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주면 가압류부터 해결"…거짓말 맞지만 사기는 아니다?
등록 2026.07.19 05:00:00수정 2026.07.19 05:54:15
사업면허·차량 매매 잔금 사기 친 前 택시회사 대표 기소
"팔려던 택시 가압류 해결하겠다" 거짓말로 잔금 가로채
法 "속였어도 매수자로선 잔금 지급이 최선"…1·2심 무죄
![[광주=뉴시스] 광주고등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03/06/NISI20240306_0020256265_web.jpg?rnd=20240306181910)
[광주=뉴시스] 광주고등법원.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운송사업 면허·차량 매매 계약 과정에서 "채무 가압류부터 풀겠다"고 거짓말해 받은 잔금을 가로챈 택시회사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속이려는 행위와 고의는 있었지만, 매수자가 거짓말 때문에 잔금을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기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황진희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택시회사 전직 대표 A씨의 항소심에서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 자신의 택시 회사가 보유한 택시운송사업 면허와 택시 차량 35대를 매입하기로 한 B조합에 "잔금부터 주면 채권자가 회사에 설정한 차량 가압류를 해제하겠다"고 속여 9억5000만원을 받아 개인 채무변제 등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조합은 A씨와 택시 면허·차량을 대금 23억1000만원 매입하는 계약에 따라 중도금 13억6000만원을 지급했으나, A씨 회사의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한 택시 차량 19대에 대한 가압류가 집행됐다.
이에 B조합이 A씨에게 '매매 계약을 마무리하려면 가압류를 말소해달라'고 하자, A씨는 가압류 말소를 위한 채무 변제에 쓰겠다며 거짓말했다. A씨는 B조합이 지급한 잔금을 또 다른 채무인 직원 체불 급여·퇴직금 지급과 외상 대금 상환에 썼다.
검사는 A씨가 B조합에 약속한 대로 잔금을 가압류 해제에 사용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채무가 많아 매매계약에 따른 완전한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했다며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역시 A씨가 잔금만 주면 가압류를 풀어줄 것처럼 속였고 사기의 고의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A씨의 거짓말과 B조합의 잔금 지급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할 수 없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조합이 잔금을 지급한 이유가 A씨의 거짓말에 속았기 때문보다는, 매매 계약 이행을 위해 내린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당시 B조합으로서는 A씨의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잔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고 A씨 회사의 사업면허와 차량을 넘겨받는 것을 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거짓말이 없었더라도 조합은 손해를 줄이고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넘겨받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B조합 입장에서는 계약 해제나 계약 내용 변경보다는 빠르게 매매 계약을 마쳐 택시운송 사업을 서둘러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합리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계약을 파기하면 이미 지급한 13억대 중도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점,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계약 내용은 차량보다는 '택시 운송사업 면허'였다는 점 등을 들어 B조합이 잔금 지급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봤다.
소유권 이전부터 마쳐야 추가 가압류를 막을 수 있고 가압류 설정이 유지되도 실제 사업에는 지장이 없다고도 했다.
실제로 일부 택시에 가압류 문제가 생겼으나, 이를 제외한 매매계약은 모두 이행돼 B조합은 현재 운송사업을 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의 속인 행위와 B조합의 잔금 지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가 없고 원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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