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출판 금지…조선족이 쓴 '조선족의 종말'[신간]
등록 2026.11.02 14:51:18수정 2026.11.02 15:12:24
![중국서 출판 금지…조선족이 쓴 '조선족의 종말'[신간]](https://img1.newsis.com/2026/11/02/NISI20261102_0002280443_web.jpg?rnd=20261102140351)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중국에서 출판 금지 당한 고발서가 출간됐다.
'조선족의 종말'(타임라인)은 조선족 학자 김문학이 쓴 신간이다. 한국인이 미처 모르는 조선족의 정체를 내부자의 시선에서 적나라하게 규명하고 비판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중국 선양 출신의 조선족 3세로서 자신이 속했던 사회를 외부인 시각으로 관찰하는 동시에, 내부자의 깊은 경험으로 해부한다. 이 책이 일반적인 조선족 연구서와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이러한 철저한 '자기비판적 시선'에 있다.
저자는 '중국이라는 국가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조선족이 과연 고유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민족의 존속을 위협받는 현실 앞에서 조선족 사회의 지식인과 지도층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아울러 조선족 사회의 소멸 위기를 외부의 동화 압력만으로 돌리지 않는다. 체제에 대한 맹목적 순응, 지식인의 비판정신 상실, 문화적 자부심 약화, 경제적 이익 편중, 그리고 민족 내부의 자기반성 부재가 맞물려 자멸을 재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나아가 '2050년 소멸설'까지 경고한다.
"일언이폐지하면, 조선족은 중국인이다. 민족은 조선 또는 한국 민족과 같지만 절대 다수는 ‘중국인’에 정체성을 두고 있으며, 좀 심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절대 다수가 ‘준짱개’로 살아왔으며 살고 있다. 더욱이 위에서도 고찰했듯이 ‘분갱 문화’라는 중공 체제의 문화 안에서 육성된 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정신 구조는 중공의 ‘조선족’이며 중국인과 다름없다." (140쪽)
"김학철과는 사뭇 대조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이 조선족 유명 음악가 정율성이다. 정율성에게는 '천재적 음악가' 섭이聶耳, 선성해冼星海와 더불어 '중국 현대음악의 악성樂聖', '혁명 음악의 대부', 그리고 '군가의 아버지'와 같은 휘황찬란한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그러한 중공이 붙여준 수식어를 떼고서 그의 민낯을 바로 보면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음악, 작곡의 천재라는 위명에는 동감이지만, '재발견'되는 그는 '자발적 복종'의 전형적인 조선족 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다." (115쪽)
"환언하자면 한국인, 특히 정치가, 실업가, 지식인들이 중국을 잘못 본 것은 '중국'과 '중공'을 혼동하여 중국을 절취한 중공의 사악한 본성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중략) 중공의 특징을 이 책('중공에 대한 9가지 평론')은 이렇게 요약한다. '폭력, 테러로 정권을 탈취하고 유지한다. 거짓말, 허위를 폭력의 윤활제로 사용한다. 카멜레온과 같이 항상 변하는 속임수. 당성(黨性)으로 인성을 대체하며 인성을 소멸한다. 반 자연과 반 인간성의 사악함.'" (259~260쪽)
저자는 논의 범위를 조선족 내부에서 한국 사회로 확장시킨다. 중국공산당이 추진하는 조선족 포섭 정책의 실체를 파헤치며,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협과 중공의 '초한전(超限戰)' 위험성을 짚는다. 동시에 '중국'과 '중공'을 구별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안이한 대중국 인식을 비판하면서, 조선족 문제가 단순 소수민족 이슈를 넘어 한국의 정체성·외교·사회통합과 직결된 중대한 과제임을 부각한다.
"더 괄목해야 할 일은, 유사시(전쟁 등)에 중공 공민으로서 중공의 국체를 위하여 전투에 참가할 임무가 부과된 것이다. 즉, 만일 중국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조선족은 중공군에 협조하여 적극 전투에 참여하고 총부리를 한국민에게 돌려야 한다는 말이 된다. 6·25 전쟁 때 공산군으로 이용당한 조선족이 한국 동포에게 총뿌리를 돌리고, 북한과 중국 모택동을 도와 한반도 통일을 막았던 뼈아픈 기억을 한국인은 잊지 않았을 것이다." (242쪽)
"2017년 12월 대통령 문재인은 중국 대학에서의 연설 중에 모택동 중공의 공산혁명을 슬쩍 칭송하면서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라며 '높은 산봉우리'라고 예찬했다. 대한민국을 '작은 나라'라고 비꼰 것도 모자라서 '중국의 법과 덕을 앞세우고 널리 포용하고 개방과 관용의 중국 정신을 펼쳐 갈 때 실현 가능한 꿈'이라며 '중국몽'을 전 인류와 함께 꿈꾸는 길이 된다고 하였다.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일까 하고 경악한 사람은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250쪽)
책은 소멸의 경고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중국 공산당 체제에 예속된 구(舊)조선족의 낡은 틀을 깨고, 다중적 정체성과 문화적 유연성을 무기로 국경을 넘나드는 '신조선족(포스트 조선족)'이자 세계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존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 김문학은 비교문화학자, 문명비평가로 중일한 국제문화연구원장, 히로시마 문화학원대학 특임교수 및 동아시아 소재 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2004년 일본에 귀화했고 한중일 3개 국어로 출간한 저작은 2023년 현재까지 100권이 넘는다. '신조선족 지성의 기수', '동아시아의 귀재', '월경하는 지적 거인'을 썼으며, 조선족 출신 첫 사상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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