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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체불' 8천억에 연금 의무화…영세기업·사각지대 보완은 '과제'

등록 2026.11.01 07:01:00수정 2026.11.01 07:16:24

노동부, 퇴직연금 강화 방안 발표…2030년 사외적립 의무화

퇴직금 체불액 8229억원…전체 임금체불액의 41.1% 차지

퇴직연금 사업장 도입률은 26.5%…5인 미만 사업장은 10.6%

12년 전에도 의무화 추진했다 무산…노동자 사각지대는 여전

[서울=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6.0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6.02.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이 의무화된다. 전체 임금체불액의 40% 이상이 퇴직금인 만큼, 기업이 이를 내부에 쌓아두는 대신 금융기관 등 외부에 적립하도록 해 체불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영세사업장의 비용 부담과 퇴직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노사정 공동선언의 후속조치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8년 1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9년 10~99인, 2030년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퇴직급여 사외적립이 의무화된다.

이와 함께 전문기관이 가입자를 대신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활성화하고, 퇴직급여를 일시금보다 연금으로 받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퇴직금 체불을 예방하는 동시에 퇴직연금의 수익률과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퇴직금 체불 8229억원…퇴직연금 도입 21년에도 가입률 정체

현행 퇴직급여제도는 크게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나뉜다.

퇴직금은 기업이 노동자가 퇴직할 때 근속기간에 따라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퇴직연금은 기업이 노동자의 퇴직급여를 금융기관 등 외부에 미리 적립해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등으로 구분된다. DB형은 기업이 적립금을 운용하고 노동자는 미리 정해진 방식에 따라 계산한 퇴직급여를 받는다. DC형은 기업이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노동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퇴직금제도는 기업이 퇴직급여에 해당하는 자금을 회사 내부에 보관할 수 있어 경영난이나 폐업 등으로 지급 여력이 부족해질 경우 체불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퇴직금 체불액은 2021년 5271억원에서 2022년 5465억원, 2023년 683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8229억원에 달해 전체 임금체불액의 41.1%를 차지했다.

정부가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하는 것도 기업의 경영상황과 관계없이 노동자의 퇴직급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퇴직연금은 2005년 12월 도입된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2020년 말 255조5000억원이었던 적립금은 지난해 말 501조4000억원으로 5년 만에 약 두 배로 늘었다.

[서울=뉴시스] 지난 5월 20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 적립 규모인 431조7000억원보다 약 70조원 증가한 것으로, 400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500조원을 넘어섰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5월 20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 적립 규모인 431조7000억원보다 약 70조원 증가한 것으로, 400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500조원을 넘어섰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하지만 제도 도입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간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6.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노동자 가입률도 53% 안팎에서 정체된 상태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도입률이 낮다. 2024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0.6%에 불과했다. 5~9인 사업장은 32.7%, 10~29인 사업장은 57.3%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92.1%였다.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은 6.47%로 통계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국민연금(18.82%)과 공무원연금(17.2%), 사학연금(18.9%)보다 낮았다.

퇴직연금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찾아가는 비중도 여전히 높다. 지난해 퇴직급여 수령 계좌 가운데 83.5%는 일시금을 선택했고, 연금으로 수령한 계좌는 16.5%에 그쳤다.

2024년에는 퇴직연금 중도해지와 중도인출로 빠져나간 금액이 18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도인출 금액의 67.3%는 주택 구입, 23.0%는 임차보증금 마련에 사용됐다.

이번 개편안에서 관심을 모았던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기금 운용 참여 여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참여 방식과 범위 등을 둘러싼 노사정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부는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를 조율할 방침이다.

영세기업 절반 "의무화 부담"…1년 미만·초단시간 노동자는 제외

다만 제도 개편이 실제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영세사업장의 비용 부담이 문제다. 기업이 퇴직급여를 외부에 정기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만큼 당장 운영자금에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4~7월 퇴직연금 미도입 사업장 1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52.5%가 사외적립 의무화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15.6%는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이에 정부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사외적립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30인 미만 사업장의 조기 도입에 대한 재정지원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경영자금 융자비용 지원 등으로 영세사업장의 퇴직연금 전환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다만 실제 현장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정부는 2014년에도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2024년 7월 10일 서울 시내에서 한 배달 기사가 이동하고 있다. 2024.07.1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2024년 7월 10일 서울 시내에서 한 배달 기사가 이동하고 있다. 2024.07.10. [email protected]


당시에도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소득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부담금의 10%와 운용수수료의 50%를 3년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되면서 의무화 계획은 무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번 방안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는 사실상 모든 사업장에 제도를 의무화하는 조치"라며 "중소 영세 사업장의 재정 여건과 제도 운영 부담을 충분히 고려해 좀 더 세심한 단계적 시행과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사각지대도 문제다.

현행법상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4주 평균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퇴직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2030년 모든 사업장에 사외적립이 의무화되더라도 이들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 의무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1년 미만 근속 노동자에 대한 퇴직급여 보장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 개편안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근속기간 요건을 현행 1년에서 6개월 또는 3개월로 단축하거나 근속기간에 비례해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노사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 중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 내용에 대해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만큼, 국회 입법 과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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