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특별 기고] '팀 코리아'가 함께 울린 세계유산의 종

등록 2026.08.18 09:00:00

허민 국가유산청장 "묵묵히 헌신한 분들께 감사"

[서울=뉴시스]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8.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8.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누구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일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첫머리에 영국 시인 존 던의 이 문장을 새겼다. 인간은 누구도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서로 연결되고 의지할 때 비로소 온전한 세계를 이룬다는 뜻이다.

세계유산도 마찬가지다. 세계유산은 어느 한 나라의 소유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유산이 훼손되면 인류의 기억도 그만큼 사라지고, 온전히 지켜내면 인류의 역사도 그만큼 풍요로워진다. 세계유산을 보호하는 일은 어느 한 국가나 기관의 힘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뜨거웠던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마치고 존 던의 이 문장을 떠올렸다. 회의장을 가득 채운 박수와 환호, 세계 각국 대표단이 보내온 찬사 뒤에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정성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번 위원회의 성공은 한 기관이나 몇 사람만의 성과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대회 기간 중 162개국에서 3140여 명이 등록했고 장관급 인사 25명이 참석했다. 세계유산위원회 사상 처음으로 외국 정상이 자리를 함께했으며, 내외신 언론인 367명은 대한민국 문화외교 현장을 세계에 전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진정한 성과는 숫자 너머에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유산 보호와 국제협력을 선도할 역량과 책임을 갖춘 나라임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국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국가유산을 과거 유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품격과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으로 인식하고 관심과 지원을 보내준 덕에 국제회의를 치를 수 있었다.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에도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 '한국의 갯벌' 확대 등재와 일본 '사도광산' 결정문을 둘러싼 외교 현장에서는 국익과 역사적 진실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여러 정부 기관도 각자 자리에서 힘을 보탰다. 서로 다른 조직이 '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될 때 대한민국의 역량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확인한 시간이었다.

개최 도시 부산광역시와 여러 지방정부, 불교 조계종과 태고종을 비롯한 종교계, 가수 지드래곤과 데브시스터즈를 비롯한 민간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관에는 열흘 동안 13만7422명이 다녀갔고, 무형유산 특별 공연은 연일 매진됐다. 연계 관광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얻었다. K-헤리티지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국민이 일상에서 향유하고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살아 있는 문화임을 보여준 열흘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싶다. 새벽부터 회의장을 점검한 실무자, 각국 대표단의 소통을 도운 통역사, 질서와 안전을 지킨 경찰·소방·의료진, 따뜻한 미소로 손님을 맞은 자원봉사자, 무대 뒤에서 조명과 음향을 책임진 기술진이 있었다. 개·폐회식과 무형유산 공연을 빛낸 감독과 출연진, 교통·숙박·방역·경호·안내·홍보를 맡은 수많은 손길도 함께했다. 이들이 없었다면 세계가 기억할 '부산의 열흘'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 위원회는 세계유산 보호를 위한 전략적 가치로 '협력(Collaboration)'을 제시하고, '부산 선언'을 채택했다. 전쟁과 기후변화, 재난과 무분별한 개발 앞에서 어느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유산을 지켜낼 수 없다는 절박한 공감에서 나온 합의다. 부산에서 시작된 협력 정신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연대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부산 포럼'도 착실히 준비하겠다.
대회는 막을 내렸으나 우리의 책임은 이제부터다. 이번 성과를 일회성 잔치로 남겨서는 안 된다. K-헤리티지 위상을 대한민국 문화외교와 국가 브랜드로 확장하고, 인류 공동의 유산을 함께 지키는 선도 국가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

어느 나라도 홀로 떨어진 섬이 아니다. 어느 유산도 고립된 채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 과거와 미래가 서로 이어질 때 '인류'라는 대륙은 온전해진다. 세계유산을 지키는 힘도 바로 그 연결과 협력에서 나온다.

다시 한번 이번 세계유산위원회를 함께 만든 모든 분께 공을 돌린다. 무엇보다 지난 10개월 동안 밤낮없이 애쓴 국가유산청 직원들에게 미안함과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여러분이 대한민국 문화외교의 자랑스러운 주인공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