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트레일러닝]④ 협력과 신뢰…지속가능한 대회의 조건
등록 2026.08.07 08:00:00
작지만 지역 특색 살린 대회 필요…안정적인 재정 기반은 과제
수용력부터 주민 협의, 행정 기준, 안전한 마킹 등 고려해야
대회 수익 환원하고 체류형 관광 연계…지역 자산으로 키워야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한라산, 오름, 곶자왈, 목장 등이 있는 제주는 트레일러닝에서 다양한 코스 구성이 가능하다. 제주트레일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3월22일 코스를 점검하고 있다. 2026.08.07.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06/NISI20260806_0002206155_web.jpg?rnd=20260806154827)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한라산, 오름, 곶자왈, 목장 등이 있는 제주는 트레일러닝에서 다양한 코스 구성이 가능하다. 제주트레일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3월22일 코스를 점검하고 있다. 2026.08.07. [email protected]
트레일러닝은 산과 숲, 능선과 들판, 해안 등 주로 비포장 길을 걷고 달리는 스포츠다. 단순한 기록 경쟁을 넘어 고도 변화와 거친 노면을 극복하는 도전, 자연 속에서 얻는 경험, 안전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함께 요구한다. 세계 각국은 트레일러닝을 지역의 경관과 역사, 공동체를 연결하는 체류형 스포츠관광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세계 유명 대회 현장취재와 인터뷰, 전문가 진단을 통해 제주형 트레일러닝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트레일러닝 대회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지역사회와의 협력, 코스와 지역의 수용력, 안전한 코스 운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뉴시스 제주본부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트레일러닝 대회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상생' 주제의 전문가 화상 토론회에서 대회 주최자와 단체 관계자, 선수 등이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외부 예산 의존도가 높은 대회의 구조적 한계부터 주민과의 갈등, 행정기관의 불명확한 허가 기준, 코스 환경의 수용력, 선수 경험을 반영한 운영,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작지만 지역 특색 있는 대회 필요"
전 디렉터는 "보석처럼 작지만 아기자기한 대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좋은 코스와 운영 취지를 갖춘 대회도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회를 개최할 때 누구나 겪는 문제는 예산 확보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 대회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참가비 수입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자생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전 디렉터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코스에 설치한 마킹을 주민들이 제거해 당황한 경험도 소개했다. 주민 입장에서는 생활공간이나 마을 주변을 통과하는 외부 행사가 불편할 수 있지만 경기 도중 마킹이 사라지면 선수가 길을 잃거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갈등을 줄이려면 주최 측이 코스를 확정한 뒤 주민에게 통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준비 단계부터 대회의 취지와 일정, 교통대책, 마킹 설치·회수 계획을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 디렉터는 행정기관과 경찰, 교통 관련 기관의 협의 기준이 일정하지 않은 점도 어려움으로 꼽았다. 당초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던 사항이 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불허로 바뀌면 코스와 교통계획, 안전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그는 "안전사고에 따른 책임을 우려하는 행정기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주최 측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 '트레일러닝 대회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상생' 주제의 전문가 화상 토론회 참가자. 왼쪽부터 전세환 디트레일 레이스 디렉터, 정화국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회장, 김경미 제주트레일조직위원회 사무국장, 고민철 선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06/NISI20260806_0002206183_web.jpg?rnd=20260806155818)
[제주=뉴시스] '트레일러닝 대회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상생' 주제의 전문가 화상 토론회 참가자. 왼쪽부터 전세환 디트레일 레이스 디렉터, 정화국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회장, 김경미 제주트레일조직위원회 사무국장, 고민철 선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회의 역할, 지역 활성화와 경기력 향상
그동안 일부 대회가 뚜렷한 목적이나 차별성 없이 관행적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는 만큼 대회의 수를 늘리기보다 개별 대회의 운영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대회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 활성화와 선수들의 경기력·기록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의 완성도와 안전성, 지역사회 기여도, 선수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 회장은 최근 대회 추세와 관련해서 "주니어 세대는 새로운 트레일러닝 흐름에 참여해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보여주는 소비자적 마인드가 강하다 보니 장거리보다 짧은 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트레일러닝의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운영방안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제주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부터
트레일러닝 코스의 수용력을 판단하려면 탐방로의 폭과 노면 상태, 출발 직후의 혼잡도, 병목 구간, 체크포인트 처리 능력, 구조인력의 접근 가능성, 일반 탐방객과의 충돌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좁은 탐방로나 오르막 구간에 선수가 한꺼번에 몰리면 경기 진행이 지체되고 추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비가 내린 뒤 많은 선수가 같은 구간을 통과하면 토양 유실과 탐방로 확장 등 환경 부담도 커진다.
김 사무국장은 "대회 중에는 쓰레기 투기와 코스 이탈, 금지구역 진입을 막는 참가자 행동규칙을 적용하고 마킹을 빠짐없이 회수해야 한다"며 "주민을 교통 통제와 코스 사용에 협조하는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보급소 운영과 음식 제공, 응원, 교통 안내, 지역상품 판매 등에 참여하는 주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와 함께 대회 수익이나 예산 일부를 코스 정비와 마을 환원, 주민·청소년 프로그램, 안전·자원봉사 교육에 사용하면 대회가 끝난 뒤에도 지역에 유산을 남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뉴시스 제주본부가 진행한 트레일러닝 아카데미에서 지난 5월24일 교육생들이 내리막 훈련을 하고 있다. 2026.08.07.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06/NISI20260806_0002206161_web.jpg?rnd=20260806155055)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뉴시스 제주본부가 진행한 트레일러닝 아카데미에서 지난 5월24일 교육생들이 내리막 훈련을 하고 있다. 2026.08.07. [email protected]
선수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코스 마킹
트레일러닝 코스는 산길과 숲길, 임도, 마을길이 복합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갈림길에서 방향을 잘못 잡기 쉽다. 장거리 경기에서 길을 잘못 들면 체력과 시간을 크게 소모한다.
고 선수는 또한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부 구간을 변경할 수 있지만 선수들이 자신의 기록을 비교하고 레이스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대회 코스를 가급적 일관되게 유지하는 편이 좋다"고 밝혔다.
고 선수는 경기를 마친 뒤 가족과 함께 지역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주변 볼거리와 즐길 거리, 음식점, 관광 프로그램을 안내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에서 열린 트레일러닝대회 모습. (사진=뉴시스 DB)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06/NISI20260806_0002206174_web.jpg?rnd=20260806155422)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에서 열린 트레일러닝대회 모습.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주민, 선수, 주최 측 협력이 대회 성패 좌우
주민의 협력과 응원 참여, 참가자의 지역 내 소비, 예측 가능한 행정 기준, 주최 측의 환경·안전 관리가 서로 맞물릴 때 대회의 지속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확한 코스 표식과 안전 체계는 선수의 신뢰를 높이고, 일관된 코스와 가족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체류와 재방문을 이끄는 요소로 꼽혔다.
대회 이후의 평가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환경 훼손 구간과 주민 민원, 지역경제 효과, 안전 관리 결과를 기록해 다음 행사에 반영하면 대회를 거듭할수록 운영 경험과 지역사회의 신뢰가 함께 축적될 수 있다.
지역주민과 주최자, 행정기관, 선수가 대회의 가치와 책임을 공유할 때 트레일러닝대회는 일회성 스포츠 행사를 넘어 지역에 오래 남는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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