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전쟁 핑계" 기름값 담합 혐의 부인…1심 재판 시작
등록 2026.08.20 12:43:24수정 2026.08.20 14:36:27
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등 4개 정유사
검찰 "14조원 담합…경쟁제한 효과 26조원"
조사방해 사실 인정하며 "실효적 행위 아냐"
![[서울=뉴시스] 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이 발발한 직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담합해 유가를 교란한 혐의를 받는 정유사 4곳과 임직원들이 첫 재판에서 가격 담합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사진=뉴시스 DB) 2026.08.20.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06/NISI20260706_0021351933_web.jpg?rnd=20260706140153)
[서울=뉴시스] 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이 발발한 직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담합해 유가를 교란한 혐의를 받는 정유사 4곳과 임직원들이 첫 재판에서 가격 담합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사진=뉴시스 DB) 2026.08.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윤석 기자 = 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이 발발한 직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담합해 유가를 교란한 혐의를 받는 정유사 4곳과 임직원들이 첫 재판에서 가격 담합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20일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4개 회사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1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 A씨, 책임매니저 B씨, 법무실장 C씨와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D씨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담합에 관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현대오일뱅크 대리인은 "공소사실을 보면 마치 국내 정유업계의 구조적 비리나 담합이 만연한 것으로 기재됐고 이란 전쟁때 정유 가격이 오르는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만 회사와 직원들이 증거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사실 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이런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검찰이 수사 못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실효적 행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SK에너지 측도 "전량구매 계약 자체가 불이익을 부여했다는 부분은 주무관청인 공정위에 의해 이미 검토되고 시정명령이 난 사항을 참고해서 게약을 체결하고 진행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며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에쓰오일 측도 구체적으로 증거기록을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세 의견서를 추후 제출하겠다면서 공소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GS칼텍스 측은 "자영주유소 입장에서 계약 체결 단계에서 여러 정유사를 선택할 수 있다"며 "체결 후 갱신 의자를 거절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불이익을 주유소에 줬다거나 불공정 거래를 통해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다만 GS칼텍스과 국내영업 부문장의 조사 방해 혐의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유류 가격 담합이 없었기 때문에 조사 방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류 판사는 이날 A씨가 청구한 보석에 대한 신문도 함께 진행했다.
A씨 측은 도주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고, A씨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 측은 "A씨는 일부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구속 이후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다"며 A씨의 구속을 유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류 판사는 다음 기일을 내달 22일로 지정하고 증거 의견 정리 등을 위해 공판준비기일로 속행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에쓰오일 주유소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2026.08.20. k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23/NISI20260323_0021219282_web.jpg?rnd=20260323150610)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에쓰오일 주유소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2026.08.20. [email protected]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담합 행위에 주요한 역할을 하며 2024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가격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서로 가격 정보를 교환한 혐의를 받는다.
현대오일뱅크와 A씨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인 지난 3월 SK에너지 가격결정부서 부서장과 가격을 대폭 올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 국내 정유사들이 일제히 공급 가격을 인상한 점에 주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발발 첫날 유가가 오히려 하락한 뒤 약 일주일이 지나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번엔 발발 첫날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가격을 인상한 점이 이례적이었다고 수사팀은 설명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전쟁 발발 당시 정유사들은 이미 원유 상당량을 비축한 상태여서 가격 급등이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결정 책임자들은 SK에너지가 현대오일뱅크보다 리터당 30~40원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기로 담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담합 가격을 추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가격 결정에서 경쟁사 가격을 가장 중요한 참고 요소로 고려하는데, 현대오일뱅크 등이 가격을 올리자 그대로 따라 유가를 상승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이윤 추구 기회로 삼고 담합 범행에 편승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직접 담합 규모가 14조2000억원에 이르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 행위에 따른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면 약 26조원 상당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봤다.
아울러 이들 회사가 202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주유소들과 전량구매계약을 맺고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제품만 구매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가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타사 제품을 공급받은 주유소에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비용 회수, 보너스카드 중단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봤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의 경우 공정위 현장 조사 사실을 미리 알고 내부 자료를 삭제하는 등의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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