한국을 찾기 어려운 해외입양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기록 접근권을 확대해 자신의 입양 과정을 확인하는 일을 특별한 절차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셸은 특히 DNA 데이터베이스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입양인도 경찰의 실종아동 DNA 데이터베이스에 유전자를 등록할 수 있지만, 친부모와 형제자매 중심으로만 대조가 이뤄져 삼촌, 이모 등 다른 혈연과 연결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끝으로 미셸은 3기 진실화해위를 향해 "해외입양 과정에서 불법적이고 사기적인 관행이 매우 광범위하게 존재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를 바란다"며 "또 그 인정이 모든 해외입양인이 자신의 기록 전체에 완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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