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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다 보이는 투명 목마 들어올 텐가"…'오디세이' 놀란 감독이 던진 'AI 경고장'

등록 2026.09.29 17:25:59

국회 콘텐츠 산업 토론회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건강한 회의주의' 조명

오디세이 촬영 당시 인간 개입 극대화, 실제 촬영 고수…무분별한 도입 경계

이동규 교수 "검증된 인간 창작 공정 유지" 촉구

[서울=뉴시스] 이주영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정책 과제' 간담회에서 김재원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2026.09.29. zo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주영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정책 과제' 간담회에서 김재원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2026.09.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주영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역설적인 성공 사례로 떠올랐다. 영화 제작 현장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놀란 감독은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찍으며 인간의 직관과 개입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AI로 만든 저품질 콘텐츠(AI 슬롭)가 넘쳐날수록 오히려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유기농 농산물처럼 희소성과 높은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정책 과제' 간담회에서는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AI 시대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가치 기준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AI는 속 다 보이는 트로이 목마"…놀란의 건강한 회의주의

발제자로 나선 이동규 동아대 교수는 "놀란 감독은 AI를 속이 다 보이는 '유리 트로이 목마'로 비유하며 무조건적인 기술 맹신을 경계했다"며 "오디세이 제작 당시 인간의 개입을 최대화하면서 AI는 거의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I가 창작 현장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인간의 연출권과 검증된 제작 공정을 대체하는 순간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놀란 감독은 젊은 세대가 품질 낮은 AI 생성물을 접하고 곧바로 'AI 슬롭'으로 구분하는 현상을 언급하며 이를 '매우 건강한 회의주의'라고 평가했다. 법적 규제가 만들어지기 전에 소비자의 감각이 먼저 작동해 저품질 AI 콘텐츠를 걸러내고 있다는 시각이다. 새 도구를 적극 활용하되, 이를 파는 기업의 동기를 의심하고 검증된 전통 공정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놀란 감독의 메시지다.

실제 놀란 감독이 회장을 맡고 있는 미국감독조합(DGA)은 올해 제작사 측과 체결한 새 단체협약에서 AI 생성 영상에 대한 감독의 통제권을 강화했다. 제작사가 작품의 창작적 요소에 생성형 AI를 활용할 경우 감독과 협의하도록 하는 등 AI 사용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감독의 창작권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손맛' 자체가 새로운 상업적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처럼 사람이 만들었다고 명시하면 지금은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는다"며 "인간이 직접 만들었다는 인증 자체가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이주영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정책 과제' 간담회에 참석한 토론자 모습. (왼쪽부터) 김성준 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 제성원 뤼튼테크놀로지스 이사,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026.09.29. zo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주영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정책 과제' 간담회에 참석한 토론자 모습. (왼쪽부터)  김성준 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 제성원 뤼튼테크놀로지스 이사,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026.09.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유기농 인증'처럼 '휴먼 어서드' 등장… 무분별 남용 막을 표준 필요

실제로 해외 창작자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작가협회는 본문이 인간에 의해 작성됐음을 인증하는 '휴먼 어서드' 인증을 전격 도입했다. 세계 각국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노 AI(No AI)' 마크를 작품에 붙이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

다만 인간이 창작했다는 프리미엄이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이를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처럼 허위 자료를 토대로 가짜 인증을 받거나 '노 AI' 표시를 남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AI 생성물을 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인간이 다 만들었다고 표시하는 것 자체도 어느 정도 합의를 하고 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생성물 표시와 인간 창작물 인증이 신뢰를 얻으려면 인증 여부를 검증할 기술을 고도화하고,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적절한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공인된 표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AI 학습 과정에서 기존 인간 창작자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다루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혔다. 최근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가 AI 음악 스타트업 '유디오' 및 '수노'와 저작권 소송을 벌이다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사례처럼 정당한 보상 체계(3C: 동의·통제·보상)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AI 개발을 지나치게 막으면 국내 AI 기술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 그렇다고 저작물을 무제한 공짜 학습으로 풀어주면 창작 생태계가 파괴되어 장기적으로 AI가 학습할 양질의 데이터마저 고갈될 수 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AI 혁신과 창작자의 권리 보호는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며 "기술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기준을 국회에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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