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죽겠소'…20일째 폭염에 가축도 기진맥진
등록 2026.07.30 08:00:00수정 2026.07.30 08:28:26
도내 닭·돼지·오리 2만3000마리 폐사
소는 사료 섭취량 줄어 수정률 하락
![[증평=뉴시스] 서주영 기자 =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9일 충북 증평군의 한 한우농장에서 더위에 지친 소가 농장주가 건넨 호스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고 있다. 2026.07.29.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29/NISI20260729_0002199252_web.jpg?rnd=20260729155946)
[증평=뉴시스] 서주영 기자 =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9일 충북 증평군의 한 한우농장에서 더위에 지친 소가 농장주가 건넨 호스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고 있다. 2026.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증평·음성=뉴시스] 서주영 기자 = 폭염특보가 발효된 29일 오후 충북 증평군의 한 한우농장.
연일 33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에 지친 소들이 흙바닥에 몸을 붙인 채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고무호스 끝에서 물줄기가 쏟아지자 소 한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갖다 댔다. 한 마리가 본능적으로 물을 들이키자 옆에 있던 소들이 벌떡 일어나 머리를 내밀었다.
축사 안에서는 환풍팬이 쉴 새 없이 돌아갔으나 뜨거운 바람만 맴돌았다. 간신히 목을 축인 소들은 또다시 거친 숨소리를 뱉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람이 오면 일어나 먹이를 달라고 우는데, 요즘은 워낙 더워서 그런지 누워만 있어요. 사람도 이렇게 더운데 얘들은 오죽하겠어요."
농장주 박석규(68)씨가 바닥에 누운 소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에어컨이라도 쐴 수 있는 사람과 달리 가축은 온몸으로 더위를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증평=뉴시스] 서주영 기자 =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9일 충북 증평군 한우농장에서 농장주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소들에게 물을 뿌리고 있다. 2026.07.29.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29/NISI20260729_0002199285_web.jpg?rnd=20260729161540)
증평=뉴시스] 서주영 기자 =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9일 충북 증평군 한우농장에서 농장주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소들에게 물을 뿌리고 있다. 2026.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씨는 조금이라도 선선한 시간에 먹이를 주기 위해 오전 5시부터 축사를 찾는다. 가장 더운 오후 1~2시에는 다시 축사를 돌며 소들에게 물을 뿌리고 건강 상태를 살핀다.
최근에는 송아지 한 마리가 열사병 증세를 보여 수의사에게 가망이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 사흘 넘게 수액 치료를 이어간 끝에 겨우 회복했지만 폭염이 이어질 때마다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폭염은 번식농가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더위로 사료 섭취량이 줄면 수정률도 떨어지는 탓이다.
어미소 40여마리를 키우며 인공수정으로 송아지를 생산하는 박씨 농가도 예외는 아니다.
"사료 섭취량이 평소보다 20% 정도는 줄었어요. 수정률도 60~70%에서 40% 수준까지 떨어지죠. 소를 잘 키워도 번식이 제대로 안 되면 1년 치 고생이 물거품이 되는 겁니다."
축사를 정돈한 박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차광막을 주문했다. 축사 지붕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조금이라도 줄여 소들이 받는 열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음성=뉴시스] 서주영 기자 =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9일 충북 음성군의 한 육계농장에서 안개분무기가 작동하고 있다. 2026.07.29.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29/NISI20260729_0002199259_web.jpg?rnd=20260729160226)
[음성=뉴시스] 서주영 기자 =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9일 충북 음성군의 한 육계농장에서 안개분무기가 작동하고 있다. 2026.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날 찾은 음성군의 한 육계 농장도 소 축사와 다를 바 없었다.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사에 들어서자 10분도 지나지 않아 현기증이 밀려왔다. 계사 2개동에 가득 들어찬 닭 4만5000여 마리가 저마다 부리를 벌린 채 숨을 헐떡였다.
급수기 주변에는 목이라도 축이려는 닭이 몰려들었고, 날개를 벌려 깃털 사이로 열기는 식히는 닭도 여럿이었다.
농장주 주영환(58)씨는 쉴 틈 없이 계사를 돌며 환풍시설과 급수 상태를 확인했다. 폭염이 심할 때마다 안개분무기를 틀고, 비타민C 같은 스트레스 완화제를 주는데도 역부족이라고 했다.
"폭염이 시작되면 닭들이 사료를 잘 먹지 않고 바닥에 퍼져 입을 벌린 채 헐떡거려요. 사람도 이렇게 더운데 깃털을 뒤집어쓴 닭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폭염은 비용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환풍팬과 냉방시설 가동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전기요금도 그에 비례한다.
겨울철 월 45만~50만원 수준인 전기요금은 여름철마다 월 100만~110만원으로 껑충 뛴다. 7~8월 폭염 때면 두 달간 100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음성=뉴시스] 서주영 기자 =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9일 충북 음성군의 한 육계농장에서 닭들이 급수시설 주변에 모여 물을 마시고 있다. 2026.07.29.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29/NISI20260729_0002199267_web.jpg?rnd=20260729160626)
[음성=뉴시스] 서주영 기자 =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9일 충북 음성군의 한 육계농장에서 닭들이 급수시설 주변에 모여 물을 마시고 있다. 2026.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보다 주씨가 걱정하는 것은 '정전'이다. 환기시설이 멈추면 계사 내부 온도가 빠르게 치솟아 대규모 폐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화물차가 인근 전신주를 들이받아 2시간가량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비상발전기가 작동해 가축 폐사는 피했다.
계사를 둘러본 주씨가 다시 환풍시설과 급수시설을 확인했다. 폭염 속에서 닭들이 버틸 수 있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설 상태를 살피는 것이 일상처럼 됐다.
올해 여름에는 도내에서만 56개 농가에서 가축 2만3107마리가 폐사했다. 닭 2만2043마리, 돼지 632마리, 오리 432마리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일 체감온도 33도 이상의 폭염특보는 지난 11일부터 20일째다. 설상가상으로 폭염을 식혀줄 장마는 8월도 되지 않아 끝났다. 다음 주 36~37도의 살인적 폭염을 앞둔 가축 농장의 사투는 이제 시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