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너머 건넨 고추장…"영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등록 2026.10.29 07:01:00수정 2026.10.29 07:16:24
지난 27일 서울 번동초 국제공동수업 현장
인도네시아·일본 학생들과 실시간 화상 수업
'음식 문화' 주제…전통 음식·간식·예절 소개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7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3개국(한국-일본-인도네시아) 실시간 화상 국제공동수업을 하고 있다. 2026.10.27. 20hwa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27/NISI20261027_0021506367_web.jpg?rnd=20261027141411)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7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3개국(한국-일본-인도네시아) 실시간 화상 국제공동수업을 하고 있다. 2026.10.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Gochujang is spicier than doenjang(고추장은 된장보다 매워)"
지난 27일 번동초 6학년 1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디벗(서울의 교육용 태블릿PC)에 달린 카메라를 향해 된장과 고추장을 푼 숟가락을 내밀었다. 배추김치, 깍두기, 무말랭이도 젓가락으로 집어 차례로 화면에 비췄다. 인도네시아와 일본 친구들에게 한국의 전통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날 번동초 학생들은 인도네시아 반자르마신 알 이흐산 초등학교 5학년 2개 학급, 일본 반세이 초등학교 5·6학년 32명과 줌(ZOOM·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실시간 만났다. 영어로 진행된 국제공동수업의 주제는 '음식 문화'였다.
이번 수업은 전유진 교사의 일상 속 작은 경험으로부터 출발했다. 전 교사는 여름방학에 일본인 교사와 불고기를 먹다가 양국의 젓가락 놓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흥미를 느낀 그는 일본인 교사와 뜻을 모아 공동수업 준비에 나섰다. 전 교사는 평소 국제공동수업을 함께해 온 인도네시아 반자르마신 알 이흐산 초등학교에도 참여를 제안해 해당 학교와 일본 반세이 초등학교를 잇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그 덕분에 3개국 학생과 교사가 실시간으로 함께 공부하게 됐다. 이들 3개국 학생들이 한데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업의 세부 주제는 전통 음식, 인기 간식, 식사 예절 및 식사 도구였다. 번동초 학생들은 '한국의 전통 음식'을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 부각 등 전통 음식을 소개한 뒤 된장·고추장·참기름·간장 같은 전통 양념을 하나씩 카메라 앞에 들고 맛을 설명했다. 비빔밥, 불고기 등 양념을 넣고 만든 한국의 대표 음식도 설명했다.
김치를 소개할 땐 가장 친숙한 배추김치부터 깍두기, 무말랭이까지 차례로 꺼내 보이며 그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직접 보여줬다. 그날 먹은 급식을 급식 판에 담아 비추자, 일본과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화면 너머로 한국 학교의 점심시간을 들여다봤다.
일본 학생들과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각각 자국의 인기 간식과 식사 예절 및 도구를 소개했다. 발표를 들은 김하진양은 "인도네시아 친구들이 밥 먹기 전에도, 후에도 손을 씻는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7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3개국(한국-일본-인도네시아) 실시간 화상 국제공동수업을 하고 있다. 2026.10.27. 20hwa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27/NISI20261027_0021506365_web.jpg?rnd=20261027141411)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7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3개국(한국-일본-인도네시아) 실시간 화상 국제공동수업을 하고 있다. 2026.10.27. [email protected]
발표가 끝난 뒤에는 소그룹 토의가 이어졌다. 일본과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김치를 얼마나 자주 먹는지, 집에서 직접 담그는지 궁금해했다. 한국 학생들은 '매일 김치를 먹는다', '엄마, 아빠, 할머니와 김장한다' 등 저마다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인도네시아와 한국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에게 말차를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를, 한국과 일본 학생들은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 나시고랭을 부모님과 함께 만들어 먹는지 등을 물었다.
서로의 문화를 알고 싶은 마음 덕에 질문과 대답이 거침없이 오갔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일본과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컵떡볶이를 얼마나 자주 먹냐'며 궁금증을 쏟아냈다. 히잡을 쓴 일부 인도네시아 여학생들은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함께 흔들며 반가움을 전하기도 했다. 송신후군은 "책으로 볼 때는 궁금증이 잘 해결되지 않았는데 직접 물어보고 답도 하니까 진짜 궁금했던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영어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세계시민의 모습이 교실에 가득했다. 3개국 국제공동수업을 추진하며 전 교사가 가장 바랐던 장면이기도 하다. 전 교사는 "영어는 전 세계의 공용어로 소통을 위한 도구"라며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고, 영어로 사고하면서 한국인으로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살며 또래 친구들과 영어로 생각을 나눠보는 경험을 갖게 하고 싶어 시교육청 국제교육협력팀에 연락해 국제공동수업을 하고 싶다고 연락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시차도 있는 해외 학교와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전 교사는 "수업을 위해 왓츠앱 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인도네시아와 일본 선생님들과 주말에도 연락했다. 국제공동수업은 변수가 많고 그 변수에 대응하는 것도 한국 내 다른 학교와 수업을 진행했을 때와 차원이 다르다"면서도 "물리적으로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세계시민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국제공동수업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전 교사는 "항상 'Simple english, Deep thinking(단순한 영어, 깊은 생각)'을 강조한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으면 말을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완벽하지 않아도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며 "같은 주제로 이야기 하면 영어가 수정·보완되면서 실력이 늘고 문화적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입을 모아 외국인 앞에서 자신감 있게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보윤군은 "몇 번 해보니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만 알고 있어도 말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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