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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 사기범' 다큐 흥행…'이익 나눠달라' 요구까지 들어줬다

등록 2026.10.25 04:00:00

직원 300명 중 제작 사실 아는 인원 10명 미만

첫 주말 북미 매출 1560만달러…관객 약 70%가 35세 미만

[캘리포니아=AP/뉴시스]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악의 사기범 엘리자베스 홈즈(38)의 수감 생활을 앞두고 그가 형기를 시작하게 될 브라이언 연방수용소의 재소자와 교도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했다. 사진은 3월17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법원을 떠나는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 2023.05.30. *재판매 및 DB 금지

[캘리포니아=AP/뉴시스]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악의 사기범 엘리자베스 홈즈(38)의 수감 생활을 앞두고 그가 형기를 시작하게 될 브라이언 연방수용소의 재소자와 교도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했다. 사진은 3월17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법원을 떠나는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 2023.05.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독립영화사 A24가 투자 사기범 엘리자베스 홈스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극비리에 제작한 뒤 영화제에서 깜짝 공개해 흥행에 성공했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24가 다큐멘터리 '유 캔 시 에브리싱(You Can See Everything)'을 제작하는 동안 이 사실을 아는 직원이 전체 300명 가운데 10명 미만이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인 이달 16~18일 북미 855개 극장에서 약 156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A24에 따르면 첫 주말 표를 산 관객의 약 70%는 35세 미만이었다.

제작 사실을 숨긴 당초 목적은 네이선 필더·랜스 오펜하임 감독이 외부 간섭을 받지 않고 작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A24는 이후 이 비밀을 영화 홍보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6월 A24는 미국 콜로라도주 텔루라이드영화제 측과 깜짝 상영을 준비했다. 9월6일 극장을 채운 관객 650명은 무슨 영화를 볼지 모른 채 휴대전화를 잠금 파우치에 넣고 상영을 기다렸다.

영화제 공개와 동시에 내놓은 짧은 예고편도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다. 홈스와 필더 감독이 눈을 마주 보는 장면을 모방하거나 재가공한 게시물이 잇따르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지난 9월 말 뉴욕영화제에서도 감독들의 발언이 호기심을 더했다. 필더 감독은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는 지금도 내가 겪은 일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사진=미국 아마존)2023.05.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진=미국 아마존)2023.05.30. *재판매 및 DB 금지

A24는 온라인 반응과 사전 예매 성적을 보고 다큐멘터리로서는 큰 규모로 개봉하기로 했다. 회사에 따르면 첫 주말 3000회 넘는 상영이 매진됐다. WSJ은 이번 주말 상영 규모가 2600개 극장으로 확대된다고 전했다. A24는 이 영화를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리기 위한 홍보전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3년 3월 한 프로듀서가 홈스와 그의 동반자 빌리 에번스를 A24에 연결하면서 시작됐다. 홈스의 수감 전 생활을 기록하자는 제안이었지만, A24는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필더 감독과 오펜하임 감독이 관심을 보이자 완성된 영화가 나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촬영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홈스는 혈액검사 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로, 투자자들을 속인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촬영진 7명은 그가 2023년 5월30일 텍사스주 연방교도소에 수감되기 전 약 한 달 동안 가족과 함께 지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델마의 임대한 해변 주택에서 홈스와 에번스, 어린 두 자녀의 생활을 폭넓게 촬영했다.

제작 과정에서는 에번스가 영화에서 이익이 나면 일부를 나눠 달라고 요구했고 A24가 이를 받아들였다. WSJ은 다큐멘터리 제작의 통상적인 관행에서 벗어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논의를 거쳐 결정됐다고 전했다.

감독들은 홈스와 에번스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주요 대화를 배우들이 재연하는 장면도 영화에 넣었다. 에번스가 A24 경영진에게 영화 이익을 나눠 달라고 요구하는 장면도 재연했다. 영화를 제작하던 회사 자체가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된 셈이다.

WSJ은 이번 흥행의 배경으로 젊은 관객들이 A24 브랜드에 보내는 신뢰를 꼽았다. 팬들은 회사의 상품을 사고 유료 회원제에 가입한다. 'A24'라는 이름은 파격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피 한 방울' 사기범' 다큐 흥행…'이익 나눠달라' 요구까지 들어줬다

A24 영화 '더 인바이트'의 제작자 데이비드 퍼뮤트는 사람들이 워너브러더스나 파라마운트, 소니라는 회사 이름을 내세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면서 "젊은이들은 'A24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한다"고 전했다.

2012년 설립된 A24는 독립영화 시장을 공략하면서 TV 광고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젊은 관객에게 접근하기 쉬운 소셜미디어 홍보에 주력했다. 이후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고, 2022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A24 영화 중 처음으로 세계 흥행 수입 1억달러를 넘겼다.

최근에는 티모시 샬라메가 탁구 선수를 연기한 '마티 슈프림', 로버트 패틴슨과 젠데이아가 출연한 블랙코미디 '더 드라마', 20세 신인 감독이 온라인 공포 소재를 영화로 만든 '백룸' 등이 흥행했다.

비상장사인 A24의 기업가치는 2024년 기준 35억달러로 평가됐다. WSJ은 A24가 대형 영화사에 매각되는 전통적인 성장 방식과 달리, 해외 협력을 통해 독립성을 유지하며 사업을 넓히는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WSJ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A24가 2028년 개봉 예정인 비디오게임 '엘든 링'의 영화판을 제작 중이며 제작비는 2억달러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A24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 가운데 가장 큰 제작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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