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좀비 사모펀드’에 520조원 묶였다…연기금·보험사도 자금 압박
등록 2026.07.23 10:53:37수정 2026.07.23 12:12:25
저금리 때 비싸게 산 기업들, 금리 오르자 매각 지연
7~9년 된 펀드에도 764조원…장기 적체 더 커질 우려
![[뉴욕=AP/뉴시스] 2013년 7월1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밖에 성조기와 월스트리트 표지판이 보이는 모습. 2013.07.15.](https://img1.newsis.com/2026/06/26/NISI20260626_0002170667_web.jpg?rnd=20260626085409)
[뉴욕=AP/뉴시스] 2013년 7월1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밖에 성조기와 월스트리트 표지판이 보이는 모습. 2013.07.15.
‘좀비펀드’는 신규 자금 모집과 새로운 기업 인수는 중단됐지만 기존 투자처를 팔지 못해 청산되지 않은 펀드를 말한다. 파산한 펀드라기보다 통상적인 운용기간을 넘겨 잔여 자산만 관리하는 펀드에 가깝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장정보업체 피치북은 2025년 말 설정된 지 10년 이상 된 미국 PE 펀드가 보유한 잔여 자산의 순자산가치가 3485억달러(약 519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2015년의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매각이 밀린 직접적인 원인은 금리 상승이다. 사모펀드들은 금리가 낮고 투자가 활발했던 2020~2021년 기업을 높은 가격에 대거 사들였다. 이후 금리가 오르면서 이들 기업을 인수하려는 다른 사모펀드나 일반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졌고, 매수 후보들은 예전만큼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어려워졌다. 기존 사모펀드들은 손실을 피하려 매각을 미뤘고, 펀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도 늦어졌다.
좀비펀드의 잔여 자산 운용을 대행하는 트레오 애셋 매니지먼트의 핀바 오코너 최고투자책임자는 “일부 펀드는 직원 세 명과 래브라도 한 마리만 남아 잔여 자산 몇 개를 관리하는 꼴”이라고 빗댔다.
투자금이 통상적인 운용기간을 넘긴 펀드에 묶인 일부 기관투자가는 새로운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금과 보험금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 연기금과 보험사의 부담이 크다. 오코너는 좀비펀드가 늘면 기관투자가와 고액자산가들이 사모펀드 투자 비중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7~9년 된 펀드에도 장기 적체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산이 대규모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설정된 지 7~9년 된 미국 PE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2025년 5127억달러(약 764조원)로, 2015년의 두 배를 넘었다. 댄 라스무센 베르다드 어드바이저스 창립자는 “지난 15년간 너무 많은 사모펀드가 생겨난 만큼 이제 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프레킨에 따르면 아직 매각되지 않은 북미 PE 투자기업의 추정 가치는 2025년 9월 기준 3조9100억달러에 달했다. 북미 PE 전체 자산의 74%에 해당한다. 아직 매각해 현금화하지 못한 투자기업의 가치는 10년 전 9228억달러에서 꾸준히 늘었다. 반면 투자자들이 출자를 약속했지만 아직 기업 인수 등에 투입되지 않은 자금은 신규 자금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미매각 자산 가치보다 느리게 늘었다.
운용사들은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자 기존 펀드 지분이나 보유 자산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길 수 있는 ‘2차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펀드가 보유한 기업을 바로 매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일부라도 현금을 돌려주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대표적인 방식이 ‘컨티뉴에이션 비히클’이다. 이는 기존 펀드에 남아 있는 자산을 새로운 투자기구로 옮겨 계속 운용하는 구조로, 기존 투자자는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하거나 새 기구에 재투자할 수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유망 자산을 더 오래 보유하며 가치 상승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2차 시장 투자자들은 대체로 우량 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모든 좀비펀드가 이 방식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일부 운용사는 장기 보유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반박한다. 미니애폴리스 인근의 밀시티 캐피털이 운용하는 11년 된 주력 펀드에는 현재 투자기업 두 곳이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한 곳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남아 있는 투자기업 가운데 하나는 모형기차와 무선조종 차량 등을 만드는 호라이즌 하비다. 밀시티는 이 펀드를 조성한 뒤 개별 인수 건마다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전환해 2024년에도 신규 투자에 나섰다.
뉴욕의 아르강 파트너스도 설정된 지 거의 10년 된 기업 경영권 인수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를 좀비펀드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통상 기업을 3~4년 보유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이후의 경제 충격으로 인수·합병 시장이 얼어붙어 해당 펀드가 보유한 투자기업들을 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12개월 안에 인수·합병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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