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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김금희 "이상문학상 거부 후 지독한 회의감...그래도 소설쓰며 회복""

등록 2022.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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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작 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출간

[서울=뉴시스] 김금희 작가 (사진=창비 제공) 2022.12.10.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금희 작가 (사진=창비 제공) 2022.12.10.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니 일상적인 이야기도 굉장히 깊어졌어요."

소설가 김금희(43)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소설 '크리스마스 타일'을 출간했다. 수많은 단편을 발표했지만 연작소설을 쓴건 작가 생활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크리스마스는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날인 동시에 굉장히 상업적인 날 아닌가."  '크리스마스 타일'은 방송작가 은하, 영화학도 한가을, 방송국 피디 지민 등 7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이 경험한 크리스마스가 녹아있는 소설이다.
[서울=뉴시스] 크리스마스 타일 (사진=창비 제공) 2022.1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크리스마스 타일 (사진=창비 제공) 2022.12.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상문학상 거부 이후 겪었던 회의감

"1년간 글을 거의 쓰지 않고 소설을 멀리하기도 했어요."

김금희는 이번 책을 쓰며 첫 작품은 '은하의 밤'의 주인공 은하에게 많이 몰입했다. 어느덧 10년이 넘는 작가 생활을 하며 커리어적으로 중간의 위치에 올랐지만, 자신에게 풋풋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애매한 상황이 마치 은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 은하의 이야기를 비롯해 지난해 자신의 반려견을 잃은 경험을 담아 쓴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등의 이야기를 쓰며 김금희는 그간의 무력감을 털어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2020년 이상문학상 거부 이후 겪었던 상처와 문학에 대한 애정을 이번 소설들을 쓰며 회복하는 시간이 됐다. 자신에게 "시스템에 대한 저항감"과 "지독한 회의감"이 생겼었다는 작가는 "소설을 계속 써야 한다는 마음에 사랑을 다시 불러일으켜"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아왔다.

[서울=뉴시스] 김금희 작가 (사진=창비 제공) 2022.12.10.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금희 작가 (사진=창비 제공) 2022.12.10.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등단 13년 만에 첫 연작소설…단편 스트레스 탈피하는 시도

"단편은 저한테 되게 많이 힘든 장르예요."
이번 책은 김금희에게 특별한 경험이다. 그간 단편 작업을 하며 부담이 커진 작가가 감행한 첫 시도이기 때문이다. 2019년 단편 '크리스마스에는'을 쓴 후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 김금희는 코로나19 시기 '크리스마스 연작을 쓰겠다'는 기획을 갖고 직접 출판사를 찾았다. 그간 청탁을 통해 단편을 쓰고 이를 모아 소설집을 낸 것과는 다른 형태다.

4권의 소설집을 내며 꾸준히 단편소설을 써온 김금희는 의외로 자신이 "단편에 가장 약하다"고 털어놨다. 제한된 분량 속에서 모든 인물의 서사를 완결하고 기한에 맞춰 마감해야 하는 중압감에 내내 시달렸다는 고백이다. 그는 과거 단편 마감을 하며 응급실에 다녀온 경험도 있다.

"그리고 사실 독자들은 단편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한국의 작가들에게 단편은 주목을 얻고 상을 받는 데 도움은 되지만 과도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독약 같은 면이 있다"는 게 김금희의 설명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장편소설을 쓰기 위한 작가적인 역량이나 힘을 단편을 집필하며 모두 소모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김금희 또한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성장한 기간동안 이를 모두 경험했다.

크리스마스 속 상실, "그저 살아나가자"는 메시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번 연작소설집의 이야기는 마냥 밝고 따뜻한 것은 아니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거나 힘든 현실 가운데 쿠바에서 보낸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는 등 각자의 상실을 겪은 인물들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세상을 사는 게 항상 상실의 반복이잖아요."

김금희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잃어버리기를 반복하는 삶 속에서 "그저 살아나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에게 소설은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며 "약간의 힘을 얹어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소설집의 끝은 "겨울에 필요한 마음들을 되짚어보며"라는 표현으로 마무리된다. 다사다난했던 이번 겨울, 필요한 마음은 무엇일까?

"혼자서도 따뜻해질 수 있는 용기일 것 같아요. 마음 아픈 사건도 있고 사회가 시끄럽고 정치인들은 계속 싸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혼자 자기 삶을 잘 추스를 수 있는 그런 용기로 굳건히 버티셨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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