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반의사불벌죄' 폐지론 재점화…"범죄인지하면 당연히 수사해야"
등록 2026.10.24 07:00:00수정 2026.10.24 07:44:24
"처벌불원 의사에 좌우되는 수사 관행 개선해야"
위험성 평가 강화·가해자 분리 등 후속 대책 필요
일각선 "피해자 선택권 제한 우려" 신중론도 나와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혐의를 받는 김성우(26)가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방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6.10.20.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20/NISI20261020_0021495870_web.jpg?rnd=20261020080712)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혐의를 받는 김성우(26)가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방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6.10.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이지우 인턴기자 = 최근 잇따른 가정폭력 살인 사건을 계기로 반의사불벌죄 폐지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지만, 법 개정만으로는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에 따라 수사기관의 대응이 달라지는 관행을 개선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체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 16일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기소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스토킹 범죄에서는 2023년 해당 조항이 폐지됐지만 가정폭력 사건의 단순폭행, 협박 등에는 여전히 적용된다.
문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반드시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제적 의존 등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경우가 있는 데다, 처벌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해자에게 추가 보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반의사불벌죄 폐지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법 개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이유로 수사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제도 개선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공무원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에서는 경찰의 대응이 논란이 됐다. 경찰이 앞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특수협박 혐의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수협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혼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차량에 태워 도주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신고접수 약 7시간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돼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6.10.11. kch05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1/NISI20261011_0021484202_web.jpg?rnd=20261011191032)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혼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차량에 태워 도주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신고접수 약 7시간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돼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6.10.11. [email protected]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여성학 박사)는 "가정폭력이나 교제폭력은 피해자가 처벌 의사가 없으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뿌리 깊게 남아 있다"며 "처벌불원 적용 대상 범죄가 아닌데도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사를 종결하는 경우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윤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도 "수사기관이 범죄를 인지하면 당연히 수사해야 하는데 피해자의 처벌 의사에 따라 사건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이 좌우되는 부분이 있다"며 "소극적 수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수사 관행 개선과 함께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보호조치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추가 범죄의 위험이 남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찰의 위험성 평가를 강화하고, 위험도가 높은 사건에는 신속한 격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 경찰관이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면담과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즉각적인 격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위험성 평가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격리뿐 아니라 이후에도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허 조사관은 가정폭력 사건의 접근금지 기간을 확대하고 위치추적 전자감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한 가해자를 다시 만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접근금지 명령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정폭력처벌법에도) 전자감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피해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가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에게 주도권을 주는 제도인데 이를 폐지하면 그 권한을 국가가 행사하게 되는 것"이라며 "재결합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법률이 개입하는 것은 관계가 아니라 폭력"이라며 "피해자가 관계를 다시 맺겠다고 하면 맺으면 되는 것이고, 폭력은 처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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