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벽에서 나온 지용일의 회화 ‘대면’…영은미술관서 개인전

등록 2026.10.01 09:12:45

저 끝으로 밝게 넘어가는 길게 스르르 뻗친, 2026, 황마 혼방과 목재에 아크릴릭, 혼합 젯소, 270×207×23cm *재판매 및 DB 금지

저 끝으로 밝게 넘어가는 길게 스르르 뻗친, 2026, 황마 혼방과 목재에 아크릴릭, 혼합 젯소, 270×207×23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림이 벽에서 떨어져 나왔다. 나무틀은 비틀리고 천은 찢어졌다. 반듯한 사각형의 캔버스 대신 울퉁불퉁한 덩어리가 전시장 바닥과 벽에 기대어 서 있다.

회화인가, 조각인가.

영은미술관이 영은창작스튜디오 13기 입주작가 지용일의 개인전 ‘대면(Encounter)’을 오는 18일까지 제2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경험에서 출발해 ‘회화란 무엇인가’를 묻는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다.

지용일의 회화는 캔버스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완성된 캔버스를 사서 그림을 그리는 대신 지지대가 되는 나무틀을 직접 짜고 비튼다. 그 위에 덧대는 천도 찢거나 뒤틀어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작품에는 정해진 앞과 뒤가 없다. 한쪽 면을 벽에 붙여 감상하는 일반적인 회화와 달리 여러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림을 이미지를 담는 평면이 아니라 시간과 행위가 축적된 하나의 ‘사물’로 바라보는 것이다.

작업의 출발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경험이 있다. 작가는 같은 풍경이라도 미디어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마주하는 것은 다르다고 느꼈다. 자연을 직접 보고 지각하면서 마음속에 뭉쳐진 ‘상(象)’을 작품으로 옮긴다.

201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이미지를 인화해 설치와 회화 작업을 해온 지용일은 2023년부터 ‘상(象)’ 연작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영은창작스튜디오 입주 기간 제작한 신작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황마 혼방과 목재에 아크릴릭과 혼합 젯소를 사용한 작품들은 캔버스라기보다 피부를 가진 구조물처럼 보인다. 2026년작 ‘저 끝으로 밝게 넘어가는 길게 스르르 뻗친’은 높이 270㎝에 이르는 대형 작품이다.

지용일은 작가노트에서 “화면이 눈을 통해 몸에 와 닿고, 내면에 덩어리진 상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회화라 호명한 사물의 시간을 쌓는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