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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FTA, 위기를 기회로①]FTA 체결 20년, 韓 농업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등록 2023.02.19 06:00:00수정 2023.02.27 09: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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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칠레 FTA 첫 체결 이후 59개국·21건 발효

시장개방 우려 속 FTA 이후 농식품 교역 규모 4배↑

농업 분야 협정관세 활용률 저조…충분히 활용 못해

CPTPP·IPEF '메가 FTA' 추진…농업 지속가능성 관건

[세종=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농식품 수출기업과 상담기회를 제공하는 대규모 수출상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농식품 수출기업과 상담기회를 제공하는 대규모 수출상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이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003년 2월 한국-칠레 FTA 체결 이후 한국은 그 동안 전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첫 FTA 체결 당시만 해도 농업은 큰 피해가 예상됐다. 값싸고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물밀 듯이 쏟아지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20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식품 업계의 자생 노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한 신품종 개발과 신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류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FTA 확대가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에게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총 10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한국과 칠레 양국은 3년여의 협상 끝에 2003년 2월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FTA가 체결된 것이다.

FTA는 협정 체결국간에 무역장벽을 완화하는 특혜무역협정으로, 기본적으로 낮은 관세를 적용하거나 관세 철폐를 통해 시장을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이야 지구 반대편 국가와의 무역 협약이 자연스럽고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생소했다.

FTA는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밀어 넣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대외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통상정책수단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시장개방에 따른 기존 산업의 붕괴 우려로 추진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특히 한-칠레 FTA 체결 당시만 해도 칠레산 농산물이 한국 식탁을 점령해 농민들에게는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끼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농민들은 격한 시위를 거듭했고, 정부는 성난 농심을 달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FTA를 발판 삼아 세계 10대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FTA를 통한 통상정책을 우선하며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FTA를 성사시켰다. 올해 1월 기준 59개국, 21건의 FTA를 발효했다. 양자간 협정은 물론 수많은 국가가 동시에 참여하는 '메가 FTA' 시대도 열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 2020.11.15.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 [email protected]


FTA 이후 농식품 교역량 4배 증가…대한민국 농업에 새 생명 불어 넣다

FTA 체결 이후 농식품 교역 규모는 큰 성장세를 이뤘다. 2022년 농식품 수입은 484억 달러로 한-칠레 FTA 발효 이듬해인 2005년 119억 달러에 비해 4.1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농식품 수출은 22억 달러에서 88억 달러로 4.0배 커졌다.

정부는 다양한 국가들과 FTA 협상을 거치면서 농업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곳곳에 뒀다. 특히 우리 농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쌀이나 쌀 관련 제품은 지금까지 체결한 모든 FTA에서 관세 감축 대상뿐 아니라 수입쿼터 등 추가적인 시장개방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FTA 체결로 인한 국내 농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세철폐에 있어 예외를 두거나 계절관세를 도입하는 등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데 힘을 쏟았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과 보리, 콩 등 곡물, 사과, 배, 포도 등 과수 등이 대표적이다.

FTA 체결로 시장 개방이 이뤄지면서 주요 농산물 수입량이 증가해 관련 농가의 피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농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산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량 증가로 국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끌어올리기 위한 유효한 전략으로 작용했다. 국내산 과일·과채류의 품질 향상과 소비자 기호를 맞춘 농축산물이 식탁에 오르면서 수입 농산물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고, 공급망 불안과 식량 안보 위기 등 식품소비 부진에도 농식품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 기간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인삼 등 건강식품 인기가 고조됐다. 샤인머스캣, 딸기, 배 등 신선농산물은 맛과 우수한 품질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한류 바람을 타고 김치와 라면, 과자 등도 인기 몰이 중이다.

농식품 수출을 넘어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농기자재, 반려동물 식품(펫 푸드) 등 연관 산업까지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첨단 식품기술인 푸드테크도 신성장 분야로 수출 대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뉴시스] 2022년 FTA 체결국 수출입 현황. (자료=농촌경제연구원)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2022년 FTA 체결국 수출입 현황. (자료=농촌경제연구원) *재판매 및 DB 금지


메가 FTA 시대 농업·농촌 경쟁력 업그레이드…정부 뒷받침 절실

FTA 체결 이후 농식품 수출과 수입 모두 증가하며 무역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무역수지 적자 역시 커졌다. 다른 분야와 달리 FTA 협정을 활용한 농업 분야 교역 규모는 걸음마 수준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FTA 협정 수출 활용률은 75.5%, 수입 활용률은 78.6%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림수산물 분야만 놓고 보면 수입 활용률은 92.1%에 달하는 데 반해, 수출 활용률은 55.4%에 불과하다.

FTA 협정관세 활용률은 FTA 협정에 명시된 관세양허 품목의 교역액 중 실제 FTA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은 교역액 비율을 말한다. 다른 분야와 달리 농림수산물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의 FTA 협정관세 활용률이 매우 저조한 것을 알 수 있다. 상대국이 FTA 관세 인하 혜택을 월등히 크게 누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식품 수출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서는 저조한 FTA 활용률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업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대부분의 농식품 수출업체는 영세해 FTA 관련 규정을 모르거나 전담 인력이 부족해 특혜관세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뉴시스] 일본산 맥주의 관세가 매년 1.5%씩 낮아져 향후 20년 뒤에는 완전히 철폐될 전망이다. 중국산 녹용의 경우 현재 20%인 관세가 20년에 걸쳐 매년 1%씩 낮아진다. 우리나라는 핵심 민감 품목인 쌀과 마늘 등을 양허제외로 보호할 수 있게 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일본산 맥주의 관세가 매년 1.5%씩 낮아져 향후 20년 뒤에는 완전히 철폐될 전망이다. 중국산 녹용의 경우 현재 20%인 관세가 20년에 걸쳐 매년 1%씩 낮아진다. 우리나라는 핵심 민감 품목인 쌀과 마늘 등을 양허제외로 보호할 수 있게 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해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산물과 임산물의 FTA 협정관세 활용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며 "수출 FTA 협정관세 활용률이 저조한 원인을 품목별로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국가별 원산지 기준이나 원산지증명서 발급 방법과 절차를 교육하는 한편 관련 제도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이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의 메가 FTA가 대세로 부상했다.

개별 FTA에서 벗어나 다자간 FTA가 활성화되면 그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부정적 요인이 국내 농업 분야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등 농업 선진국과의 시장 개방이 본격화할 수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CPTPP 가입으로 인한 농업생산액 감소는 15년간 연평균 최대 4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농협경제연구소도 '메가 FTA 대응 농업부문 대책' 보고서에서 "메가 FTA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단순히 국내 농산물의 경쟁력 뿐 아니라 농업·농촌의 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며 "국내 산업구조, 노동수급, 지역균형 등을 고려한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보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메가 FTA가 확대되면 농산물 개방 압력이 높아지고 농업·농촌 부담이 커질 수 있겠지만 농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직·간접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지원 : 2022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코엑스 푸드위크 제17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에서 동시 개최되는 코리아 푸드테크산업전 참가 기업 관계자들이 최신 푸드 테크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2022.11.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코엑스 푸드위크 제17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에서 동시 개최되는 코리아 푸드테크산업전 참가 기업 관계자들이 최신 푸드 테크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2022.11.0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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