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다 중독될라"…비마약성 진통제 급부상
등록 2026.08.05 06:01:00수정 2026.08.05 06:42:24
중독 우려 심각…빅파마부터 바이오텍까지 개발
국내 기업들도 참전…기전·제형 각기 다른 전략
![[AP/뉴시스]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1.8.27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6/10/NISI20210610_0017541557_web.jpg?rnd=20210827113859)
[AP/뉴시스]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1.8.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의 중독·부작용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대체할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신규 기전의 통증 신호 억제제가 등장하고, 글로벌 빅파마가 뛰어들면서 통증 치료의 무게 중심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기업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구용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인 '저나백스'(성분명 수제트리진)를 허가 받았다.
저나백스는 말초신경계 나트륨 채널(NaV1.8)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통증 신호가 뇌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약물로, 20여년 만에 나온 새로운 계열의 진통제다.
오피오이드는 뇌의 모르핀 수용체에 작용해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내지만, 그 과정에서 중독과 호흡억제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
미국에서는 중독 문제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불거지면서 저나백스 허가가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버텍스는 저나백스가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900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저나백스는 중추신경계가 아닌 말초신경계에 작용해 오피오이드 특유의 중독·의존성 우려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버텍스는 복부성형술과 무지외반증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3상에서 위약 대비 통증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현재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DPN)과 요천추 신경근병증 등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적응증 확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빅파마의 시장 진입도 이어지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5월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사 사이트원 테라퓨틱스를 최대 10억 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인수하며 통증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이트원의 핵심 자산은 저나백스와 같은 계열인 NaV1.8 경구 억제제 'STC-004'로, 만성 통증을 겨냥한 차세대 후보물질로 꼽힌다.
이후 릴리는 올해 6월에도 말초감각신경 신호경로를 표적하는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사 4E 테라퓨틱스를 추가로 인수했다.
미국 기업 비아트리스는 비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속효성 멜록시캄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FDA에 지난 5월 접수했으며, 라티고 바이오테라퓨틱스는 저나백스와 동일한 NaV1.8 선택적 억제제인 신약을 ‘Best-in-Class’(계열 내 최고)로 개발 중이다.
비보존·대웅·지투지바이오 등 국내 기업도 개발 나서
어나프라주는 새로운 기전을 가진 치료제로, 피부, 근육, 인대, 관절 등 신체 말단 통각수용기의 통증신호 발생에 직접 관여하는 글라이신 수송체2형(GlyT2)과 말초에서 중추로의 통증 전달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세로토닌 수용체2a(5HT2a)를 동시에 억제한다.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다중으로 발생하는 통증 신호와 전달을 막는 기전으로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
비보존제약은 연내 어나프라주 미국 임상3상 IND(임상시험계획서)를 신청하고, 기술이전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비보존제약 관계사 비보존은 비마약성 진통제 ‘VVZ-2471’를 개발 중이다. VVZ-2471은 어나프라주를 발굴한 다중타겟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도출된 경구용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이다.
메타보트로픽 글루타메이트수용체(mGluR5) 및 세로토닌 수용체 2A형(5-HT2A)을 동시에 조절하는 이중 작용 기전을 가진다. 진통 효능이 입증된 어나프라주에서 생물학적·화학적으로 파생 도출된 후보물질이다.
대웅제약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는 통증 신호 전달의 주요 경로인 NaV1.7 채널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파이프라인 ‘아네라트리진’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 컨소시엄이 설립한 통증 전문 개발사 니로다 테라퓨틱스에 75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 한 바 있다.
제형 혁신으로 접근하는 곳도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자체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이노램프'를 비마약성 국소마취 성분인 로피바카인에 적용한 수술 후 통증치료제 'GB-6002'를 개발 중이다.
국내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약효 지속성을 보였으며, 4~6시간에 불과한 기존 주사제의 약효를 72시간까지 늘려 수술 후 마약성 진통제 투여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마약성 진통제가 단기간에 오피오이드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진통 효과와 의료 현장의 처방 관성, 약가 비용 등 종합적인 요인에서다.
다만 오피오이드 의존을 줄이려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통증 치료가 비마약성으로 점차 옮겨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중독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심각해지면서 FDA 및 정부 기관이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패스트트랙, 우선심사 등 정책적 혜택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수술실 마약성 진통제 근절 및 마약 중독 치료제(비마약성 신약) 보급을 위한 지원 요청에 관한 청원'이 제기되고, 정부도 마약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마약성 진통제가 당장 오피오이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중독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규제 당국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비마약성 진통제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7.69%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703억 달러(약 96조7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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