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배' 음문석, 그가 남긴 수수께끼
등록 2026.07.30 08:04:00수정 2026.07.30 08:29:01
"'칼리'는 내 '쪼꼬미'…집도 외계인도 빼앗겨 서운했다"
"'양배는 아이였다'…동물 사체·마네킹 모두 나의 장난감"
"고양이가 튀어나왔는지 양배도 모른다"
"이미 주연작 촬영 완료…내년 초 개봉"
"잘되던 안되던 다음 스텝만 생각"
![[서울=뉴시스] 음문석 (사진=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2026.07.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29/NISI20260729_0002199426_web.jpg?rnd=20260729174112)
[서울=뉴시스] 음문석 (사진=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2026.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재민 인턴 기자 = "저 혼자 (극 중 아기 외계인 '칼리') 이름을 '쪼꼬미'라고 붙였어요. 근데 경찰들이 그것도 데려가고 우리 집도 아작 내니까 서운해서 울면서 나갔죠. 마음이 좀 그랬어요."
신 스틸러. 주연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조연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 '호프' 속 신 스틸러는 단연코 '양배'를 연기한 배우 음문석이다. '호프'엔 풀리지 않는 수많은 의문이 남아 있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관객들은 저마다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양배라는 캐릭터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수수께끼다. 그와 관련해 풀리지 않는 의문이 너무 많다.
29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음문석은 양배 역을 준비하며 그에게 '아이 같은 인물'이라는 서브 텍스트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배를 단순히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사람이라고 해석하기엔 잔혹한 면도 공존한다. 냉동고에서 녹기 시작한 '칼리'를 보며 "신선도가 떨어진다" "서울 가면 80만 원에 팔 수 있다"와 같은 대사를 내뱉기 때문이다. 음문석은 이러한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연기할 때는 오히려 깊게 생각을 안 하려고 했다.
"대사엔 작가의 의도도 있다. 여기에 제가 연기를 해야 하는데 아이로 가면 대사를 못할 것 같은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양배는 되게 무섭고 잔인한데 오히려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 했다. (외계인을 잡은 그날도) 그냥 평범한 일상생활, 그냥 나의 편안한 하루라고 생각했다. 속으론 그렇게 생각했다."
양배가 경찰을 집에 데려온 건 일종의 초대이자 자랑이었다. 음문석은 "자랑하고 싶은데 자랑은커녕 경찰들이 내 '쪼꼬미'를 가져갔다. 그것도 가져가고 집까지 아작을 내버리니 서운해서 막 울면서 나간다. 그 장면에서 양배는 마음이 좀 그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계인을 직접 보기 위해 경찰들이 집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저수지 아래 위치한 양배 집이 등장한다. 집은 음산함을 넘어 짐승이 사는 집처럼 보인다. 특히 각종 동물 사체와 마네킹이 불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양배에겐 장난감이었다.
음문석은 "저한텐 장난감이었다. 어떤 성인의 시선이나 도덕적 기준으로 보면 이상하지만 아이의 시점으로 보면 장난감이 많은 것이다. 난 보여주고 싶었던 게 '내가 꾸민 집이야. 되게 귀엽지, 예쁘지' 이런 마음이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음문석 (사진=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2026.07.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29/NISI20260729_0002199427_web.jpg?rnd=20260729174143)
[서울=뉴시스] 음문석 (사진=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2026.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극 후반부에 양배는 범석·성애·낙연과 함께 경찰차를 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고속도로를 죽기 살기로 달린다. 성기를 창틀에 앉힌 채. 차에 탄 사람들은 소리 지르고 악을 쓰며 필사의 총격전을 벌이지만 양배는 조용하다. 유일하게 말이 없다.
음문석은 당시 양배의 심경에 대해 단순히 "내가 여기 왜 가는지 짜증이 났다"고 했다.
"나머지 사람들이 환호할 때도 양배는 환호하지 않는다. 양배 입장에선 '죽으려고 왜 여기 가'의 마음이었다. 대사도 '왜 따라가유' 막 이런다. 그리고 그냥 가게 냅둔다. 양배 입장에서는 여기 있기 싫고 '지금 왜 여기에 내가 있는 거야'의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양배는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같은 사람이라면 성기의 극적인 생존과 총격전을 응원할 법도 하지만 양배는 그 상황 속에서 도로에 갑자기 튀어나온 고양이를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한다. 핸들을 꺾자 창틀에 앉아 있던 성기가 나가떨어지고 만다.
음문석은 "'고양이가 확 튀어나와가지구' 라고 말하는 장면이 연기하기에 너무 힘들었다"며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했는지부터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홍진 감독님이 처음에 이 캐릭터에 이야기할 때 '양배는 착하지도 나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애'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지점이 바로 절대 악이다. "오디션에서 양배 캐릭터 설명해 주실 때 '문석씨가 생각하는 나쁜 사람들, TV에 나오는 나쁜 사람들 있지 않냐. 그 사람들도 양배보단 하수다' 라고 했다"고 말했다.
음문석은 그러면서 "합격해서 좋다는 기분도 잠시 캐릭터를 어떻게 찾을지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들도 구경하고 여기저기 자료도 찾고 심지어 정신학적인 자료로 참고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음문석 (사진=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2026.07.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29/NISI20260729_0002199428_web.jpg?rnd=20260729174208)
[서울=뉴시스] 음문석 (사진=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2026.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다 누나 조카의 모습으로부터 역할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누나가 조카가 가지고 놀던 쪽가위를 뺏었는데 아이는 웃더라. 그러면서 다른 거 가지고 노는데 그 모습이 24시간 머릿속에 차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모습이 무서워 보이더라. 양배가 그냥 하는 행동이 사람들에겐 좀 이상한 서스펜스를 줄 수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나홍진 감독은 음문석에게 "나쁜 사람들은 경찰에게 잡힌다. 하지만 양배는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문석은 그 말이 너무 힘들었다. "대사 톤이 되게 애매하다. 감독의 디렉션이 '양배는 걸리지 않아요'였다. '뭐가 무엇인지 양배도 몰라야 돼' 라고 생각했다. 대사 중간에 힘을 뺐다. 제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저만 아는 서브 텍스트니까 보시는 분들에게 여러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도 그걸 원했다"고 했다.
나 감독의 촬영 현장은 '타협이 없는 곳' 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음문석은 그것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실 저하고는 너무 많은 타협을 해주셨다. 타협을 안 한다는 게 무엇인진 조금 알겠다"고 했다. "만들어놓으신 틀 안에서 놀게 해주신다. 제가 어떤 말을 하면 가만히 생각하시다가 리허설 하면서 보신다. 그러면서 항상 '양배라면 그럴 수 있다' '그것까지 해달라'고 하신다. 캐릭터를 랜덤으로 탁 펼치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틀은 정확히 만드시고 그 안을 양배가 채울 수 있게끔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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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음문석 (사진=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2026.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탄생한 양배는 강렬한 외형과 독특한 분위기로 많은 관객의 뇌리에 박혔다. 하지만 사실 그는 2005년 가수로 데뷔해 현재 데뷔 22년 차인 만능 엔터테이너다. 호프 속 활약을 통해 그가 과거 출연한 댄스 프로그램 자료 영상이나 다른 작품 클립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다시 주목받는 요즘 주연 욕심도 생겼냐는 질문에 음문석은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이미 찍고 왔다"며 "내년 초에 개봉 예정인 영화다. 2022년 1월에 일어난 대규모 폭동 시위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러 가는 액션 영화다"라고 짤막하게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음문석 (사진=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2026.07.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29/NISI20260729_0002199432_web.jpg?rnd=2026072917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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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문석은 이렇게 주목받는 상황일수록 중립을 지키는데 습관이 돼 있는 사람이었다.
"중간을 지키려고 한다.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음 스텝을 밟는 거다. 안될 때도 잘될 때도 항상 다음 스텝을 생각한다. 다음에 내가 할 것에 집중하며 멘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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