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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폭풍전야' 유보통합…마지막 단추까지 잘 꿸 수 있을까

등록 2023.03.01 11: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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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폭풍전야' 유보통합…마지막 단추까지 잘 꿸 수 있을까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연말연초 교육계를 뜨겁게 달궜던 '유보통합' 논의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교육부가 한 달 전 유보통합 청사진을 발표했을 당시 논쟁이 절정을 이뤘는데,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현장에서는 '폭풍전야'와 같은 불안감이 누적되는 분위기다.

유보통합은 쉽게 말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눠진 유아 교육·보육 체계를 하나로 합치는 정책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들이 하나의 기관에서 균등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민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번번이 좌초돼 해묵은 난제로 남았다.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로 유보통합을 꺼내 들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 중심의 유보통합'을 천명하며 기대감을 모았으나, 지난 1월 유보통합 추진방안 발표로 그 기대는 불안으로 바뀌었다.

1월30일 발표된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보면, 내년까지 유보통합을 위한 제도 정비를 마친 뒤 2025년부터 본격 추진한다는 시점 외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을 찾기 어렵다. 발표 당시 기자들도 빈칸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교육부는 '유보통합추진단과 추진위에서 논의해 채우겠다'는 답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같은 정책은 현장의 혼란을 불렀다. 유보통합이 되면 영유아 교육의 질이 낮아진다는 청원까지 제기되자 교육부는 지난달 13일 '유보통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를 내는 등 여론 진화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유보통합 추진방안이 발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교사 자격·양성체계, 통합 기관 모델, 재원 확보 방안 등 핵심 쟁점들은 안갯속이다.

핵심 쟁점들은 30여명의 영유아교육·보육통합 추진단(유보통합추진단)과 산하 자문단에서 정책 연구과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 구성이 현재 유아 교육·보육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성향을 가진 유치원·어린이집 관계자가 추진단과 자문단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유보통합의 방향성이 좌우된다는 우려섞인 주장도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유보통합추진단과 자문단에 '누가 들어간다더라'는 식의 제보 전화를 받느라 일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제시된 로드맵마저도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유보통합 쟁점 중 가장 민감한 교원 문제에 대해 '처우'를 올해 먼저 개선하고 '자격과 양성체계'를 내년까지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교원들의 자격을 동일선상에 놓은 다음에 처우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한 순서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는 유치원·어린이집 교원 중 유일한 공무원 신분인 국·공립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 당장은 교원별로 자격과 신분이 다른 상황에서 처우가 먼저 같아져버리면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이에 교육부는 진화에 나섰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서울의 한 국·공립유치원을 방문해 "국공립 교사의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신분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서울의 한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지난달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며 "교사가 하향 평준화된다는 인식이 주어져선 안 된다고 본다"고 직격했다. 불안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갈 길이 멀수록 같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딛은 첫발이 불안한 상황에서 험로가 예상되는 유보통합 여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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