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찍고 '속았다'…히스패닉 경제 불만, 민주당 지지는 '글쎄'
등록 2026.10.19 17:34:43수정 2026.10.19 17:56:24
AP-NORC 10월 조사서 히스패닉 70% 이상 트럼프 경제 운영 부정평가
애리조나·콜로라도·텍사스 하원 경합지서 지지·기권 고민 엇갈려
![[도럴=AP/뉴시스] 2022년 10월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공화당전국위원회(RNC) 히스패닉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중간선거 공화당 후보 유세 행사에서 한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석 장식 가방을 들고 있다. 2022.10.18.](https://img1.newsis.com/2026/09/14/NISI20260914_0002238195_web.jpg?rnd=20260914102455)
[도럴=AP/뉴시스] 2022년 10월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공화당전국위원회(RNC) 히스패닉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중간선거 공화당 후보 유세 행사에서 한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석 장식 가방을 들고 있다. 2022.10.18.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 고물가와 이란 전쟁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에 대한 불만이 곧바로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다음달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들의 표심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AP통신은 18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콜로라도·텍사스의 하원 경합지를 취재해 이 같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의 10월 조사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약 10명 중 6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제 운영에 대한 부정평가는 10명 중 7명을 넘었다.
9월 AP-NORC 조사에서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70%가 높은 물가의 원인을 트럼프 대통령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보다 그의 정책에서 찾았다. 10월 조사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55%는 공화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38%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민주당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는 거의 비슷하게 갈렸다.
히스패닉 표심은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힘을 보탰다. 당시 전국 유권자 12만명 이상을 조사한 'AP 보트캐스트'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 약 70%가 식료품 가격을 매우 걱정한다고 답했다. 전체 유권자의 약 3분의 2보다 높은 비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활비를 걱정하는 이들 유권자 사이에서 우위를 보였다.
AP통신은 애리조나주 카사그란데에 사는 설비 정비기술자 크리스 마르티네스(28)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경제가 좋아지고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에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 그러나 휘발유 값이 너무 올라 차량 한 대를 대출기관에 반납했고, 식료품도 할인점에서 사기 시작했다. 미국이 수개월째 이란과 충돌하는 상황도 지켜봤다. 그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속았다는 생각이 들고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마르티네스는 "한동안 오른쪽으로 갔지만 다시 중도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아예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마르티네스가 사는 카사그란데 상당 부분은 애리조나주 제6선거구에 속한다. 2024년 이곳에서 공화당 후안 시스코마니 하원의원은 민주당 후보를 2.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민주당은 이처럼 히스패닉 유권자가 많은 접전 지역에서 공화당에 실망한 표심을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시스코마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독립적인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멕시코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광고에서 "나는 누구의 거수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도전자 조애나 멘도사는 미 해병대 출신으로, 카사그란데 인근 농장에서 일했던 이민 노동자 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점을 내세운다. 지역 주민의 삶을 이해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콜로라도주 제8선거구는 히스패닉이 가장 큰 단일 민족집단인 지역이다. 현역인 공화당 게이브 에번스 하원의원과 민주당 도전자 매니 루티넬 주의원도 모두 히스패닉이다. 2024년 에번스 의원은 1%포인트 미만 차이로 승리했고, 같은 선거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루티넬 후보는 생활고를 겪었던 자신의 과거를 강조한다. 최근 덴버에서 노동조합 소속 목수들을 만나 팔의 흉터를 보여줬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100차례 넘게 피를 팔았을 때 생긴 흔적이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지역 주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속고 배신당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전직 경찰 간부인 에번스 의원은 루티넬 후보를 좌파 활동가 출신의 진보 정치인이라고 비판하며 국경 통제를 강조한다. 멕시코 이민자의 손자인 그는 히스패닉 주민들도 국경을 지키고 나쁜 사람을 내보내며 좋은 사람을 돕는 데 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같은 히스패닉 배경을 갖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국경 문제 중 서로 다른 쟁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트럭 운전사 호세 몬탈보(47)는 2024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에번스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아끼려고 보험회사와 휴대전화 통신사를 바꾼 그는 휘발유 가격에 대해 "트럼프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은 다른 공화당 정치인에게도 이어진다고 했다.
미국에서 36년간 살아온 귀화 시민 마리아 델 카르멘 로하스도 식료품을 사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비 부담을 느낀다. 공장 노동과 보모 일을 하며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 넷을 키웠고, 그중 한 아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로하스는 공화당이 이민자를 폄하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라티노는 세금을 내고 이 나라에서 일하면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립학교 교사 프리실라 올리바레스(46)는 민주당 지지자로 자랐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공화당에 투표했다. 지금은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정하지 못했다. 임금보다 생활비가 더 빠르게 오른다고 느끼고, 교실에 필요한 물품을 사려고 자신의 돈을 쓰기도 한다. 그는 "지금은 어느 쪽에도 동의하지 않아 무소속 입장"이라고 말했다.
히스패닉 유권자를 연구해 온 정치 컨설턴트 마이크 마드리드는 이런 움직임을 민주당 지지 회복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두 정당 모두 노동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유권자들이 양당과 거리를 두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그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인종·민족을 기준으로 투표하는 집단에서 경제와 생계, 계층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유권자로 바뀌고 있다"며 "이를 먼저 이해하는 정당이 다음 세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밴데일리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0월3일 미국 오하이오주 밴데일리아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10.03.](https://img1.newsis.com/2026/10/18/NISI20261018_0002266335_web.jpg?rnd=20261018095041)
[밴데일리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0월3일 미국 오하이오주 밴데일리아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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